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터널' 신재이의 범상치 않음은 스크린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이유영도 표현하기 어려운 범위에 있었다.
배우 이유영은 OCN 드라마 '터널' 전까지 대중들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2014년 영화 '봄'으로 데뷔와 동시에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2015년 부일영화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모두 싹쓸이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이 됐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영화에서도 항상 강렬하고 센 캐릭터들을 맡았던 이유영은 드라마 데뷔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선택했다. '터널'의 신재이 교수는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이후 사고를 겪으며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인물로,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감각하고 무섭도록 냉정한 역할이었다. 이유영은 이를 자신만의 눈빛과 말투로 그려내면서 브라운관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유영은 첫 드라마가 대박이 나서 기분이 좋겠다는 말에 "너무 신기하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지 더 오래 여운이 남을 거 같다. 사람들도 신재이라고 불러주시는 분이 많다. 잘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해서, 제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쑥스럽게 답했다.
이유영은 차갑고 딱딱한 신재이 교수와는 정말 180도 다른 인물이었다. 신비로운 눈동자 색깔과 흰 피부, 짧고 동그란 단발. 그리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 작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에서 따뜻함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터널' 전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유영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무감각한 신재이를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됐다. 제 머릿속에 그려지는 신재이는 저와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저는 감정에 많이 솔직한 편인데, 신재이는 자기의 감정을 자기도 모를 만큼 무감각하다. 또 초반에는 사람들이 '신재이 무섭다' 생각할 정도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전혀 안 무서워 보일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방송 후, '무섭다'를 넘어 '소름 끼친다', '죽었으면 좋겠다' 등 정도를 넘어선 악성 댓글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조금 입었다고. 그래도 여전히 "댓글을 많이 본다"는 이유영은 "참고할 건 참고하면서, 내 중심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도움이 되는 거 같다"고 했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좋은 댓글이 많아서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건 신재이와 연호의 눈빛이 다른 게 너무 좋다는 거요. 또 나중엔 '재이야 죽지마', '작가님 재이 살려주세요' 이런 응원 댓글이 힘이 됐어요."
하지만 이유영도 때로는 예뻐 보이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신용휘 감독이 중심을 잡아줬다고 한다. 이유영은 "속으론 저도 항상 예쁘게 나오고 싶고, 덜 무서워 보이고 싶고 그런 욕망이 저도 모르게 올라올 때가 있다. 원래 신재이는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데, 제가 한 날은 볼터치를 살짝 해달라고 했다. 근데 촬영 중 감독님이 '잠깐만, 재이야. 나와봐' 하셨다. 들킨 거다. (웃음) 그래서 화장을 다시 수정하고 촬영한 적이 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lyy@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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