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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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프로야구, 성적으로 보는 여름방학

기사입력 2008.08.01 12:59 / 기사수정 2008.08.01 12:59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방학은 우등생들에게는 머리를 식히고 새로운 경험을 위한 시간이 되겠지만 성적이 미진한 자들에게는 고난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참담한 성적표가 부담이고 방학 이후의 성적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맘놓고 방학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각 구단의 성적표로 방학이후를 예상해보자.

먼저 전교 수석을 차지한 SK는 누가 뭐라해도 우등생이라 하겠다. 7월들어 약간의 흘들림을 보이면서 2등에게 위협 받기도 했지만 모든 우등생이 그렇듯 다시 학업(?)에 매진한 결과 3.5 게임차까지 쫓겼던 승차를 다시 8.5 게임으로 늘려놓았다. 홀가분한 방학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SK는 8개 구단 중에서 경기수가 가장 적은 팀이다.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해낸 한화가 3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경기 수가 가장 적은 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방학 이후에도 성적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름 SK는 이미 수시에 합격된 마음으로 일찌감치 가을에 치를 논술을 준비해도 좋으리라. 그들의 선두 질주는 계속될 것을 믿어도 되기 때문이다.

한때 선두 자리를 빼앗기라도 할듯 무섭게 성적을 올렸던 두산은 최근들어 그때의 모습이 정상적인 실력이 맞나 싶을 정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벼락치기로는 어느 정도의 성적 향상은 기대할 수 있지만 꾸준한 성적은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9연승까지 달리며 선두에게 3.5 게임차로 다가섰던 기세등등한 모습 대신 8연패하며 3위에게 쫓기는 처량한 모습으로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방학은 두산에게 있어 제일 힘겨운 시련의 기간이 될 듯하다.

그와 달리 한화는 다소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위 두산과 승차없이 승률에서만 뒤질뿐 나란히 달리고 있고 4위 롯데와도 4게임의 승차를 유지한채 방학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많은 게임을 소화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여유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4위에게 쫓기는 3위가 아니라 2위를 바짝 추격하는 3위로 여름방학을 맞았으니 제법 기분좋은 방학이 되리라.

그에 비하면 롯데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못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탓이다. 올시즌 첫시험에서 A를 받았다. 하지만 갈 수록 C나 D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성적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급기야는 삼성에게 밀려 5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우등상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은 4등까지. 우등상을 받고 우등생끼리 벌이는 올림피아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4등짜리 성적표을 받으며 방학을 맞이하지만 방학이 끝난 후에도 4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올시즌 삼성은 일찌감치 수능을 포기했던 상태였지만 의외의 점수로 버티고 있다. 

외국어도 포기(용병 퇴출)하고 암기 과목에만 매진했던 선택의 결과였을까? KIA와 5위 자리 싸움만도 버거웠던 처지가 어느날 갑자기 롯데를 제치고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수석은 아니더라도 전교에서 놀것으로 예상되던 팀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중위권에 턱걸이하고 있다. 예전의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들 무슨 소용이랴. 지금 필요한 것은 롯데와의 4위 싸움에서 앞서는 것 뿐이다. 5연승을 이어간 것은 기분좋은 소식이지만 롯데에게 4위자리를 내준채 방학을 맞이하게 된 것은 방학 이후에도 시련이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KIA에 거는 기대는 사실 남다르다. 지난해 낙제생에서 올해는 중위권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KIA는 여전히 낙제생이었다. 전년과 다르지 않은 성적으로 바닥을 맴돌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6위, 그것도 5위를 사정권 내에서 쫓아가고 있는 성적이다. 과거에 이룩해 놓았던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만 한다. 올 시즌을 이대로 마쳐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욕심없는 사람은 발전도 없기 마련이다. KIA는 더욱 힘을 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지금이 아니라 내년을 위해서도 물론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학을 결정한 히어로즈에 대한 요구는 꼴찌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름을 히어로즈로 바꾸고 집을 이사했어도 히어로즈는 유니콘스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 꼴찌 또는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실력의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집안이 어수선하면 모범생도 공부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음이 심난하면 글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히어로즈의 성적은 그들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와 관계없이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어려운 살림에도 가끔씩 우등생의 점수를 받아오기 때문이다. KIA에게 6게임 뒤진 7위에 머물고 있지만 방학 이후 4위 자리를 노리는 롯데와 삼성 그리고 KIA에게 가장 힘든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LG는 재수를 각오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올 수능을 포기했다고 방학까지도 허송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져놓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재수생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바로 여름이다.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재수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비록 꼴지의 성적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다.

개학은 8월 26일이다. 기나긴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면 어떤 모습으로 다시들 만나게 될까? 벌써부터 보고싶어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사진 = 응원을 펼치고 있는 치어리더 (C) 전현진 기자]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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