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장기적인 슬럼프에 봉착한 슈퍼소닉'
최하위를 달리며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LG 트윈스.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바로 1번 타자인 '슈퍼소닉' 이대형의 부진이다.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합류와 6년간의 2군 설움을 극복하며 마침내 LG의 중심타선에 입성한 안치용, 부상에서 회복하며 돌아온 '쿨가이' 박용택과 '대기만성' 최동수의 합류로 어느 정도 타선의 모양새를 갖추며 무게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4,5월에 제 몫을 해주며 상대의 내야를 어지럽히던 이대형이 6월 들어 슬럼프에 빠지면서 자연스레 LG의 득점력도 감소했다.
현재 이대형은 285타수 79안타 2할7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5월까지 3할을 넘기며 지난해의 모습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 시켰지만, 6월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이대형이 기록한 6월의 성적은 56타수 11안타 1할9푼6리. 볼넷도 4개만을 기록하는데 그쳐 1번 타자의 본연의 임무인 출루율 또한 2할5푼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최근 4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와 볼넷을 양산해내지 못했다. 이는 곧 이대형의 부진은 LG의 패배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며, 또한 LG에서 이대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도 성립된다.
이대형이 타격의 슬럼프에 빠진 가장 큰이유는 역시 타격자세.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폼'을 중시한다. 예쁜 타격폼과 투구폼이 훌륭한 타자와 투수로 만든다고 김성근 감독은 항상 주장한다. KIA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미완의 대기' 전병두와 어느새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성장한 김광현, 그리고 '소년장사' 최정은 예쁘고 부드러운 투구폼과 타격자세를 가지고 있기에 지금보다 더욱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가 있다.
이대형은 타격시 주축이 되는 왼발이 고정되지 못한 채 공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앞으로 나가는 버릇이 있어 투수가 공을 투구할 시에 오른쪽 어깨와 오른 다리가 일찍 열리며 밸런스가 쉽게 무너져 버린다. 그리하여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일각에선 이대형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우스갯소리로 양발을 본드로 땅에 고정시켜 놓고 타격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한때 팀의 선배였던 주니치의 이병규 또한 예쁜 타격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특유의 컨택 능력이 있었기에 어떠한 타구든 안타로 연결할 수 있었고 수많은 노력과 연습이 있었기에 무너진 타격자세로도 충분히 훌륭한 타격을 선보일 수 있었다. 즉, 부단한 노력과 연구의 산물이자, '세월의 힘'이 만든 완성체였다. 하지만, 이대형은 겨우 지난해부터 LG의 풀타임 1번 타자로 활약해온 경험
이 일천한 선수이기에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는 지금의 타격자세로는 슬럼프를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형이 총 날려보낸 248개의 타구중 내야타구 횟수가 163개에 이르며 전체의 68.1%를 차지하고 있다. 안타 79개 중에 내야안타가 차지하고 있는 개수는 28개이다.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는 옆집구단인 두산의 이종욱은 내야타구비율이 46.4%이고 76개의 안타 중 겨우 9개의 내야안타만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비슷하게 빠른 발을 지녔지만, 이 기록들은 이종욱이 이대형보다 정확한 타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내야 안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공할만한 빠른 발이 잘 먹혀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소한 내야 땅볼에도, 죽을 줄 알면서도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1루 베이스로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에 많은 LG 팬들이 함성을 보내고 있다.
이대형이 루상에 나가면 빠른 발로 상대 베터리와 내야를 뒤흔들며 괴롭힌다는 것을 알기에 이미 7개 구단이 '이대형 경계령'을 내리며,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 자신의 팀이 분석한 데이터로 말미암아 수비위치를 잡고 수비시프트를 행하여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그리하여 최근 들어 이대형이 자신이 친 타구가 충분히 안타가 될 법한 타구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수비에 잡혀 아쉬워하는 모습을 수차례 선보였다.
6월의 이대형의 부진과 맞물려 3승 10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LG 트윈스. 이대형의 부진이 곧 LG의 부진으로 연결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그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슈퍼소닉'이라는 애칭답게 순간순간의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즌 중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무리지만, 자신의 단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여 지금의 슬럼프를 탈출해야만 한다.
과연 이대형이 긴 슬럼프의 터널을 통과하여 장마와 올림픽 휴식기를 앞두고 막판 대반격을 해야만 하는 LG에 어떠한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대형 (LG 트윈스 제공)]
박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