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문용 기자] ▶ WBC뿐 아니라, 미국-일본전의 경기태도도 분노
본선 7연승은 이제 기록에서 지워진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7연승을 했던, 예선 1위를 했던, 일본에 패하면 3-4위전으로 추락이다. WBC에서 우리는 일본을 두 번이나 제압했다. 일본프로야구의 상징과 같은 도쿄돔에서의 역전승, 미국에서도 일본과의 경기 후 다저스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꼽았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패하며 한국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만큼은 금메달보다도 준결승 상대 일본을 완벽히 제압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본선 마지막 경기 미국-일본 경기에서 일본이 보여준 경기태도, 준결승 상대로 한국을 선택해 일부러 패배하는 것처럼 경기에 임했던 그 태도, 9-10회 공격에서 11회 초 수비에서 11회 말 아오키의 헛스윙까지 화를 넘어서 분노를 일으키게끔 하는 행위들이었다.
WBC에서의 패배, 미국-일본 경기에서 일본의 작태뿐 아니라 번번이 입으로 한국에 시비 걸어오는 '호시노호', 한 수 아래로 한국을 내려다보는 일본야구를 완벽하게 침몰시켜야 한다. WBC에서 흘렸던 눈물을 되풀이한다면 예선 7연승의 영광은 한 줌 모래처럼 바람을 타고 흩날릴 것이다.
▶ 투수 전원 대기, 최강 계투 류현진-김광현 카드
다행히 한국은 예선 6-7차전 쿠바와 네덜란드를 맞아 송승준(6.1이닝 5피안타 3실점)과 장원삼(8이닝 4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최상의 투수로테이션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류현진-김광현 두 장의 좌완 스페셜 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상황, 누가 먼저 나오든 일본과의 준결승 상황에 따라 모두 투입해야 한다. 류현진은 6일, 김광현은 5일의 휴식을 취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준결승 상대가 일본이 아니었더라면 둘 중에 한 명을 선발로 내보내고, 이후의 결승이나 3-4위전을 대비해야 했겠지만, 상대는 일본이다.
한국야구로서는 사상 첫 금메달의 중요성만큼이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본선이 시작되기 전 "일본전은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팀의 사기문제도 그렇지만 일본을 이겼을 때는 (그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며 일본전에 임하는 자세를 한-일 야구전쟁에 임하는 심정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광복절 다음날 한국은 일본을 5대 3으로 물리쳤다. 이제 준결승에서 완벽하게 일본이라는 거 함을 제대로 침몰시킬 완벽한 투수 카드는 준비되어 있다.
▶ 과감한 라인업, 타순 변경 필요
준결승전 일본 선발이 예상되는 투수는 본선에서 상대했던 와다 츠요시나, 소프트뱅크에서 와다와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좌완 스기우치이다. 가뜩이나 이번 올림픽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승엽은 와다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스기우치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6일 와다와의 대결에서 삼진만 3개를 당하는 모습이었고, 단순히 삼진 3개가 문제가 아니라 와다 공을 상대하는 이승엽의 타격 자세는 전혀 날카롭지 못했다. 번번이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에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다.
반면 이대호는 7회 와다를 강판시키는 역전 투런 홈런은 물론 그 전 타석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주었다. 또한, 김동주도 와다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번 일본전은 이승엽을 하위타선으로 내리는 과감한 타순을 짜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이승엽을 대타 자원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이택근, 이진영 등을 기용하는 과감한 결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라인업은 수비 위주로 짤 것"이라 말하며 수비 중심으로 기용되는 김민재-박진만 유격수 카드를 기용할 것으로 보이나, 공격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정근우를 유격수로 기용해 김동주-정근우-고영민-이승엽으로 내야를 꾸려 공격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큰 경기인만큼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초반 일본에 좀 더 강한 공격으로 밀어붙이고 후에 수비가 중요한 승부 포인트가 될 시점에서 교체카드로 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외야는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지만, 김현수(RF)-이종욱(CF)-이용규(RF)로 구성하는 것이 수비와 공격 양측을 모두 감안했을 때 가장 좋은 라인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수는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진갑용을 대신해 강민호가 3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두 주축투수 김광현-류현진이 약관의 젊은 투수들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노련한 진갑용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 결승전보다도 일본과의 준결승에 반드시 승리해야
"7연승은 아무것도 아니다. 준결승에서 이겨야 진짜다."라는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처럼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승리하는 것은 단순히 한 경기 승리하는 의미를 넘어섰다. 독도문제 등으로 점철된 최근 한일 관계와 일본 감독 호시노의 도발로 지속적으로 입 전쟁을 벌이는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의 야구 전쟁이다. 그리고 그 경기를 한국은 결승에 임할 투수가 부족할지라도 모든 전력을 투입해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윤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