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14:37
스포츠

노게이라對로드리게스, UFC 챔피언 경력자의 우열은?

기사입력 2008.07.26 14:07 / 기사수정 2008.07.26 14:07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세계최고최대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의 헤비급(-120kg) 챔피언 경력자는 잠정챔피언을 포함, 모두 11명이다. 

이중 지우짓수(브라질유술)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선수는 현 잠정챔피언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31승 1무 4패 1무효)를 비롯하여 프랭크 미어(11승 3패)와 리코 로드리게스(30승 9패)를 들 수 있다.
 
이 3명은 각각 만 32·29·30세로 큰 차이가 없는 동년배다. 그러나 최연장자 노게이라가 여전히 헤비급 3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어는 치명적인 교통사고, 로드리게스는 자기관리 실패로 정상급에서 멀어졌다. 미어는 2004년 9월 17일 사고 이후 2006년 2월 4일 UFC 57에서 복귀전을 치를 때까지 무려 505일이 걸렸다. 복귀전 포함 성적도 3승 2패로 이전의 8승 1패와 비교된다.
 


그나마 미어는 미국 위성·유선방송 HDNET의 《인사이드 MMA》 선정 순위에서 헤비급 14위에 오르는 등 10강에 근접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챔피언 경력 덕분에 9월 17일부터 방영되는 UFC의 선수 육성프로그램 TUF 시즌 8에 노게이라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팀의 감독으로 후진을 육성한 후 타이틀전으로 자웅을 가리게 됐다. 미어가 전성기의 기량이 아니긴 하나 어쨌든 UFC 챔피언 경력자의 대결을 곧 보는 것이다.
 
나름대로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챔피언도전권도 얻은 미어와 달리 로드리게스는 현재 헤비급에서 20위안에도 들지 못하는 선수로 전락했다. 2003년 2월 28일 UFC 41에서 1차 방어에 실패할 때까지 14승 2패의 호성적을 거뒀지만 이후 16승 7패에 그쳤다. 승률은 여전히 70%에 육박하지만 단 한 개의 마이너 대회 타이틀도 얻지 못했고 질만 한 선수에겐 다 졌다.
 
그러나 이제 대결을 앞둔 미어와 달리 노게이라와 로드리게스는 이미 대결한 바가 있다. 그것도 로드리게스 전성기가 끝난 시점으로 여겨지는 UFC 41의 패배 바로 다음 경기인 2003년 8월 10일의 대결이었다. 즉 교통사고로 사실상 이전의 신체능력을 회복하기 불가능한 미어와 달리 전성기와 근접한 기량의 로드리게스가 노게이라를 상대했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로드리게스 뿐 아니라 노게이라도 직전 경기인 2003년 3월 16일 프라이드 +93kg 1차 방어에 실패한 사실이다. 챔피언 상실의 아쉬움과 한을 품고 세계 2대 MMA 단체 전 챔피언을 상대했으니 접전은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당시 헤비급 정상급 선수의 대결에서 웃은 것은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노게이라다. 로드리게스를 꺾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한 그는 다음 경기에서 잠정챔피언에 올랐고 3연승을 더해 다시금 타이틀전에 임하게 된다. 반면 MMA 데뷔 후 첫 2연패를 당한 로드리게스는 2003년 11월 21일 3연패를 당하면서 UFC와 인연이 끝났고 10강 수준의 입지와는 작별했다.
 
만남 전의 처지와 대결의 치열함, 그리고 작별 후 극명히 엇갈리는 행보 때문인지 당시 둘 중 누가 더 나았는지에 대한 의견교환은 지금도 종종 이뤄진다. 프라이드의 1라운드 10분, 2·3라운드 5분으로 치러진 당시 경기에서 통계상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브라질유술이란 특기와 경기 직전 챔피언을 잃은 것 외에 두 선수의 공통점은 바로 복싱이다. 노게이라의 쌍둥이 동생인 호제리우는 2006년 복싱 남미선수권 +91kg 우승 경력자이며 이들 형제는 매년 쿠바 국가대표팀과 훈련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10월 12일 프로복싱에 데뷔, 1라운드 1분 37초에 KO승을 거둔 로드리게스는 지난 7월 8일, 635일 만에 두 번째 경기에 출전했으나 1-2로 판정패했다.

 
노게이라와 로드리게스는 MMA로 대결하기 이전인 1999년 2월 ADCC 실전레슬링 세계선수권 +99kg 2회전에서 대결한 바 있다. 당시에는 로드리게스가 관절 공격으로 기권승을 거두고 3회전에 진출했다.
 
브라질유술 외에 그래플링 관련으로 노게이라가 유도 검은띠 보유자라면 로드리게스는 ADCC 실전레슬링 세계선수권 +99kg 우승(1998)·2위(2000)·4위(2001), 무제한급 4강(1999)이란 화려한 전문경력과 고등학생 시절 미국 뉴욕주에서 촉망받는 레슬링 선수였던 과거가 있다.
 
이들의 높은 유술실력은 MMA에서 기권패가 없는 것으로 증명된다. 유술 혹은 그래플링 경기와 달리 MMA에선 노게이라의 유술공격력이 더 강하지만 피차 항복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노게이라가 유술뿐 아니라 타격 수비력도 헤비급에서 손꼽는 수준인 것과 비교하여 로드리게스의 방어는 분명히 허점이 있지만 노게이라는 이를 공략할만한 공격력이 없는데다가 위력은 오히려 로드리게스가 앞선다. 
 
노게이라의 유술, 로드리게스의 타격 공격력 우위가 서로 수비에 막혀 빛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니 결국 남은 것은 판정까지 가서 누가 더 잘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객관적으로도 이 둘은 쉬운 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약공격은 대등했지만 강공격은 시도와 성공 모두 로드리게스가 우위였다. 두 선수는 테이크다운 1회를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패스에는 중립으로 대응하면서 치열하게 맞섰지만 조르기와 관절 공격 각 1회를 시도한 노게이라가 그래플링에선 좀 더 나았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의 타격 강도와 적극성 우위는 그래플링의 근소한 열세를 만회하고 남았다.



로드리게스는 2000년 12월 9일 프라이드 12 이후 974일 만의 일본 복귀전임에도 경기 초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역시 1라운드 10분이라는 경기방식은 오랜만에 경험하는 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헤비급 최고 수준의 체력을 지닌 노게이라였다.
 
로드리게스의 체력저하는 1라운드 우세였던 강공격의 저하로도 알 수 있다. 약공격도 덩달아 저하된 로드리게스와 달리 노게이라는 침착하게 약공격 위주로 점수를 쌓았다. 로드리게스는 테이크다운과 사이드 패스를 각 1회 성공했지만 노게이라는 상대를 넘기진 못한 상황에서도 사이드 중립으로 패스를 상쇄시키고 하프가드 패스 1회, 관절 공격 시도 2회로 반격했다.
 
정도가 크진 않았지만, 공격 성공횟수와 정확도, 그래플링의 우위로 노게이라가 더 나았던 2라운드였다.




전문경력 덕분인지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도 로드리게스가 레슬링의 우위를 보였지만 특기할 정도는 아녔다. 노게이라는 전라운드에 이어 레슬링에선 해법을 찾지 못했지만, 상대의 패스를 중립으로 상쇄시키면서 조르기와 관절 공격 시도 각 1회로 반격했다.
 
당시 로드리게스가 전성기의 근접한 기량이었음은 3라운드에서 다시 증가한 공격 시도·성공 횟수로 알 수 있다. 몸 관리 실패로 경기 시간과 비례하여 체력이 감소하는 최근과는 확실히 다른 뒷심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의 적극성 우위는 정확도와 그래플링의 열세를 만회하진 못했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3라운드도 노게이라의 우세였다.



강공격에선 로드리게스가 적극적이었지만 1라운드 이후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약공격은 종합적으로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을정도로 대등했다. 로드리게스의 타격위력 우위와 노게이라의 정확도 우세가 팽팽한 가운데 승패를 가른 것은 역시 그래플링이었다. 로드리게스의 레슬링은 분명히 노게이라보다 나았지만, 위치싸움에선 결과적으로 패스한 만큼 상대의 중립으로 이렇다 할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유술공격이 없던 로드리게스와 달리 7회나 시도하면서 적극성을 보인 노게이라가 근소하나마 전반적으로 더 나았던 경기였다.

2. 마치면서

서두에 언급했듯이 두 선수는 동년배이자 굳이 따지면 노게이라의 나이가 더 많지만 한 선수는 UFC 잠정챔피언, 다른 한 명은 마이너 대회를 전전하는 극히 상반된 상황이다. 2003년 대결을 끝으로 이들은 동격으로 비교되기엔 기량뿐 아니라 활동 무대의 수준부터가 달랐다.
 
세상의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기량이 쇠퇴한 후 재기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성공적이고 이례적인 복귀와 부활 사례가 등장하면 주목을 받는다. 이변이 없는 한 로드리게스가 노게이라전의 기량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인연이 있던 둘의 대결 이후로 너무도 대조적인 현실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노게이라가 브라질유술 기반의 또 한 명의 UFC 챔피언경력자 미어와 타이틀전을 갖게 되는 현실에 자극을 받아 로드리게스가 재기의지를 다졌으면 한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 對 리코 로드리게스 (C) 프라이드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