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0 08:41 / 기사수정 2008.08.20 08:41
[엑스포츠뉴스= 최영준]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여정이 일단 끝이 났습니다.
미국에 너무 충격적인 대패를 당해서 마무리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체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8강까지 진출해서 농구 팬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안겨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농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대표팀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미국이 정말 강하긴 강하더군요. NBA 올드 팬들이 과거 92 드림팀을 회상하며 '경기의 승패가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말이 여기에도 딱 들어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승패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었지만 한국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단 0.1%의 가능성이라고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고, 미국 대표팀의 실력은 이미 승패를 운운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강팀이었던 호주의 경우에는 엄청난 조직력과 패스 능력을 통해 그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면, 미국의 경우는 압도적 우위에 있는 운동 능력과 개인기, 개개인의 수비 능력으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모습이더군요. 경기를 보는 내내 무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치 원시 시대에서 건너온 사람이 현대 문물을 처음 접하고'와,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고 감탄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한국 농구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런 압도적인 차이가 조금은 슬프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긴장하고 주눅이 든 것 같아서 그 점이 조금 안쓰럽기도 합니다. 쉬운 슛을 놓치거나 완전한 찬스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이 종종 보였는데,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지 않게 코치진이 선수들을 잘 다독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브라질 전에서 신승을 거둔 9일부터 오늘 19일까지, 11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여자 농구 대표팀 덕에 좋은 꿈을 꿀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이제 그들의 짧은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되었고, 몇몇 선수들은 정든 대표팀과 눈물의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관계자들은 당장 다음에는 누구를 뽑아야 할지, 현실적인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전에 한번쯤은 숨을 돌리고 잘 싸운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 한 번, 칭찬 한 마디쯤은 건넬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한 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관계자들에게 힘이 되는 격려와 아울러 여자 농구에 대한 조금의 관심 또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자 농구 모든 선수들, 너무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사진=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C) 국제농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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