기사입력 2008.09.07 21:56 / 기사수정 2008.09.07 21:56
지난 6일 열린 2008 컵대회 9라운드 서울과 부산의 경기. 서울이 부산에 1-2로 끌려다니던 후반 42분 서울 등번호 19번의 선수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자신의 장기인 왼발을 앞세워 부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좀 처럼 보기 힘든 멋진 골이었다. 이 골을 터뜨린 선수는 바로 ‘왼발의 사나이’ 이상협이다.
2006년 20살의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이상협은 빛나진 않지만, 주목을 받고 있던 선수였다. 데뷔 첫 해 비좁은 문을 뚫고 출전 기회를 잡은 이상협은 2경기에서 1골을 기록하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6년 준비운동을 마쳤다면 귀네슈 감독이 부임한 2007년은 이상협에게 ‘꿈’을 가져다준 해였다.
2007시즌 초만해도 이상협은 그저 ‘2군’에서 활약하는 유망주였다. 팀에는 정조국과 박주영, 김은중 등 쟁쟁한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이 안 보이던 그에게 주전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팀 내 공격수들이 줄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귀네슈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이상협이었다. 2군을 맴돌고 있었던 그에게 귀네슈 감독의 부름은 그에게 미소를 가져다주었다. 이상협은 지난 시즌 총 24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6골 2도움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팀이 위기에 놓여 있을 때마다 터진 그의 왼발 슛. 그는 팀의 보배 같은 존재였다.
‘유망주’의 꼬리표를 내던질 수 있었던 2007년. 이상협 이로서는 내년이 더욱 기대됐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올 시즌 서울 공격진에는 지난 시즌 부상에서 신음했던 선수들이 모두 돌아왔고, 데얀의 영입으로 공격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출전 기회를 잃은 이상협은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에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아쉬움은 더했다.
출전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던 그에게 ‘에이스’ 박주영의 이적과, 국가대표 차출로 공백이 생겨 위기에 놓여진 부산과의 컵대회 경기는 기회였다. 1-2로 부산에 뒤져있던 후반 16분, 이상협은 귀네슈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 등번호 19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이상협은 후반 42분 통렬한 왼발 발리슛으로 부산의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이상협에게 의미가 남다른 골이었다. 박주영 이적 이후 귀네슈 감독은 “공격수 무한 경쟁으로 박주영의 공백을 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상협에게 이날 출전은 의미가 깊었고, 골은 그에게 주전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표시해주는 지표이다.
이제 또 다시 시작됐다. 이상협이 지난 시즌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난 시즌 그가 보여준 플레이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선가 팀이 위기에 처해있으면 펑펑 터지는 그의 왼발이기에 앞으로 그의 발끝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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