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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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드論(3) - 대세는 듀얼가드?

기사입력 2008.08.18 15:47 / 기사수정 2008.08.18 15:47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난 '최고의 포인트가드는 누구인가' 편에서 말미에 양동근 이야기와 함께 듀얼가드 이야기를 살짝 언급했는데, 마지막 편은 최근의 대세로 일컬어지는 이 듀얼가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농구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퓨어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굳이 아마 농구까지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최근 등장한 포인트가드들을 보면 정통파라고 부를 만한 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시대적으로 김승현 이후로 나타난 주전급 1번이라면 양동근, 박지현, 이현민, 김태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들 중 퓨어 포인트가드에 더 가깝다고 할 만한 선수는 김태술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듀얼가드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듀얼가드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중간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포인트가드가 되기에는 리딩 능력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슈팅가드가 되기에는 신체 조건이 부족한 트위너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듀얼가드의 수적, 양적 팽창이 생겨나고 비중이 높아진 요즘에는 주로 키는 작지만 좋은 득점 능력을 바탕으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들며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를 일컫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듀얼가드가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NBA 쪽이야 워낙 대세이고 나름 스타일리쉬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 많아서 다르지만 KBL의 경우는 아무래도 좀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듀얼가드인 양동근의 경우만 봐도 아무래도 거둔 성과에 비해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쪽에 속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형 듀얼가드의 선구자라고 생각하는 전형수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팬 분들은 그저 B급 포인트가드 정도로만 치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가장 큰 것은 농구 환경이 틀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KBL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선수가 전술의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이 외국인선수는 대부분이 빅맨, 센터나 파워포워드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이런 골밑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골밑으로 공을 안정적으로 투입하고 위력을 살려줄 수 있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필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외국인선수 자신이 리딩 능력이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이건 너무 위험성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우승권이었던 울산 모비스가 양동근 - 크리스 윌리엄스의 조합으로 재미를 봤습니다만, 분명 약점도 많이 보였으니까요.

두 번째는 듀얼가드들 자신의 득점력이 그렇게 폭발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전형수나 양동근이 확고한 공격 옵션으로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확고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듀얼가드는 대체로 팀 공격의 중심에 섰을 때야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팀 공격의 중심에 세우기에는 득점력이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섣불리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무대에서 정통 포인트가드가 드물고 듀얼가드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나라도 듀얼가드가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려 한다는 징조일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그 절대수가 많아질수록 좋은 선수가 나타나는 경우 역시 그만큼 많아질 것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분이 지적하시는 문제점 중 하나가 우리 나라 가드진의 중심이 듀얼가드로 옮겨간다면 분명 국제 무대에서는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서구권에 비해 분명 신체 조건이 밀린다거나, 개인기가 부족하다는 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이 좀 구체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확실한 주전급 포인트가드를 보유하지 못한 일부 KBL 팀들이 실험적으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포인트가드로 활용하면서 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과거 대구 동양이 포인트가드의 부재로 김병철에게 포인트가드를 맡기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나, 인천 전자랜드(전신인 인천 SK를 포함해서)가 외국인선수인 맥도웰, 화이트 등에게 포인트가드 역할을 겸임시키려고 했던 경우가 있겠죠. 가까운 예로는 최근 남자 농구 국가 대표에서 강병현을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려 했다가 쓴맛만 본 것을 들 수 있겠죠.

그저 포인트가드가 없기 때문에, 혹은 단지 장신화를 위해서, 리딩력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기용을 한다면 기존 정통 포인트가드를 쓰는 것과는 다른 전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통 포인트가드가 1번으로 있는 팀과 듀얼가드가 1번으로 있는 팀의 공격 전술은 근본부터 달라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혹은 그렇지 않다면 듀얼가드가 볼을 극도로 길게 끌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올림픽 여자 농구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최윤아 같은 경우 듀얼가드로 알려져 있지만, 볼을 길게 끌지 않고 짧고 빠르게 패스를 돌리는 타입이기 때문에 같은 전술 아래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대는 변해가고 그에 따라서 농구의 경향 역시 변해갑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지도자들의 인식 역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듀얼가드로 대체해야 할 것이고, 그런데도 정통 포인트가드를 중심으로 할 때와 같은 전술을 구사한다면 그것은 곧 실패의 지름길이 될 테니까요.

이것으로 '포인트가드論 시리즈'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최고의 선수들도 언젠가 은퇴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지금쯤 걸음마를 배우고 있을 어떤 선수인가는 제일가는 스타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때 한번쯤,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시에는 저런 선수가 저런 활약을 했던 시대가 있었구나'하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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