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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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너무나도 '평범해' 보였던 이탈리아

기사입력 2008.06.14 16:36 / 기사수정 2008.06.14 16:36

김병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병호 기자] 이탈리아가 승점 3점을 따내는 데 또 다시 실패하였다.

이탈리아는 7일 새벽(한국시간)에 벌어진 루마니아와의 유로 2008 C조 조별예선 2라운드에서 1대1로 비기며 탈락의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한 이후 스타팅멤버와 전술에 대하여 수정을 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도나도니는 선수 구성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지난 경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중앙 수비수 바르잘리와 마테라치를 제외하고 파누치와 키엘리니가 중앙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네덜란드전 후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로쏘와 잠브로타가 좌우에 포진하였다.

미드필더진 역시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 첫 경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가투소와 암브로지니의 AC밀란 미드필더들이 빠지고, 그 자리를 페로타와 데 로시의 AS로마 선수들이 피를로와 함께 채웠다. 양 윙으로는 델 피에로와 카모라네시가 나왔으며 원톱에는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토니가 출전하였다.

델 피에로가 좌측 윙으로 나왔으나 거의 프리롤로써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제외한다면 언핏 AS로마가 토티를 원톱으로 놓는 4-2-3-1 전술에 가까워 보였다. 도나도니는 수비력과 패스 전개력을 가진 데 로시를 피를로와 함께 배치하면서 플레이메이킹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다재다능한 미드필더인 페로타를 전진 배치하는, AS로마의 미드필더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 듯 보였다. 그러나 플레이마저 로마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었다.

초반, 이탈리아는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하였다. 델 피에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날카로운 모습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고, 이탈리아의 'No.10' 데 로시는 새로운 ‘로마의 왕자’답게 좋은 수비력과 더불어 피를로의 플레이메이킹 부담을 많이 줄여주었다. 페로타 역시 종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그로쏘의 오버래핑은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원톱의 고립에서 또 다시 시작되었다. 루마니아는 작심한 듯 토니만 잡겠다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중앙 수비수인 고이안은 토니를 찰거머리 같이 막았다. 간혹 실수가 나왔으나 전체적으로는 토니를 잘 봉쇄하였으며, 공중볼 경합에서도 큰 키를 이용하여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토니가 뛰어난 원톱이라도, 고이안과 타마슈가 지키는 루마니아 수비진 사이에 고립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물론 전반 막판에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토니의 골이 인정되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축구에서 ‘만약’이란 말은 의미 없는 단어일 뿐이다.

이렇듯 이탈리아의 공격 패턴은 좌우에서 토니를 향해 올리는 크로스 위주였으나, 루마니아 수비진들이 단단하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골키퍼 로본트는 슈퍼 세이브를 계속 보여주었다.

결국, 토니는 또다시 고립되었으며, 이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토니를 잘 보좌해줄 필요가 있었으나, 델 피에로는 호흡이 맞지 않았고, 카모라네시는 AS 로마의 만시니와 같이 역동적이지 않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장면도 거의 없었으며, 페로타는 정말 훌륭한 미드필더이지만 뛰어난 득점 감각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또한, 데 로시는 그의 장기인 중거리슛을 후반전에 겨우 한차례 시도하는 데 성공했을 뿐, 사이드로 몰린 공격을 중앙으로 분산시키지는 못하였다. 결국, 이탈리아는 이 날도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뽑아냈을 뿐, 필드골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수비를 잠시 살펴보면 좌우 풀백들의 공격 가담은 좋았으나 네덜란드전과 마찬가지로 뒷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으며, 파누치와 키엘리니는 전 경기의 바르잘리와 마테라치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두 명 모두 영리한 플레이보다는 거친 플레이를 즐기는 탓인지는 몰라도 쓸데없는 반칙을 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리고 파누치는 굳이 주지 않아도 될 페널티킥까지 주고야 말았다.

결국, 경기는 1대1로 끝나고 말았으며, 이탈리아는 두 경기에서 승점 1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야 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네덜란드가 프랑스에게 4-1로 대승을 거두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승점과 골 득실, 다득점이 모두 같은 상태에서 최후의 일전을 치르게 되었다.

물론, 네덜란드가 루마니아와의 마지막 경기 이전에 이미 조 1위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패하게 된다면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의 8강은 모두 물 건너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은 전혀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두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결국 마지막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땅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경기에 최선을 다하여 승리를 따낸다면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보일지도 모른다. 모든 이탈리아 팬들은 더는 아주리 군단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원하지 않는다.

또한, 대표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경기의 부진을 딛고 이탈리아가 다시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 (C) 유로 2008]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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