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6 12:02 / 기사수정 2010.07.27 10:56
부산 사회인야구 NOS 리그 루키팀 '깔롱'과 '고의사구'의 경기는 5회를 마친 후 갑자기 주심에 의해 경기종료가 선언되었다.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더그아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양 팀이 한창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기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 의문은 곧 풀릴 수 있었다. 애초에 경기시간을 두 시간으로 못 박아 놓았던 것이다.
갑작스런 경기 종료 선언
부산의 야구 인프라
'참여스포츠'의 기지를 걸고 해를 거듭할수록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진 부산의 사회인야구. 하지만, 아쉽게도 질적인 성장 또한 같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깔롱'의 강성호 감독은 기자와의 대화 내내 "야구 할 곳이 없다."라고 되뇌었다.
"야구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할 데가 없어요. 일단 경기장이 너무 없어요. 축구장만 해도 한동네에 몇 개씩이나 있지만 야구장은 야구부가 있는 학교 아니면 마땅한 경기장이 없잖아요. 그것도 학생들 대회 준비하고 이러면 또 못하고…. 다른 팀들은 잡초 무성한 공터 돈 주고 빌려서 야구 경기를 하는 팀들도 적지 않습니다"
야구 열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구도 부산'에서의 이런 대답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날 경기가 열린 구덕야구장 역시 하루에 5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한 경기당 2시간씩의 경기시간 배정이 사전에 있었다. 이럴 경우 하루에 다섯 경기를 소화하는 경기장 상태도 큰 문젯거리다. 경기장의 상태는 곧 선수들의 부상으로도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외면
부산의 야구 인프라 확충을 요청하는 야구팬들의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부산의 야구인들은 비싼 사용료를 내면서 힘들게 운동을 하는 동시에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서명운동까지 벌여왔다. 특히 2006년에는 부산에 시민야구장을 설치하는 문제로 KBO 하일성 사무총장까지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가 버리면서 부산야구팬들의 기대를 꺾어버리기도 했다.
앞선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회인야구팀
이런 상황에 대해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단일 종목을 위해 넓은 부지와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시민들의 바람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은 종합운동장을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지자체의 '수익률 우선' 입장은 사회인야구계를 넘어 부산의 아마야구계까지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산의 아마야구 역시 수년째 경기장 부족으로 큰 위기에 몰려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부산의 초, 중, 고교 야구부 지도자들은 올해 초 부산시에 탄원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다. 지자체의 외면이 부산 야구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시장논리 속에서 그들의 열정은 쉽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부산의 많은 사회인야구팀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빈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연습상대를 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단지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가 하고싶을 뿐이다. 이것이 화려한 부산의 야구 열기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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