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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배구국가대표팀에도 명장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08.06.06 13:03 / 기사수정 2008.06.06 13: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어느 종목이건 강팀이 되기 위해선 코칭스태프의 지도력과 협회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최종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선수들을 선발하고 조련시키며 경기에 직접 투입할 권리를 가진 감독의 자리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한국남자배구 계를 살펴보았을 때, 현재 프로배구 4개 구단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검증받고 인정받는 명장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역대 한국남자배구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았던 김호철 감독은 이미 이탈리아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세계적인 지도자입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특징이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혔던 현대 선수들을 다시 일으켜 삼성화재를 뛰어넘는 강팀으로 키운 공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2006아시안게임에서 한국팀을 우승시킨 업적도 세웠습니다.

또한,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이 기본기를 강조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우는 배구를 주창했습니다. 그리고 LIG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도 이란배구를 발전시킨 전력이 있으며 유럽리그에서도 명성을 떨친 명장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해 번번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대한항공은 고려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백전노장 진준택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습니다. ‘이기는 배구’를 잘하는 팀은 공수주에 걸쳐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팀이 진정으로 많은 승리를 따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진준택 감독은 대한항공이 양쪽 날개의 공격력은 화려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어정쩡하기 그지없는 부분을 업그레이드시켜 강팀으로 만들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철저한 기본기 훈련과 세터들을 혹독히 훈련하겠다는 것이 진준택 감독의 계획입니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8 베이징올림픽남자배구 최종예선전에는 대한배구협회의 관계자들 외에 각 프로구단들의 사령탑들도 방문해 경기를 직접 지켜보았습니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도 한국이 일본팀에게 패한 그 현장 속에 함께 있었습니다.

프로구단들의 감독들이 뛰어난 지도자라는 것은 그 국가의 성인 배구 계에 희망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국가대표 자리에 있어야할 감독도 여러 부분에서 확실히 검증받고 국제배구 계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명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남자배구팀을 이끌고 있는 류중탁 감독이 그동안 지도자로서 활동했던 경력은 국가대표 코치를 지내고 명지대 감독을 짧은 기간 동안 맡았던 것과 현대캐피탈 코치로서 3년 동안 활약한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앞으로 지도자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류감독에게 주어져야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자리인 국가대표 사령탑의 자리는 좀 더 검증이 철저한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합니다.

대한배구협회는 재정난의 문제 때문에 그동안 대표팀에 두지 않았던 전력분석관을 지난해부터서야 갖추게 됐습니다. 프로리그가 존재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국가대표팀에게 지원되는 규모와 기획력이 이렇게 떨어지는 부분은 한국배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현대 배구는 예전과는 달리 많은 정보력과 전술을 통해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배구에 대해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일본이나 혹은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2~3명 이상의 전력분석관들을 배구 코트 곳곳에 배치해 실시간으로 상대팀과 자국팀의 경기 흐름을 감독에게 전송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진적인 전력분석은 곧바로 경기의 승패에 연결됩니다. 


이제 경기장 밖에서 준비하여서 온 전술로만 이기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습니다. 상황의 흐름을 뒤집고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경기장 안’의 분석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지난 월드리그에서 한국팀이 핀란드에게 4전 전패한 경험과 세 번 연속으로 일본 팀에게 진 것도 이러한 전술 부재에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3일에 벌어졌던 일본전을 살펴보면 우에타 일본대표팀 감독은 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양한 위치에 포진되어 있는 전력분석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세트마다 전술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2세트에서 일본이 패배하자 주전세터인 우사미 세터를 토모나가 세터로 교체하며 공격루트와 전술에 변화를 준 것이 3세트의 상승세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고정된 전술을 고집해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경기장 밖에서 준비해 온 전술이 절반 이상이라면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 답을 해결 수 있는 전술도 구사돼야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세터의 볼 배분을 상대팀에서 읽어나간다면 감독이 바로 지적해 패턴을 바꿔 나가야하고 일본팀의 철저한 분석 망에 걸려든 한국 팀의 주포 문성민이 결정적인 순간에 지속적으로 블로킹에 걸린 것을 확인했다면 문성민이 즐겨 때리는 대각 방향을 수정해 직선으로 많이 때리거나 강타대신 때론 연타를 섞어서 일본 팀의 수비진들을 흔들어 놓으려는 지적도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팀의 치밀한 전술 변화는 일본전까지 전혀 없었습니다. 

그나마 3연패를 당하고 나서 벌어진 호주전에서 다양한 선수기용과 권영민과 최태웅 세터의 이질적인 경기운용을 적절히 활용해 첫 승을 따냈습니다. 진작부터 이러한 전술이 가장 중요했던 아르헨티나전에서 이루어졌다면 한국 팀이 이길 가능성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연습장에서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한 것은 팀의 조직력을 다지는데 중요한 훈련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승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라면 경기장 안에서도 필요한 현장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량의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역량 있는 감독이 경기의 흐름과 팀의 문제점을 바로 잡어내서 작전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이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일본과 호주가 앞으로 변수를 일으켜야만 올림픽진출이 이루어지는 처지에 다다른 한국배구는 이제 국제무대를 관철할 수 있는 전력분석관들의 수급과 국제배구를 통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지도자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검증된 지도자에게는 대표팀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 2년, 혹은 3년 안에 남자와 여자배구 모두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강팀으로 변모시키고자 한다면 능력 있는 국가대표 지도자와 실시간 전력을 유용하게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제 한국배구가 더 이상 후퇴할 곳은 없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남자팀마저 올림픽 탈락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예전과 같이 수수방관한다면 남은 것은 한국배구가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는 일뿐입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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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배구전문기자 조영준 기자가 전하는 흥미진진한 배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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