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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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남미 '축구 전쟁', 5만 3천 관중은 '축제 분위기'

기사입력 2008.08.20 14:52 / 기사수정 2008.08.20 14:5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베이징, 박형진 기자] 진정한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19일 베이징 워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전은 흥미로운 대진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꺾고 4강에 오른 브라질과 유럽 정상의 네덜란드를 꺾은 아르헨티나가 준결승에서 맞붙게 된 것. 남미 최고의 라이벌전이 올림픽에서 성사되자 많은 관중은 물론 취재진까지 대거 경기장에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준결승전 입장권 가격은 150위안(한화 약 23,000원). 그러나 입장권이 조기에 매진된 상태에서 암표 가격은 최고 3,000위안(한화 약 500,000원)까지 뛰어올랐다. 경기장 주변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유니폼을 입은 양팀 팬들로 붐볐고, 주변 도로는 심한 정체를 겪었다.

올림픽 축구 2연패를 노리는 아르헨티나와 올림픽 '노골드'의 수모에서 벗어나려는 브라질은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호나우디뉴와 리오넬 메시가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리켈메와 안데르손 역시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결은 경기 초반부터 남미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전반 5분, 메시와 리켈메, 아게로가 촘촘한 브라질 수비를 헤집는 멋진 패스워크를 선보여 관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에 질세라 브라질도 전반 11분 하피냐가 시원한 돌파와 슈팅을 선보이며 기 싸움을 펼쳤다.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양팀이지만, 잘 알아도 막을 수 없는 선수가 있는 법. 아르헨티나는 가고, 디 마리아, 마셰라노로 이어지는 강한 미드필더가 중원을 장악하며 전체적으로 지배했지만, 브라질의 오른쪽 윙백 하피냐를 막는 데는 애를 먹었다. 한편, 브라질 수비의 최고 고민은 리오넬 메시를 막는 것이었다. 메시는 전반 40분 수비수 네 명을 제치고 놓친 공을 다시 잡아 슈팅을 하는 등 90분 내내 브라질 수비를 휘저어놓았다.

화려한 개인기에 탄성을 자아내는 창의적인 패스워크까지‥. 워커스 스타디움을 찾은 53,000여 명의 관중은 완전히 경기에 몰입하며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베이징을 찾은 양국 관중뿐만 아니라 중국 관중까지 브라질 응원단과 아르헨티나 응원단으로 나뉘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장 운영위가 준비한 치어리더는 뜨거워진 분위기를 더 달구어놓았다. 치어리더 단은 경기 직전부터 관중석 곳곳에서 화려한 안무의 춤을 선보이더니, 하프 타임에는 올림픽 마스코트인 푸와와 함께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또 한 차례 멋진 춤을 선보였다. 거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악을 곁들이며 경기장 분위기는 꼭 남미의 축구장을 베이징에 옮겨놓은 듯했다.

후반전에는 전반에 터지지 않았던 골까지 터졌다. 후반 7분, 디 마리아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쇄도하던 아게로의 가슴에 맞으며 아르헨티나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 골로 기세가 오른 아르헨티나는 5분 후 메시가 드리블 후 패스한 공을 가라이가 받아 크로스 해 골문 앞 아게로에게 연결하며 멋진 두 번째 골까지 성공시켰다.

두 골을 실점한 브라질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며 자멸하고 말았다. 브라질의 둥가 감독은 파투와 티아고 네베즈를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지만 후반 30분, 아게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내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켈메는 이 골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브라질은 루카스와 티아구 네베즈가 무리한 태클로 퇴장을 당하며 사실상 경기를 포기해버렸다.

그러나 브라질 응원단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을 계속하며 브라질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들은 "짜요, 빠시" 외에도 선수 이름을 부르거나 포르투갈어로 된 응원구호를 외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응원단 역시 자극을 받은 듯 스페인어 응원구호로 브라질 응원단에 맞섰다.

추가시간이 전후반 모두 1분에 그칠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간단한 인사만 나누었을 뿐, 유니폼을 교환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라이벌전은 '축구 전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치열한 경기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남미 최고의 라이벌전을 볼 수 있었던 중국 관중에게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 경기가 '축제의 장'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여운을 즐긴 많은 관중에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사진 : 재미있는 복장으로 브라질을 응원하기 위해 워커스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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