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포워드/센터 안데르송 바레장(브라질대표)의 이적설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미국의 오락/스포츠 전문유선방송 《ESPN》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행 가능성을 언급한 후 20일에는 클리블랜드가 속한 미국 오하이오주의 《더 모닝 저널》을 포함한 복수의 언론이 이적설을 보도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제한적인 자유계약선수(FA)가 됐던 바레장은 이번 시즌 개막 후에도 거취가 불투명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4일 샬럿 밥캣츠의 ‘계약기간 3년-총액 1,740만 달러(179억 원)’라는 제의에 동의했으나 다음날 캐벌리어스가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 재계약을 맺었다. 제한적 FA는 다른 팀의 조건에 선수가 동의해도 원소속팀이 같은 계약을 제시하면 이적할 수 없다.
거취결정지연으로 지난해 12월 11일 이번 시즌 첫 경기를 치른 바레장은 아킬레스건-발목-무릎 부상이 이어지며 정규리그 48경기(선발 13회) 평균 27.5분-플레이오프 13경기(선발 0회) 평균 18.5분 출전에 그쳤다. 이는 정규리그 34경기 결장을 의미한다. 바레장은 부상으로 올림픽 예선에 참가하는 브라질대표팀 합류도 무산됐다.
따라서 이글에서 다룰 바레장의 이번 시즌 활약상은 물론 액면 그대로 의미도 있지만, 계약문제로 팀 합류가 지연됐고 이후에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의 기록이라는 것을 참작하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 정확한 골밑슛
- 2007/08시즌 바레장 골밑슛 통계
이번 정규리그에서 바레장의 골밑슛은 54.9%의 야투정확도를 기록했다. 최근 골밑 선수임에도 점프슛의 비중이 높은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레장은 전체 공격 중 골밑슛이 62%다. 성공한 골밑슛 중 동료의 도움을 받아 넣은 골은 63%다. 도움의 비중이 높은 것은 무리하지 않고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득점을 했다는 긍정적인 면과 개인공격력이 빈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자료다.
2. 갈 길이 먼 점프슛 - 지난 시즌보단 나아졌지만…
- 2007/08시즌 바레장 점프슛 통계
* 조정야투정확도는 Effective Field Goal Percentage(효율야투정확도)의 의역으로 3점슛에 가중치를 준 통계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조정야투정확도 = (필드골 + 0.5*3점슛) / 야투 시도.
골밑슛은 정확하지만, 점프슛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통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골밑 선수가 점프슛을 자주 시도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적절한 기회에서 정확한 점프슛을 구사할 수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 점프슛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이나 정확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바레장의 불리한 상황이 연습과 반복이 필수적인 점프슛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생각한다면 지난 시즌 20.3%에 불과했던 조정야투정확도가 30%를 넘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결정력의 명암
- 2007/08시즌 바레장의 공격시간 21초 이후 통계
- 2007/08시즌 바레장의 박빙 상황 조정야투정확도
(경기종료 5분 전, 점수 차 5점 이하의 상황)
바레장에 대한 대중의 인식 중 결정력은 장단점을 막론하고 이렇다 할 평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주연보단 조연이기 때문인데 이번 시즌 바레장은 여러 악재에도 공격시간 21초 이후 49.6%의 조정야투정확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같은 상황의 조정야투정확도는 43.8%였다.
지난 시즌보다 정확도가 향상된 것도 긍정적이지만 길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꺼리는 이 시간대에 바레장은 자신의 공격 중 46%를 시도했으며 단독 공격보다는 성공한 공격 중 도움 비중이 78%가 될 정도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호평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경기종료 5분 전, 점수 차 5점 이하의 박빙에서 이번 시즌 바레장의 조정야투정확도는 아쉬웠다. 골밑슛은 60%로 오히려 정규시즌 전체 평균보다 높았지만, 점프슛은 23%, 공격시간 21초 이후는 40%로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 시즌 동일상황에서 바레장은 점프슛 14.3%-골밑슛 85.7%-공격시간 21초 이후 60%로 부정확한 점프슛을 제외하고는 박빙에서 극도로 강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4. 파워포워드/센터로 일정한 활약 - 그러나 특출나진 않다.
- 2007/08시즌 바레장 위치별 48분 환산 통계
* PER은 선수효율성지수로 15가 리그평균이다.
이번 시즌 바레장은 파워포워드로 팀 경기시간의 15%, 센터로 17%를 소화했다. 출전시간뿐 아니라 활약에서도 큰 차이가 없이 균일한 모습이다. 파워포워드로 리바운드, 센터로 공격정확도의 우위가 눈에 띄지만 두 위치에서 모두 리그 평균 이하였다. 슛 시도가 48분 환산으로 파워포워드 10.8회-센터 10.6회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팀 내 공격비중이 크지 않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48분 환산으로 파워포워드로 4.3회, 센터로 5.1회의 반칙이다. 흔히 바레장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용기있는 선수로 평가되고 이번 시즌 선발 출전이 13회로 주전이 아닌 교체선수였기에 잦은 반칙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경기당 27.5분을 소화한 바레장은 단순한 교체선수가 아니다. 잦은 반칙으로 출전시간이 제한되고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활력과 용기도 좋지만 요령 있는 수비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 바레장의 반칙횟수는 그나마 지난 시즌보단 나아진 것이다. 바레장은 2006/07시즌 48분 환산으로 파워포워드 4.9회-센터 7.4회의 반칙을 기록했다.
5. 지난 시즌과 상반되는 수비특성 - 준비 부족 탓?
지난 시즌 탁월한 파워포워드 수비와 아쉬운 센터 수비를 보여줬던 바레장은 이번 시즌 반대로 센터 수비는 나쁘진 않았지만, 파워포워드 수비는 허술했다. 여러 악조건 탓인지 지난 시즌보다 수비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부분 특성이 반대로 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208cm 109kg라는 바레장의 체격은 NBA에서 파워포워드로는 이상적이지만 센터로는 높이와 힘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시즌 센터 수비 문제를 이러한 체격 열세를 이유로 볼 수 있다면 이번 시즌 파워포워드 수비의 허술함은 준비부족으로 운동능력이 저하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NBA의 파워포워드는 센터 수준에 근접한 신체조건으로 스몰포워드 못지않은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위치다. 앞서 언급한 열정과 용기 같은 정신적인 장점 외에도 수직도약과 긴 팔, 블록슛과 속공 가담 능력 등을 인정받는 바레장이지만 신체능력을 냉정히 평가하면 흑인이 아닌 선수 중에서 좋은 편일 뿐이다.
이번 시즌 바레장은 재계약 지연으로 준비에 차질을 빚고 합류 후에도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NBA 경력이 4년째인 경험을 살려 힘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느린 센터수비는 잦은 반칙을 섞어가며 선전했지만, 파워포워드를 상대로는 운동능력의 부족을 실감했다.
힘의 열세는 반칙으로라도 끊어서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지만, 운동능력의 격차는 손쓸 겨를도 없을 때가 있다. 바레장이 센터보다 파워포워드로 뛸 때 수비가 허술했음에도 반칙이 더 적은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6. 투박한듯해도 영리하다. -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팀 4위
- 2007/08시즌 캐벌리어스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순위
(대상: 팀경기시간 10% 이상 출전)
바레장에 대한 대중인식은 열정과 용기 같은 정신적인 장점에 치중되어 농구 이해와 조직 기여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레장은 이번 시즌 준비기간이 부족했음에도 지난 시즌과 같은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4.5를 기록했다. 이는 캐벌리어스 4위에 해당한다.
이번 시즌 팀 경기시간 50% 이상을 소화한 122명 중 출전/휴식 득실차가 4.5보다 높은 선수는 36.9%인 45명에 불과하다. 점프슛이 부정확하고 공격비중도 높지 않으며 단독공격력도 의심되고 골밑 수비의 견고함도 완벽하지 않은 바레장이 ‘살림꾼’으로 통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조직 기여다.
7. 실망스러운 플레이오프 - 지난 시즌 호조와 대비
- 최근 2시즌 바레장 플레이오프 주요통계
(2006-07시즌 / 2007-08시즌)
지난 시즌 바레장은 정규리그에서 0.1의 팀공헌지수로 캐벌리어스 6위였지만 플레이오프에는 팀 2위인 6.6의 팀공헌지수로 준우승에 큰 공헌을 하여 호평을 받았다. 부정확한 점프슛은 여전했고 정규리그와 달리 파워포워드로 공격/수비 모두 부진했지만 대신 센터로는 공격/수비의 균형이 이상적이었고 골밑슛과 결정력, 센터 수비와 조직 기여의 호조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악재가 겹치면서 체력이 부족한 탓인지 이번 플레이오프는 실망, 그 자체였다. 파워포워드/센터로 좋은 수비를 보여준 것이 유일한 위안이지만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 부진하며 팀공헌지수 -4.3로 팀 8위에 머물렀다. 정규리그 바레장은 팀공헌지수 -0.4로 지난시즌과 같은 팀 6위였다.
8. 총평
정규리그 팀 경기시간 50% 이상 NBA 선수 122명 중 팀공헌지수 -0.4 초과자는 87명이다. 따라서 바레장이 리그 어느 팀에서 설령 주전급 출전시간을 얻는다고 해도 3인자가 최대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현재 바레장의 기량은 주연과는 거리가 멀다.
바레장의 장점은 개인기량 대비 높은 조직 기여와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파워포워드/센터 수비, 정확도가 높은 골밑슛 등이다.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여 수준급의 조연으로 활약하거나 점프슛 등 단점을 보완하여 지금보다 기량이 나은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현명한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레장이 이번 시즌처럼 재계약지연 때문인 지각 합류와 잦은 부상으로 충실한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NBA에서 꾸준한 활약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자신의 수준과 입지를 현명히 파악하여 정신적인 장점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안데르송 바레장 (Anderson Varejão)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C) NBA 공식홈페이지 (NBA.com)]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