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07 00:05 / 기사수정 2008.07.07 00:05
[엑스포츠뉴스=곽도원 기자] 이번 시즌 황선홍과 안정환, 한국축구의 두 스타를 감독과 선수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 부산아이파크는 K-리그의 복병을 자처하며 야심 차게 2008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규리그 최하위의 현재 성적은 시즌 전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쉽게 납득 하기 힘들다. 도대체 무엇이 부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까?
패배의식? NO!
얼마 전 부산의 부진에 대해 언급한 짤막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내용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지난 시즌의 부진(정규리그 13위)이 이번 시즌까지 이어져 선수들의 패배의식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 사실 최근 부산의 부진에 대해 많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런 이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진정 패배의식으로 가득 차 있는 선수들이 매 경기가 끝나면 탈진해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느냐고 말이다.
▲ 지난 5월 5일 인천과의 정규리그 8라운드에서 부산의 이승현은 자신의 두 골에도 불구하고 팀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축구는 변수의 연속이다. 선수들에서 심판들까지 완전한 기계가 아닌 불완전한 인간의 두뇌와 신경들이 90분을 지탱해 나간다. 그런 만큼 90분 내내 냉철한 판단이나 움직임을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점에 있어서 부산의 선수들이 조금 더 민감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올 시즌 부산은 앞서 말했던 공격적인 영입과 가변좌석 설치 등 많은 투자를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관중 또한 작년의 100% 이상 늘면서 성적 외적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만큼 선수들이 겪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다시 말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압박감이 선수들을 더욱더 민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집중력
경기장에서 부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어깨에 힘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수비진은 무조건 실점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공격수는 꼭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보인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무척이나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추상적인 목표들은 경기 중 순간적인 집중력을 잃게 하는 주범임과 동시에 파울이나 실점 등으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질 경우 과도한 리액션을 초래하기도 한다.
▲ 지난달 28일 서울과 부산의 정규리그 13라운드. 주심의 애매한 판정에 흥분한 부산 선수들을 달래기 위해 황선홍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집중력이 필요한 한 점차 승부에서 부산은 여지없이 패하고 있다. 그것도 순간적인 실수로 자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올 시즌 현재까지(~7/6) 부산이 치른 20경기 가운데 1점차로 패한 경기는 모두 8경기다. 주의 깊게 볼 점은 이 중에 5경기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인 경기 종료 10분 전 실점으로 인한 패배라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여지없이 실점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무승부 경기까지 포함하면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해진다.
팬들을 의식하지 마라
부산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 사실 하위팀에 감독이 바뀌고 스타 선수 한 명이 영입되었다고 해서 팀의 체질이 확연하게 바뀌길 기대한 부산 팬들은 거의 없다. 지더라도 작년보다 자신감 가득한 즐거운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부산 팬들의 속마음이다. 아시아드와 이웃하고 있는 사직야구장에서 연일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차고 있는 것도 롯데 자이언츠가 1위를 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경기를 볼 수 있어서다.
부산 대우시절 구덕으로 몰려들었던 3만 관중은 지금 야구장에 가 있다. 그들을 다시 축구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기기를 위한 경기보다 부산만의 축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전력도 타 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수원-성남-서울로 형성된 '3강'을 제외한다면 지난 바 전력들이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는 스포츠가 축구고 그런 축구에 겉으로 보이는 전력은 2차 문제다.
"가끔 이라도 이기는 경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원정경기장까지 찾는다."라는 한 부산 서포터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선순위는 팀의 승리보다 부산 선수들의 당당한 플레이였다. 부산 선수들은 그런 그들에게 감사하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당당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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