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6.23 11:38 / 기사수정 2007.06.23 11:38
[엑스포츠뉴스=김민숙 기자] 각 팀의 팬들에게는 저마다 응원가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응원가는 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노래하며, 어떤 응원가는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노래한다. 또 어떤 응원가는 상대팀에 대한 조롱을 노래하며 그리고 또 어떤 응원가는 특정 선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리그에도 이렇게 특정 선수에 대한 응원가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선수가 자신만의 응원가를 선사받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활약 탓일 수도 있고, 팀에 대한 유난스런 충성도 때문일 수도 있고, 팀과 함께 보낸 오랜 시간의 영향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만을 위한 응원가가 있는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선수들보다 조금 더 행복한 선수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특정 선수에게 바쳐진 응원가들을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원과 상암에서 이러한 응원가를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그 응원가들은 짧고 명쾌한 편이어서 두 팀의 편이 아닌 나도 어렵지 않게 기억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특정 선수에 대한 응원가 중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대전 시절의 이관우에게 바쳐졌던 'Vamos 관우’라는 곡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대전팬들에게 그가 어떤 존재였는가 하는 것이 느껴져서 흐뭇한 마음이 생기곤 했다.
가사 대로하자면, 대전팬들에게 이관우는 암흑을 밝히는 찬란한 별이었으며 고난을 이기는 든든한 힘이었다. 또한, 폭풍을 다스리는 그라운드의 절대자(!)였을 뿐만 아니라 무려 승리의 전령사이기도 하였다.
이 노래는 다소 길이가 길고, 이런저런 수식어가 많아서 기억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관우에 대한 대전팬들의 마음이 잘 느껴져서 인상 깊었던 곡이다. 그래서 나는 저 노래를 더 이상 경기장에서 들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이런 아쉬운 일을 한 번 더 겪어야 했다. 이관우의 응원가 이후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특정 선수의 응원가가 하필이면 히칼도의 콜이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지난 5월에 귀네슈는 히칼도를 방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히칼도는 더 이상 현재의 소속팀에서 경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히칼도의 콜은 아주 간단하다. 'love Ricaldo. Goal, Goal, Goal, Goal.'이라는 외침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관우의 노래에서처럼 엄청난 수식어들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 작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히칼도가 킥을 하는 순간을 좋아했다. (물론 내가 응원하는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리그 경기를 보다 보면 팀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재능을 높게 평가하게 되는 선수가 있는데 나에겐 히칼도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나는 그의 정확한 킥이 좋았고, 그의 넓은 시야가 좋았고, 그의 유연한 패스가 좋았다. 그래서 그가 선사 받았던 'I love Ricaldo. Goal, Goal, Goal, Goal,' 이라는 문장을 나는 얼마쯤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소속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었으므로, 그의 콜을 듣는 일 또한 어려워졌다. 이관우의 노래처럼 히칼도의 콜 역시 앞으로는 그저 나의 기억에 남아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20일, 컵 대회 4강전 경기를 보기 위해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으면서 '오
늘도 히칼도의 콜을 듣는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나는 그날 뜻하지 않게 히칼도의 콜을 들었다.
그 일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후 일어났다. 나는 그 때 나는 잠깐 내 귀를 의심하며 상암의 N석을 바라보았다. 킥 오프와 함께 그곳에서 들려온 커다란 외침은 다름 아니라 'I love Ricaldo!'였기 때문이다.
그 외침은 분명히 모든 팬들에게서 나온 것은 아닌 듯했지만, 그 자리와 꽤 먼 곳에 있던 네 개까지 들려 왔으므로 충분히 많은 사람이 함께 외친 것인 듯했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고, 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다.
문득 이 콜을 듣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그것이 얼마쯤은 나를 위한 선물처럼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또 다른 선수의 응원가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데닐손을 향한 콜이 될지도 모르고, 이근호를 향한 노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Vamos관우라는 노래를 내가 아직도 가사를 틀리지 않고 흥얼거릴 수 있는 것처럼, 히칼도의 콜 또한 또렷하게 기억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히칼도의 콜은 다름 아니라 그날 그 저녁, 그라운드에 없었던 그를 위해 울려 퍼진 'I love Ricaldo.'가 될 것 같다.
[사진=수요일 인천과의 컵대회 준결승전에서 서울의 팬들이 히칼도의 이름이 적힌 걸개를 걸고 있다ⓒ이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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