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1 09:55 / 기사수정 2008.07.11 09:55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의 일부분이다.
찬란했던 모습 그대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그 절정의 시기가 지나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던 꽃일지라도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추한 모습만 남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어쩌면 사람에게 있어 그 결단의 시기를 제대로 가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민태가 은퇴를 결심했다. 현대 유니콘스의 맏형으로서 명가의 재건과 부활을 꿈꿨던 그였지만 결국 그는 그 바램을 이뤄내지 못했고 오히려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떠나야했다. 하지만, 지난 16년간 몸담아오며 좋은 날도 있었고 궂은 날도 있었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현대맨이었다. 92년 태평양으로 입단해 96년부터 2003년까지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했던 정민태. 특히 99년에는 2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2008년 현재까지 마지막 20승 투수로 불리는 정민태. 그가 그라운드를 뒤로하고 떠나려는 것이다.
선수가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팀은 예우를 갖춰야 한다. 지난날의 수고를 위로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선수로서 인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더 크다. 팬들로서도 선수의 초라한 뒷모습이 아닌 화려한 퇴장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그를 지켜보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쓸쓸하지 않고 화려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면, KBO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날이 개인만의 기록이거나 소속팀만의 가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그었던 그였기에 KBO가 그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 아니 차제에 합동 은퇴식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그 시기와 장소는 올스타전이 좋겠다. 별들의 축제와 더불어 별들의 은퇴식을 함께하는 것이다. 마침 장종훈의 전례도 있다.
부디 야구 팬들에게 정민태의 쓸쓸한 뒷모습이 아니라 화려한 퇴장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야구의 세계가 경쟁만 있는 곳이 아니라 훈훈한 사람들의 정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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