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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헌트 "슐츠와 싸울 때 넘어뜨리고 싶었다"

기사입력 2008.07.14 16:08 / 기사수정 2008.07.14 16:08

남기엽 기자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2006년 12월 31일.

음산한 등장음악과 함께 마크 헌트(아래 사진 오른쪽) 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등장했다.

K-1 WGP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하고 종합격투기에 뛰어든 지 3년째, 그는 이 날 효도르와 꿈에도 그리던 타이틀 샷을 치렀다. 물론 지긴 했지만.

아래부터는 마크 헌트가 지난 11일 미국 'MMA 위클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어찌 보면 헌트는 참 운이 좋은 인물같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물론 파이터들마저 질릴 정도의 맷집과 강력한 훅, 어퍼의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는 '괴인'인 그이지만  K-1에서 10년 남짓 활동하면서도 타이틀 하나 보유 못 한 제롬 르 밴너라던가 레이  세포같은 이들에 비한다면 벌써 타이틀은 하나 갖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랜디 커투어가 힘들게 법정 분쟁을 겪으면서까지 싸우고 싶어하고 조쉬 바넷도 노게이라까지 제압하며 효도르와 싸워보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주먹 한 번 섞어보지 못했던 그 인물,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그러나 헌트는 싸워봤다. 그것도 타이틀까지 걸고 말이다.



이런 걸 보면, 헌트는 실력(實力)과 시운(時運)을 겸비한 파이터라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효도르와 싸운 뒤, 1년이 넘도록 그는 링에 서지 못했다. 프로 레슬링으로 잠깐씩 링을 구경했을 뿐 실제로 그가 원하는 리얼 파이팅은 해 본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시합이 잡혔다. 그것도 자신이 5년 동안이나 쉬었던 입식 무대의 타이틀 매치. 그의 고향이기도 한 K-1에서  '괴물중의 괴물' 세미 슐츠(사진 왼쪽)에게 강자들이 줄줄이 깨지자 헌트에게 SOS가 타전된 것이다.

솔직히 헌트가 K-1에서 우승도 한 정상급 파이터 출신이고 지금도 녹슬지 않은 입식 기술을 소유하고 있겠지만 이 시합은 전망이 밝은 시합은 못 됐다.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피터 아츠와 테크니션 레미 본야스키, 헌트 그 자신의 라이벌 밴너가 손을 못 쓰는 상황에서 헌트가 '이변'을 일으키긴 쉽지 않을 터. 하지만, 그는 시합을 받아들였다.

"세미 슐츠와의 싸움은 준비되진 않았지만 너무도 큰, 너무도 좋은 기회였기에 거절하지 못했어요."

결국, 시합은 열렸고 결과는 헌트의 다소 비참한 KO패. 맷집의 제왕이던 그가 그렇게 고꾸라진 적은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헌트는 지금에서야 말한다.

"넘어뜨리고 싶더라고요. MMA 시합이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테이크 다운을 했다면 그의 압도적인 신장, 리치 이점은 없어지니까요."

절정기의 크로캅과도 MMA시합을 펼치면서 스탠딩으로 제압했던 헌트가 서서 싸우기를 싫어할 정도면 뭐 슐츠의 기량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PRIDE가 소멸된 직후의 헌트의 심정은 어땠을까. 물어봤다.

"졸지에 실직자됐다고 생각했죠. UFC와는 계약을 시도해 봤는데 이 녀석들 시합도 안 잡아주고 또 제약은 어찌나 많은지…그리고 제가 127~8kg인데 거긴 한계 체중이 120kg이잖아요. 여러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일본은 돈도 많이 주니 지금이 제가 싸우기 편해요."

효도르와의 싸움 이후 18개월간 MMA시합을 못 가졌으니 답답할 만도 했다. 제롬 르 밴너와 싸우면 어떤 양상으로 시합이 전개될 지 물었다. (필자 주 - 인터뷰 당시는 밴너와의 시합이 확정되었으나 이후 밴너의 부상으로 취소되었다.)

"제 생애 첫 서브미션 승을 따낼 겁니다. 지켜 보세요. 그 녀석 세미 슐츠와 싸운 지 얼마 안 됐다고요? 그건 걔가 생각할 문제지 나하고는 상관없습니다."

베짱이 역시 헌트답다. 길가다 시비 걸면 웃으며 여유있게 대처할 것 같은 효도르와 달리 단번에
대응할 것 같은 헌트. 그에게 '유투브 스트리트 파이터' 킴보 슬라이스는 어떤 존재일까.

"뭐 싸우라면 싸울 겁니다. 그와의 싸움은 제게 득이 많이 될 거에요. 일단 미국 팬들에게 저의 인지도를 넓힐 수 있고 돈도 많이 벌겠죠. 아마 좋은 시합이 될 겁니다."

헌트는 오는 7월 드림에서 18개월만의 MMA 복귀전을 갖는다. 실제적 인간미가 넘치는 헌트의 상대는 누가 될까. 입식에 도가 튼 이 파이터가 과연 서브미션 승을 따낼 수 있을까?

다가올 그의 복귀전이 여러모로 기대되는 이유다.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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