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04 17:55 / 기사수정 2008.07.04 17:5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남녀올림픽진출 동반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난 한국배구 계는 망망대해 속에서 좀처럼 헤쳐 나올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모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한국배구의 참담한 결과는 뚜렷한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배구협회와 무리한 국내일정을 강행한 프로연맹, 그리고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빚어낸 합작품이었습니다.
여자팀이 초반 2연승 이후, 5연패를 내리 당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 한 데 이어서 남자배구 역시 일본에 무너지며 아시아출전권 티켓을 일본에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배구 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2010년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성의 결과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대한배구협회 산하의 5개 연맹과 배구 원로단체인 배한 배우회는 이번 올림픽 진출 실패의 책임을 물며, 장영달 현 대한배구협회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남자팀마저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자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있을 걸로 예상이 됐지만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이들은 승진개편을 통해서 다시 자리에 앉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대한배구협회의 홍보이사를 맡게 된 전 국가대표 선수인 김세진 KBSN 배구 해설위원은 홍보이사직을 거부했습니다.
한국의 배구 발전을 위해 행정직을 맡아 자신의 뜻을 도모하고픈 마음은 있지만 그저 협회의 얼굴마담으로 나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직함은 어색하다며 이 자리를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에 앉은 신치용 감독은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박준범(한양대)을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전 참가를 위해서 국가대표에서 소속팀인 한양대로 보내달라는 소식을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국제대회의 중요성과 국가대표의 명분에 대한 자각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전국체전 서울 예선전을 위해 지금 국제대회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보내달라는 말은 국가대표팀을 생각하는 자각이 어느 정도인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려있는 대회인 월드리그보다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배구의 현실 안에서는 아무리 대표팀 감독이 좋은 지략을 지녔거나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팀을 만들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은 체계적인 행정력을 도모해 나가야할 배구협회가 주체성을 상실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배구는 협회와 연맹, 그리고 구단들이 서로 분립되어 존재하지 않고 서로 합의해가면서 나아가는 공생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첨예한 관계로 대립해 남녀팀 모두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2008~2009 시즌을 뛸 여자배구선수들은 새로운 계약으로 인해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가 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프로스포츠가 정착하고 리그가 발전해가면서 선수들에 대한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배구선수들의 몸값이 예상보다 낮았다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어느새, 중국과 일본에는 상대가 안 되고 태국과 베트남에도 쩔쩔매는 약체로 전락한 한국 여자배구선수들이 왜 이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지 알 수 없다는 팬들의 반응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만약 여자배구대표팀이 연맹과 협회의 적절한 협의 하에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수가 축소된 리그를 뛰면서 각자 몸 관리를 잘하고 구단들의 신속한 협조가 이루어져 최상의 구성으로 짜인 대표팀이 만들었다면 올림픽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한층 커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한국여자대표팀이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면 지금처럼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거품이 잔뜩 들어간 삼류선수라고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국제대회의 참가와 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남녀동반 탈락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나서도 한국배구는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로 나가야할지에 대해 아직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간다면 팬들의 인내심은 오래가지 못하며 국내리그의 인기저하와 배구 팬들의 외면은 어느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배구협회는 한국배구를 체계적으로 이끌고 나갈 주체성부터 확립해야 하고 지도부가 개편된 한국배구연맹은 국내리그의 발전에만 목매지 말고 선수들의 기량향상과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남자대표팀도 16년 만에 한국을 제치고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테네올림픽이 끝나면서부터 4년 동안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인 일본배구협회의 땀방울에 있었습니다.
한국배구협회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버리지 못한다면 새로 부임한 신치용 감독과 문성민(경기대)과 여오현(삼성화재)를 비롯한 선수들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엔 힘들 것입니다.
[사진 = 여오현 (C)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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