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06 03:01 / 기사수정 2008.07.06 03:01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스물여덟 살,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이 나이는 한창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진취적인 나이입니다.
너무 어려 마음만 앞서지도, 그렇다고 노쇠해 이렇게 저렇게 재거나 망설이지도 않을 그야말로 ‘한창’ 때이죠.
축구선수로서도, 이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는 20대 초반 프로에 입문해 가졌던 패기와 겪으면서 늘어난 노련미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바로 성남의 중앙 수비수 조병국처럼요.
2005년에 처음 성남이 조병국을 영입했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반응이 썩 시원찮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원에서 전남으로 이적한 후 부상으로 반년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멈춰있는 선수가 조병국이었으니까요. 색이 조금 다를 뿐, 또 다시 노란 유니폼을 입고 나서도 그는 예전 수원 시절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습니다.
그가 이적 후 처음으로 뛴 경기가 끝나고 기자는 그를 불러 세워 사진을 요청했습니다. 예의 무뚝뚝한 그 표정으로 대기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아마, 풀타임을 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도 그는 누구보다도 흠뻑 젖은 채였죠. 자신이 뛰는 동안 그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바로 보여준 예였죠.
그의 나이 스물다섯에 입은 성남의 유니폼은 수원 시절의 화려했던 명성을 잃고 부상으로 전남에서 신음하던 그에게는 마지막 희망과 같았을지도 모릅니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그는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요.
최근 성남은 또 다른 중앙 수비수 김영철의 컨디션 저하로 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성남의 베스트 멤버야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그 뒤를 받칠 백업 요원이 변변치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조병국의 활약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부족합니다.
대구와의 경기가 있던 날 불쾌한 습기가 가득 찬 탄천 종합 운동장에서 그는 대구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습니다. 이렇게 비가 온 날은 아시다시피 잔디가 무척 미끄럽습니다. 공격진도 물론 부담스럽겠지만, 단 한 번의 동작의 실수로 상대에게 골을 내줄 수 있는 중앙 수비 같은 경우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조병국에게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았죠.
조병국은 이 날 김영철과 박진섭, 두 주전 수비수의 공백을 말끔히 해소했습니다. 대구의 전진 패스를 끊어 대구의 공격 의지를 꺾은 것도 그의 몫이었죠. 평소보다도 부드러운 태클은 그가 지금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척도였습니다.
상대 공격수의 진입을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차단해주는 것은 공격수가 한 골을 넣는 것과도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 조병국의 수비는 공격수의 한 골과도 다름없죠. 이런 조병국 덕분에 요즘 성남의 팬들은 신바람이 절로 납니다. 불붙은 공격진은 물론이고, 절정에 오른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는 조병국이 있어 90분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주니까요.
28살의 수비수, 조병국에겐 아직도 성장의 문이 열려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금의 수비력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노련미라는 세월의 성장이 더해지겠죠. 그런 그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 무척 고무적이고 기쁘게 여겨집니다.
[사진 ⓒ 김혜미 = 대구전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성남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된 조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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