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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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없는 대표팀 '해결사'는 누구?

기사입력 2008.06.15 02:11 / 기사수정 2008.06.15 02:11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 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요르단전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마지막 일정에 돌입했다. 

서울 홈경기를 치르고, 요르단-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 이어 마지막 북한전을 홈에서 치르는 일정이었다. 한국은 서울에서 열린 요르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원정 길에 올랐지만, 그동안 약한 모습을 보였던 중동원정에서 2승을 거두면서 월드컵 최종예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중동원정은 역대 외국인 감독들이 사임하게 되는 '독배'였기 때문에 이번 원정 길에 쏠리는 시선이 다소 우려 섞인 것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할 수 있겠다.

3경기 2승 1무 - 6득점 3실점…원톱이 넣은 필드골은?

대표팀이 5월부터 치른 3경기에 부동의 원톱으로 출전한 선수는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수치상 3경기 2골을 넣으면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2골 모두 동료 선수가 얻어낸 페널티 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4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천재'의 화려한 등장으로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했고, 2005년에는 18골을 터뜨리며(컵 대회 포함) 신인왕 거머쥐어 기대를 충족시켰던 박주영이다. 당시 청소년 월드컵에서는 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고, 대표팀에서는 좌측 날개로 출전해서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었던 성인 대표팀을 구원했었기 때문에 그가 한국 축구의 골 갈증을 해결할 것이라 기대한 사람이 적잖았던 터였다. 

하지만, 2006, 2007년의 박주영은 각각 감독의 전술적 성향과 부상으로 인해 부진한 활약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그의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했고, 일시적 부진이라 평하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올 시즌에는 귀네슈 감독(FC 서울)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매 경기 출장을 하고 있으나 득점이 많지 않다. 사실 지난 두 시즌도 마찬가지이지만 박주영은 팀플레이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며, 골보다 귀중한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특히 올 시즌에는 골대의 저주에 시달리며,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이번 대표팀에서 소속팀에서와는 다르게 확실한 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이었기에 팀에 골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다. 

박주영은 이번 대표팀에서 원톱으로서 양 측면 공격수들 및 공격형 미드필더와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고, 프리킥을 도맡아 차는 등 공격 전방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활약이었어도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였던 골 사냥에는 실패했다. 매 경기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원정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미드필더들이 2선에서 찔러주는 전진패스 타이밍을 놓치거나 양 측면 공격수들의 패스를 트레핑 실수로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소년 대표 시절 논스톱 슛이든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슛이든 탁월한 골결정력을 보여줬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유독 골문 앞에서는 약한 모습이었다. 물론 청소년 대표와 성인 대표팀 간의 실력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박주영 또한 기량이 발전했기 때문에 간접적인 비교는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드는 아쉬움이다. 대표팀이 기록한 필드골이 한 골 이라는 점과 그 한 골 역시 김두현이 기록했다는 점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공격진의 '활발한 스위칭' 그런데 필드골은 한 골?

대표팀은 이번 3경기에서 안정환 박지성 김두현이 번갈아 가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다. 셋 모두 자신이 가진 장기를 살려 경기를 운영했고, 경기 내용에서 그들 개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스타일이 제각각 다른 이들이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였다. 요르단 원정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근호-박주영-설기현 조합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는 전 경기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의 물꼬를 트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3경기에서 팀이 기록한 필드골은 단 한 골이었다.

열심히 스위칭 플레이를 펼쳤지만 소득이 없었던 샘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약체인 중동팀들이 수비를 두텁게 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기에 공격수들이 골을 넣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이러한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펼친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잦은 패스 미스와 공격수들의 개인 돌파력 부족은 단순히 스위칭 플레이를 활발하게 했을 뿐 소득은 없는 비효율적인 플레이가 되게 만들어 버렸다. 더불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장면이 속출하면서 골 결정력까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톱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까지 투톱 시스템을 주로 사용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전술적인 테스트를 거치면서 마침내 월드컵에서는 원톱체제로 경기에 나섰고, 한국은 그렇게 4강까지 진출했다. 이후 대표팀을 맡은 감독들은 모두 포백을 정착시키려 애쓰면서도 공격은 양 측면 공격수에 원톱을 세우는 전형적인 쓰리톱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그간 대표팀의 원톱자리에는 이동국 조재진을 비롯하여 김도훈, 우성용, 김동현, 남궁도 등 걸출한 공격수들이 이름을 올렸었다. 리그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 선발하기는 했으나 그들이 거둔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유럽이나 남미의 골게터들에 비해 골결정력이나 기본적인 기술이 뒤처짐에도 그들은 원톱으로 출전했고, 이것은 감독들의 이상한 고집으로 비쳤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체제하에 출전한 2006 월드컵에서도 조재진이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정작 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그리고 맞이한 허정무호 역시 원톱 체재를 고수하면서 그 자리에 조재진과 박주영이 나섰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성공시킨 필드골은 없었다. 오히려 윙어들의 돌파력이나 크로스 능력이 떨어지는 한국으로서는 투톱 시스템이 더 어울림직 해보이지만 아직까지 그런 시도를 했던 감독은 드물었다.  수비적인 이유가 있더라도, 한번쯤 시도조차 필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킬러'를 찾아내려면



올해 K-리그에는 유난히 신예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성남의 조동건과 수원의 신영록, 서동현 등 팀에서 어린 선수들이 팀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미 프로선수로 리그에 뛰어든 지 5시즌이 지난 신영록은 그동안 청소년 대표팀에서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득점이 저조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올 시즌 고비마다 골을 터뜨리면서 수원의 돌풍을 견인하고 있고, 서동현 역시 후반 교체 투입된 경기에서도 매 경기 골을 기록하며 '특급 조커' 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데뷔 후 두 경기 연속골을 성공시킨 조동건 역시 올 시즌 주목받는 신인이다. 조동건은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고도 부상으로 첫 경기도 치르기 전에 소속팀으로 복귀했기에 아직 대표팀에서 기량을 검증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동안 허정무호의 항해는 순탄치 않았다. 월드컵 예선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었고,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최종 예선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승점을 따기 위한' 축구를 구사했다. 그 과정에서 허정무 감독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을 최종 예선으로 이끌면서 목적 달성은 했다. 그럼에도, 경기 내용이 너무나 실망스러웠기에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고 박수를 치기에는 선뜻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약체 팀들을 상대로 홈에서 까지 골을 내주며 3실점(페널티킥 1골 포함)을 한것도 문제이지만 공격수들이 기록한 필드골이 없다는 점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부분이다.  

이제 최종 예선을 치르면 월드컵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돌이켜 보면 그리 많은 시간도 아니었다. 매번 최정예 선수들이 모일 수 없는 대표팀의 특성상 조직력을 다지기도 쉽지 않고,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하기도 쉽지 않다. 

K-리그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친선경기를 추진하고, 최종 예선 경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한다면, 이번 3차 예선에서 나타난 '킬러' 부재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기존 국내외 리그에서 활약중인 공격수들 또한  기본적인 기술을 충실히 익히고, 찬스에서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골 갈증을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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