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30 04:39 / 기사수정 2008.06.30 04:39
[엑스포츠뉴스=김병호 기자]'유로 2008'이 오늘 새벽(한국 시각)에 벌어진 독일과 스페인의 결승전을 끝으로 23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밤잠을 설쳐가면서 경기를 관전한 축구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 많았다.
경기당 2.47골은 지난 대회의 2.50골과 비교해볼 때 약간 적은 수준이었으나 막판에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 많이 나오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주었고, 무득점 무승부가 2번밖에 없었을 정도로 골이 고르게 터졌다.
이렇듯 흥미진진했던 유로 2008을 뒤돌아보며, 이 지면에서는 잠시 전술적인 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각 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두었던 부분은 미드필드 진영이었다. 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자갈로의 브라질이 이른바 ‘콤팩트 사커’를 선보였던 것을 시작으로 한 압박 축구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세계 축구계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는 공격과 수비만 잘하면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전술적인 부분이 너무나도 발달하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성공을 거둔 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드필더 진영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음을 볼 수 있다. 성공한 팀들이 각자 어떠한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는지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패스워크 - 스페인
이를 위하여 패스 전개와는 거리가 먼 호아킨과 같은 윙어, 그리고 정적인 스타일의 알벨다와 스피드가 떨어지는 라울을 대표팀에서 제외하였고, 이는 크게 성공하였다. 러시아와의 2연전만 살펴보더라도 러시아는 스페인의 패스 게임에 정신없이 휘둘렸고, 이러한 패턴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나면 어김없이 만회골을 넣고자 전진하였다. 그리고 이 뒷공간을 노린 스페인은 역습으로 많은 골을 득점해낸 것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패턴을 선보였던 또 다른 팀은 네덜란드와 크로아티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체조건을 우선시한 몸싸움과 압박 - 독일
독일 하면 모두가 가장 떠올리는 점은 엄청난 체격 조건이다. 이번 대회의 독일 역시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이들은 신체적인 조건을 우위로 하여 상대 미드필더들을 거칠게 다루었고, 이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는 포르투갈과의 8강전이었다.
독일이 신체조건을 무기로 하여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포르투갈은 제대로 된 패스를 할 수 없었으며, 독일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공을 뺏어낸 후 역습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양상의 정점은 슈바인슈타이거의 8강전 선제골이었다.
전방위의 압박 - 러시아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모습은 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필드 전 영역에 걸친 압박과 역습의 패턴까지 히딩크식 마법 결정체를 보여주었다.
이는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주전들을 쉬게 한 네덜란드에 비하여 조별예선 내내 쉬지 않고 달렸던 러시아는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경기장을 누볐으며 이는 결국 3 대 1이라는 믿기 어려운 스코어를 만들어내며 4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비록, 스페인에 완패하며 아쉽게 긴 여정을 접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이러한 러시아 또한 전방위에서의 압박을 토대로 하여 미드필드 싸움을 우위로 가져가는 동시에 역습이라는 카드로 마무리를 짓는 패턴을 보여주었다.
4강에서 좌절한 또 다른 팀, 터키는 그들이 보여준 투혼에 중점이 많이 맞춰져 있고, 러시아가 보여준 경기와는 또 다르지만 굳이 끼워 넣는다면 이와 같은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에는 미드필드 진영의 우위와 역습
위의 팀들은 방식은 달랐으나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바는 미드필드 진영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공격 시에는 빠르게 전개되는 역습을 시도하여 확실하게 결정짓는 것이었다.
현대 축구는 더는 개인기만으로 승부를 겨룰 수 없을 만큼 전술이 발달하였고, 이러한 전술의 흐름을 잘 나타내준 것이 이번 유로 2008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경기를 바꾸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측면을 가장 잘 보여준 대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C = 유로 2008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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