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투자'의 사전적 정의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이다.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큰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고 혹은 선수끼리 교환해 부족한 포지션을 메운다. 자금을 대고 선수를 교환하는 과정 모두 정상을 향한 '투자'다.
마구잡이 투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돈은 돈대로 쓰고, 약점은 보완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말 잘한 투자는 결과로 드러난다. 현재 KBO리그에서 '투자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구단은 바로 KIA 타이거즈다.
KIA는 현재 14승 5패 승률 7할3푼7리로 리그 독보적 1위다. 2위 NC 다이노스에 2.5게임차로 앞서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5위에 올랐고, 와일드카드에서 비록 LG에 패했으나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진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KIA는 단순히 몇 계단 오른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FA 영입과 외국인 선수 수급, 트레이드를 통한 약점 보완 등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마다 적재적소에 투자했다.
▲집토끼 단속에 이은 '타격왕' 영입, 스마트한 FA 계약
지난 시즌이 끝난 후 KIA는 총 3건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KBO리그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최형우를 FA 100억에 영입했다. 혹자는 지나친 금액으로 평했으나, 최형우는 그러한 우려를 실력으로 씻어내고 있다. 이번 시즌 19경기에 나선 최형우는 65타수 25안타 타율 3할8푼5리 4홈런 15타점을 올렸다. 타율로는 롯데 이대호 다음으로 2위에 올랐고, 홈런 공동 7위, 타점 공동 5위에 올라있다. 4번 타순에서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려내 짜임새 있는 타선을 완성했다.
집토끼 단속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KIA는 프랜차이즈 타자 나지완과 4년 40억에 계약을 체결했다. 나지완은 지난해 118경기에 나서 타율 3할8리 25홈런 90타점으로 이범호와 함께 KIA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KIA는 나지완을 눌러앉히며 최형우, 이범호, 나지완으로 구성된 막강한 중심타선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한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도 1년 22억 계약을 체결해 선발진의 출혈을 막았다. 오랜 기간 KIA의 믿을맨 역할을 해 온 양현종은 현재까지 4경기 등판해 모두 선발승을 챙기며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에이스는 잡고 새 자원은 수혈하고, 상황에 맞는 외국인 선수 영입
KIA는 지난 시즌 1선발로서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줬던 헥터 노에시와 170만 달러 재계약을 체결했다. 헥터는 작년 31경기에 나서 15승 5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활약했다. 10승 13패를 기록했던 투수 지크 그리고 지난 3년간 매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활약했던 타자 브렛필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줄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KIA의 선택은 투수 팻 딘과 타자 로저 버나디나였다. 총액 90만달러에 계약한 팻 딘은 뛰어난 제구력이 장점이며 투구 밸런스와 변화구 각이 좋고, 기복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팻 딘은 현재까지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57로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넥센전에서는 9이닝 2실점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외야수 버나디나는 총액 85만 달러에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 마이너리그에서 13시즌을 소화한 버나디나는 빠른 배트스피드와 돋보이는 주력이 일품으로 평가됐다. 기동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던 KIA 타선에 버나디나의 합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나디나는 이번 시즌 19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7리 1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7개의 도루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넘치는 자원 주고 부족한 자원 받는 '맞춤형 트레이드'
시즌 전 FA 계약과 외국인 선수 영입 그리고 육성에 힘을 쏟아도 실전에 돌입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다. KIA는 안정적으로 안방을 지킬 포수 자원의 필요성을 느꼈고, SK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노수광, 윤정우, 이성우, 이홍구를 보내고 대신 이명기, 김민식, 최정민, 노관현을 받았다. 트레이드의 멤버 중 KIA가 급히 필요로 하는 자원은 이명기와 김민식이었다.
여지껏 KIA는 여러 포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실전에서 믿고 맡길만한 '경험 있는' 포수는 부족했다. SK에서 이재원의 백업으로 자리하던 김민식은 KIA 유니폼을 입고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민식은 안정된 리드와 수비로 투수들을 이끌었고, 도루저지율 75%를 기록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상대 주자를 저격하고 있다.
외야수 이명기 역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시즌 SK에서 99경기 출장 타율 2할7푼2리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던 이명기는 KIA로 온 후 10경기에 나서 37타수 15안타 타율 4할5리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15일 넥센전부터 21일 LG전까지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낸 이명기는 2번 타순에 배치돼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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