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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손(手)맛' 을 아는 자들의 진정한 대결

기사입력 2008.07.18 08:53 / 기사수정 2008.07.18 08:53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이들에게 베팅 장갑은 단지 짐일 뿐!'







음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손맛'이다. 마트에서 파는 김치나 음식점에서 주는 김치 보다는 역시 어머니가 직접 담가 주신 '손맛'이 가득한 김치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음식에만 '손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계에서도 '손 맛'을 아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4번' 박석민(24)과 한화 이글스의 만능 용병 '슈퍼맨' 덕 클락(32)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삼성과 한화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고, 특이한 공통분모 중 하나는 바로 타격시에 베팅장갑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손맛'을 아는 선수들이다.

현재 타율 0.291 10홈런 44타점의 박석민은 시즌 초반 기존 4번 심정수의 2군행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위기의 삼성을 구했다. 시즌 초반 삼성은 양준혁-심정수-제이콥 크루즈로 이어지는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로 한국시리즈 영광을 되찾으려는 야심을 품었다.

하지만, 양준혁의 부진과 심정수의 시즌 아웃, 그리고 크루즈의 방출로 삼성이 그렸던 청사진은 사라지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삼성에게는 리빌딩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루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 한 명이 박석민이다. 박석민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고를 졸업한 선수로 '라이언킹' 이승엽 이후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한화의 덕 클락은 혜성같이 등장한 '효자 용병'이다. 더 이상 데이비스를 그리워하는 한화 팬은 없다. 공, 수, 주 모두에서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0.293에 99안타 18홈런 23도루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고 있다. 중요할 때 한 방을 날려주고, 필요할 땐 팀 배팅으로 뒤에 있는 김태균에게 찬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뛴다. 빠른 발로 상대의 내야를 휘젓기도 하며, 수비시에는 외야로 빠질법한 타구는 무조건 슬라이딩으로 막아내며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구를 해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베팅 장갑의 필요성을 잘 안다.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나무배트가 아닌 나무보다 반발력이 심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이들에게조차도 베팅 장갑은 베팅 시 필수 요소이다. 베팅 장갑 없이 투수의 공을 맨손으로 타격 했을 때, 빗맞았을 경우 엄청난 충격이 고스란히 손에 전해져 온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왜 베팅장갑 없이 맨손으로 타격을 하는 것일까?

클락은 "손과 배트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 장갑이다. 당연히 배트를 쥐는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소속팀인 김태완 역시"나도 가끔은 맨손으로 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장갑이 충격을 덜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타격할 때 가장 편한 것은 맨손일 때다."라고 말했다. 장종훈 한화 타격코치도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자신의 체질만 아니었어도, 자신 또한 맨손으로 타격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더욱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5월 15일 마산에서 롯데와 삼성의 경기에서 이대호 역시 맨손으로 나와서 홈런을 만들어냈다. 삼성 선발 배영수의 몸쪽 높은 공에 호쾌하게 방망이가 돌아갔고, 공은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115m짜리 좌중월 2점 홈런. 이대호의 깜짝 맨손타격이 빛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첫 타석 맨손타격 뒤 두 번째 타석부터는 장갑을 착용했다.

이대호는 "장갑이 젖어 있어 맨손으로 타석에 나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태완 역시 맨손 타격이 편하긴 하지만 베팅 장갑을 끼고 경기에 임한다. "한 타석만 생각하면 장갑을 벗고 들어설 수도 있다. 하지만, 손이 울리거나 피부가 벗겨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위험과 고통을 감내할 정도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박석민과 클락은 마치 '물아일체(物我一體)' 처럼 방망이와 자신이 하나가 되었을 때 최고의 타격을 펼칠 수 있는 것일까? 투수가 던지는 150km/h의 공을 빗맞추게 되면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이 손에 전해 진다.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며 자아성찰을 하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한다. 이러한 '손맛'에서 간절함과 치열함,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이 두 선수가 이번 주말 3연전에서 마주쳤다.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과 상승기조를 타고 있는 한화. 이 두 맨손 타격의 달인 중 어떤 선수가 진정한 '손 맛'을 맛보며 팀을 승리로 이끌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사진=(C) 박석민(삼성 라이온즈 제공), 덕 클락(한화 이글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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