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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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라울 없는 스페인의 '전술실험'

기사입력 2008.06.06 23:46 / 기사수정 2008.06.06 23:46

유형섭 기자



[엑스포츠뉴스 = 유형섭 기자]  유로 1회 우승, 월드컵 8강.  ‘무적함대’라는 별명과는 달리 스페인이 기록한 국제대회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2008년, 스페인은 64년 이후로 다시 한번 유로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원하고 있으며, 감독 아라고네스는 과감하게 라울을 팀에서 배제하였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의 전력을 극대화시킬 전술, 바로 4-1-4-1전술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이 전술의 핵심은 바로 파브레가스를 중심으로 한 4명의 미드필더에 있다. 실바, 챠비, 이니에스타와 파브레가스는 매우 유기적이면서도 위협적인 패싱플레이로 상대를 천천히 무너트리며 토레스에게 골찬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 전술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라울이 배제된 이유다.  ‘쉐도우 스트라이커’라는 자리 외에선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기 힘든 라울은 4명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1-4-1전술에선 전술적 효용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4-1-4-1 전술의 핵심은 파브레가스다. 파브레가스의 지휘 아래 카프데빌라와 라모스가 위협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고, 챠비가 중앙에서 안정된 패스를 전달한다. 윙이면서 동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을 갖춘 실바와 이니에스타가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최전방의 토레스는 확실히 골을 결정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이론적으로 굉장히 완벽한 전술로,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La roja'(스페인의 애칭, The Red)가 우승할 절호의 기회라며 한껏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술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바로 팀의 중심 파브레가스의 경기력이 좋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쉽게 아스날을 생각하면 된다. 바로 파브레가스를 보조해주는 파트너, 플라미니의 존재 유무다.  아스날에서 파브레가스는 플라미니의 뛰어난 보조 아래 맘껏 공격을 펼칠 수 있으나, 국가대표에선 파브레가스를 보조해줄 만한 선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아라고네스는 플라미니와 가장 비슷한 스타일인 데 라 레드를 선발했지만, 역량이나 국제무대 경험에선 아직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결국, 파브레가스라는 중심이 막히게 되면 건전지가 빠진 시계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시계는 이윽고 멈춰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4-1-4-1 전술시엔 수비형 미드필더인 1의 자리에 엄청난 부담이 가중되는데, 특히나 4명의 미드필더가 공격적일 경우에는 그 부담이 더욱 심하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미드필더 1의 자리에 마르코스 세나를 기용하고 있지만, 세나 역시도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를 즐기는 수비형 미드필더이기에 이 점은 최대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스페인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고립되는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경우 결국 공이 수비라인에서 머물게 되거나 롱패스로 인한 실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스페인을 상대하려는 팀은 이 약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스페인은 출장경기 수로 주장을 선정하는데, 현재 주장은 카시야스다.  라울이 빠졌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많은 카시야스가 주장완장을 받게 된 것이다.  스페인 최고의 카리스마이자 팀의 중심이 되어줄 수 있는 라울이 빠진 현상태에서, 주장 카시야스가 과연 위기상황에서 주장완장의 무게를 이겨내고 지역감정이 가장 강한 나라인 스페인이란 국가를 하나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페인 예상 베스트 (4-1-4-1)

카시야스; 라모스, 푸욜, 마르체나, 카프데빌라; 세나; 챠비,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 실바; 토레스



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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