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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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골 없는' 대표팀과 김남일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기사입력 2008.06.08 09:09 / 기사수정 2008.06.08 09:09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 지난 31일 서울에서 요르단과 2 대 2무승부를 기록하고 원정 2연전에 나선 대표팀은 지난번과는 다른 공격 카드를 들고 나왔다. 

요르단 원정의 활로를 뚫기 위해 중앙에 박주영을 기용하고 좌측 날개로 이근호 우측 날개로 설기현을 삼았다. 요르단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이 밝힌 대로 박지성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공격형 미드필드로 기용했고, 복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안정환을 벤치에 대기 시켰다.

유럽 해외파보다 더 대단한 김남일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해외파의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김남일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흡수하듯이 차단하던 김남일은 월드컵 이후 공격 전개 능력까지 향상되어 공수에서 팀을 운영하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특히 허정무 감독 부임 후 김남일의 유무에 따라 팀 공격과 수비의 무게감이 달라질 정도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지난 서울 경기에서도 김남일 교체 후 무기력하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공격을 했다는 점은 김남일에 대한 의존도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조투소’ 조원희와 짝을 이룬 김남일은 수비에서는 한발 앞서 예봉을 차단하고, 공격 전개시 예리한 전진 패스를 몇 차례 선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드 숫자가 두 명으로 줄어들어 김남일-조원희가 수비 지원에 이어 공격 전개까지 해야 했던 상황에서 김남일은 더욱 빛을 발했다. 공격 전개시 드리블에 이은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요르단 골문을 위협했다. 공격수인 박주영이나 박지성의 패스가 번번이 막힌 데 반해 김남일의 패스는 정확하게 공격수들에게 공급됐고, 요르단의 공세에 밀리기만 하던 한국은 조금씩 공격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김남일이 올 시즌을 앞두고 J 리그로 이적하기는 했지만 K 리그에서 활약할 때부터 대표팀에서 이러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국내파’ 김남일의 플레이는 부진한 해외파들의 움직임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수비, 공격, 템포조절…없어지면 어느 하나 제대로 안 되는 데?

어느 팀이든 수비형 미드필드는 수비의 시작이자 공격의 시발점이다. 전문가들은 현대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K 리그에서 활약하던 김남일은 ‘좀 하는’ 선수였지 대표팀에 승선할 만큼 주목을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본 후 바로 발탁하기는 했지만 그때 당시에 파이팅 넘치는 수비력에 비해서 패스가 정교하지 못했다. 그러던 김남일이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후 네덜란드(엑셀시오르) 리그까지 진출했으나 실패를 맛보고 돌아왔다.

단순히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교훈을 얻고 돌아왔다. 본인 스스로도 네덜란드의 수비형 미드필드들이 펼치는 공격 전개 능력과 슈팅에 느낀 점이 많다고 밝혔고 이후 플레이에서 전진 패스 성공률을 높이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수원 삼성으로 이적 후 주장완장까지 차면서 경기 템포를 조율하는 능력까지 더해지며, 어느덧 서른에 접어든 김남일은 플레이는 수비, 공격에 템포조절 능력까지 갖춘 플레이 메이커가 되었다.  

문제는 김남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수비 템포는 물론 공격 템포까지 조절을 하다 보니 그가 필드에서 사라지면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허정무 감독이 아직까지 효과적인 용병술을 펼쳐보이지 못하면서 대표팀 내에서 ‘주장’ 김남일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성과 김남일..그들에 대한 지난친 의존도

어떤 한 선수에 의해서 팀의 전력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닌 듯하다. 물론 한국 축구의 현실상 몇몇 선수들에 의해 경기의 질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게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허정무호 출범 이후 김남일과 박지성에 대한 의존도는 너무나 높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박지성에 대해선 공격 의존도가 높기에 그의 부진이 팀의 실점 상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남일이 부진한다면 팀 이 전체적으로 곤경에 처하고, 그가 필드에서 사라지면 선수들은 우왕 좌왕한다.

눈에띄는 점은 김남일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로 연결한 ‘킬러’ 가없는 점이다. 상대 공세에 시달리다가도 김남일의 침투패스로 공격 활로를 열었던 한국이지만 골로 연결하는 공격수는 없었다. 더욱이 김남일이 이렇게 공격에 나선 후 상대방의 역습이 시작될 때 한국 미드필드 진영은 조원희 혼자서 상대 선수를 차단해야 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해 수비 시에는 세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효과를 보고 공격이시에는 그를 공격의 키로 사용하려 했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다. 오히려 김남일이 수비시에 주 업무인 수비를 하고, 공격시에 패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경기에서는 이상한 용병술로 2점을 그대로 헌납한 허정무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는 아예 미드필드를 없애버린 전술을 펼쳤다. 안정환 김두현 등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벤치에 앉혀두고 그들보다 패싱력이 다소 떨어지는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드로 기용한 것은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었다. 계속해서 김남일에 대한 의존만 하고, 가진 자원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다면, 대표팀이 필드골을 넣는 것은 불가능할 듯하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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