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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흥국생명, 우승해도 '본전'?

기사입력 2008.07.17 17:25 / 기사수정 2008.07.17 17: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16일, 2008 베이징올림픽예선전에서 득점왕에 오른 푸에르토리코의 카리나 오카시오와 계약했습니다.

오카시오는 지난 올림픽예선전에서 총 128점을 올리며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경쾌한 탄력과 파워를 함께 갖추고 있는 오카시오는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웡스파이커이며 팀의 사정에 따라 미들블로커로도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었습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여자배구 구단 5개 팀 중,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들을 포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여자배구 최고의 거포인 김연경은 물론 FA를 통해 가장 비싼 연봉을 주고 데려온 한송이와 라이트의 황연주 등이 버티고 있는 흥국생명의 공격력은 국내 5개 팀 중 가장 돋보입니다.

현재 흥국생명의 팀 사정을 감안한다면 오카시오는 지난 2007~2008 V리그를 마치고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한 황연주를 대신해서 라이트에서 뛸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러나 김연경과 한송이도 모두 무릎과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선수들과 교체되면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주전공격수로 나설 전망이 큽니다.

흥국생명은 한송이와 오카시오를 영입하면서 최강의 전력을 가진 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김연경과 한송이, 그리고 황연주 등은 모두 부상 중에 있는 ‘부상 병동’ 팀입니다.

2005~2006 시즌에 들어서면서 화려한 플레이와 선수들의 빼어난 외모를 앞세워 ‘핑크빛 돌풍’을 일으킨 흥국생명은 국내 여자배구 인기를 증폭시킨 구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흥국생명은 팬들도 많았지만, 반감이 있는 팬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배구의 기대주인 김연경과 황연주의 혹사로 인해 매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항상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점이 팬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연경은 국내리그보다 국제무대를 통해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선수입니다. 일본의 배구관계자들도 김연경이 한일전산여고 시절, 일본 월드컵대회에서 뛴 것을 보고 일제히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190cm에 이르는 장신이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갖췄고 여기에 서브리시브와 수비까지 빼어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김연경을 앞으로 일본여자대표팀이 한국을 상대할 때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지목했습니다. 국내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여자대표팀의 전력분석관들은 수시로 김연경의 경기를 모니터했으며 이 선수가 어떻게 성장하는 지를 세세히 분석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가장 중요한 올림픽 예선전에서 김연경은 국내 V-리그의 여파로 인한 부상으로 끝내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팀의 구단관계자는 이미 태릉선수촌에 합류해서 훈련 중이던 황연주마저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이정철감독과 아무런 상의 없이 무단이탈시켰습니다.

이렇게 극심한 구단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흥국생명에 대한 배구 팬들의 분노는 치솟았습니다. 또한, 선수수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예선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지자 흥국생명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국내리그에서 우승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챔피언결정전에서 심판에게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황현주 흥국생명감독도 많은 배구 팬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예선전 탈락으로 어수선한 여자배구 계의 판도는 흥국생명의 독주가 예상되고 있으며 오카시오의 영입으로 인해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흥국생명에 중요한 것은 ‘우승팀’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팬들의 호감’을 얻는 팀으로 자리매김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흥국생명은 화려하고 경쾌한 플레이로 여자배구의 인기를 주도하는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승을 위해서라면 선수들의 혹사와 국가대표 차출까지 거부하는 ‘이기적인 구단’으로 팬들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이번 오카시오의 영입 건에 대해서도 팬들은 그리 달갑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올림픽예선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진 한국 여자배구를 보면서 많은 팬이 실망한 가운데에 국내리그도 ‘흥국생명’의 독주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흥국생명을 비롯한 여자배구 전체는 승리지상주의에 벗어나서 보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경기력을 올림픽예선전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상당수의 배구 팬들은 더 이상 국내의 좁은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여자배구가 제대로 명예회복을 하려면 국내리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 그랑프리 대회 같은 국제대회에 참가해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좋은 경기력을 펼쳐야 합니다. 새롭게 개편된 한국배구연맹과 여자배구의 각 구단들은 올림픽예선전에서 탈락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흥국생명도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교체선수가 드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생각해서 더 이상의 선수혹사를 감행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구단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국가대표팀에 선수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열린 태도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국내리그에서 우승한다 하더라도 팬들이 외면한다면 리그의 위상은 떨어지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팬들을 생각하고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도모하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사진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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