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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③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아는 팀. 대구FC

기사입력 2008.06.03 11:23 / 기사수정 2008.06.03 11:23

전성호 기자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③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아는 팀. 대구FC'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K-리그 2008시즌 전반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두 팀을 꼽으라면 수원삼성과 대구FC를 들 수 있겠다.

수원은 K-리그의 대표적인 명문구단 중 하나이고 시즌 초반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리그와 컵 대회 모두 1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대구는 창단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승보다 패가 많은 리그 중위권에 불과한 팀이다.

득실차도 -4에다가 패배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언론과 팬들은 대구의 축구에 찬사를 보내고 있고 대구의 홈 관중 수는 수원과 FC서울에 이어 K-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역대 K-리그에서 리그 7위 팀이 이토록 주목받은 적이 있었을까?
  


이러한 관심의 이유는 바로 대구의 축구가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축구와 가장 닮았기 때문이다.

대구의 축구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리그 11경기에서 슈팅 1위(147개), 득점 3위(24점), 도움 5위(13개), 코너킥 1위(62회)를 기록 중이며 공격포인트 TOP 10에 3명의 선수 - 장남석(7골 2도움), 이근호(6골 2도움), 에닝요(4골 3도움) -를 올려놓았다. 이 세 명은 슈팅 순위에서도 각각 1위(이근호), 3위(에닝요), 12위(장남석)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실점 1위(28점), 최소 파울 2위(156개)를 기록하고 있고 무승부는 한 번도 없다. 리그와 컵대회서 거둔 6승 중 역전승만 네 번을 올린데다 네 번 모두 후반 40분 이후 득점으로 역전했다.

이처럼 대구는 공격적인 전술,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지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여주는 팀이다. 이런 대구의 축구를 가리켜 사람들은 '공격축구'란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작년 시즌 개막 전 언론에서 연일 K-리그 팀들에게 '공격축구'란 단어를 강조할 때 성남일화 김학범 감독은 '공격축구의 정의가 무엇이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는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이기려면 공격을 해서 골은 가능하면 많이 넣고 실점은 적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경기는 공격축구"라고 말했다. 선수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감독은 이를 잘 활용해 자신의 축구관을 펼쳐보이려고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은 열심히 뛴다면 경기내용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이때 팬은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학범 감독의 말대로 공격축구의 첫 번째 필요충분조건은 승리를 향한 '최선'과 '열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도 팬들이 원하는 '공격축구'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두 담지는 못했다. 경기는 이기기 위한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 맞다. 그리고 감독과 선수들은 그들의 축구를 위해 열심을 다해야 한다. 맞다.

그러나 같은 '열심'이라도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이기기 위해 가슴으로 뛰는 것과 머리로 뛰는 것은 다르다. 즉, 팬들은 합리적인 플레이보다 열정적인 플레이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다. 

대구는 지고 있던 이기고 있던 그들의 공격 본능을 조절하지 않는다. 득점을 지키려 하지도 않고 지고 있다고 풀이 죽지도 않는다. 한 골을 넣으면 두 번째 골을 넣으려 하고 두 골을 허용하면 세 골을 넣으러 달려간다.

이런 대구의 축구는 바로 팬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그것이었다.

2006 월드컵 조별예선 한국과 토고의 경기에서 후반 막판에 얻은 프리킥을 한국이 백패스로 돌렸을 때, 팬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결정을 이해는 했지만 결코 유쾌해하지는 못했다. 이는 변병주 감독의, 대구의 축구가 사랑받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대구의 수장, 변병주

변병주 감독의 최대 강점은 '칭찬의 리더십'이다. 그는 팀이 연패에 빠져도 선수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이 잘한 점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기를 살려주고 자신감을 갖게 하면서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도 좋게 만든다. 대구에는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이 많은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질책을 받아 자신감을 잃고 주눅이 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선수들에게 팀워크를 강조한다. 특히 경기 중 동료가 실수할 경우 비난하는 것은 엄중히 금하고 있다. 동료의 플레이가 잘못되면 내가 한 발짝 더 뛰어 보완해야 팀워크가 살아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변 감독의 격려에 부상 등으로 자신감을 잃었던 하대성, 장남석 같은 선수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변 감독은 철저하게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전술을 취한다. 전임 박종환 감독이 선취골을 넣으면 수비적으로 많은 선수가 내려와 득점을 지킬 것을 지시했던 반면, 변 감독은 두 골을 넣어도 더 많은 골을 위해 뛰라고 주문한다.

또한, 그의 공격 축구 철학은 철저하게 팬에 대한 마음을 기본에 두고 있다. 인천과의 리그 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홈에서 하는 경기이니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라며 "적어도 2골 이상 넣어서 팬들이 관중석에서 2번 이상 일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이런 그의 말에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대한 보답의 마음이 담겨있다.

비록 이날 대구는 인천과의 경기에서 2:4로 패했지만 이런 감독과 선수들의 태도에 팬들은 패배나 네 골이나 허용했던 아픔보다는 두 골을 넣은 기쁨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대구의 진정한 '판타스틱 4', 이근호-장남석-에닝요-하대성

2008년 FC바르셀로나의 앙리-에투-메시-호나우지뉴의 '판타스틱 4'는 결국 무관에 그치며 실패로 끝났다. 대표팀의 새로운 '판타스틱 4' 박지성-안정환-박주영-이청용은 요르단전 무승부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올 시즌 대구의 '판타스틱 4'는 정말 판타스틱하다. 이근호-장남석-에닝요-하대성의 공격라인은 컵대회 포함 19득점 8도움이란 무시무시한 기록을 올리고 있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는 그가 기록한 6골 중 4골을 후반 40분 이후에 터뜨렸다. 그 중 무려 3골이 결승골이었을 만큼 순도 높은 활약을 보여줬다. 오프사이드 수 1위인 점은 스피드를 이용한 빠른 공간 침투를 펼치는 그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이런 맹활약 덕분에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조동건(성남)의 부상 대체 선수로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박종환 감독도 극찬했던 장남석은 가히 'K-리그의 필리포 인자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골문 앞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발은 느리지만 볼키핑력이 좋고 위치선정 능력이 탁월하다. 이근호와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둘의 공격 궁합은 오히려 빛을 발한다. 득점 감각 역시 뛰어나서 문전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리그 득점과 공격포인트에서도 각각 3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는 토종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용병' 에닝요다. 2003년 수원에서 뛸 때만 해도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기량이 만개하여 두두, 에두와 함께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용병으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킥력이 좋아서 대구의 모든 코너킥을 전담하고 있고 날카로운 프리킥 골도 자주 넣고 있다. 배후에서의 날카로운 침투도 위협적이어서 대구 스리톱의 한 축을 확실하게 담당해주고 있다.

이들 세 명이 대구FC 공격의 주연이라면 그 뒤에는 하대성이란 든든한 조연이 버티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근호의 말을 빌리면 하대성은 그 또래에서 만화 <슬램덩크>의 '정대만'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받았고 중학 시절에도 가장 공을 잘 차는 선수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대만처럼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축구 명문 부평고에서 부상으로 고생하며 1년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던 그는 3학년 때 성공적으로 복귀하며 이근호와 함께 전국을 제패했다. 졸업 후 부푼 기대를 안고 2004년 울산에 입단하지만 이천수, 최성국, 김정우, 이호 등 미드필더 자원이 많던 울산에서 그의 역할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또 다시 부상까지 당하며 두 시즌 동안 고작 K-리그 2경기를 뛰었을 뿐이었다.

2군에서 절치부심하던 그는 2006년 대구로 이적하면서 기회를 잡았고 2007시즌 변병주 감독 부임 이후로는 주전으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도 자신감이 결여된 플레이에 기복이 심했던 하대성은 올 시즌부터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대구의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다.
 
비록 수비 가담이 약해서 대구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이 벌어지게 하는 주원인 중의 하나란 지적을 받고 있지만 스리톱 바로 아래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해주고 공격 루트를 열어주는 하대성이 없다면 대구의 공격축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대구FC의 후반기는?

대구의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약했던 이유는 수비수 조홍규, 양승원이 십자인대파열로 이번 시즌을 접었고 윤여산 역시 부상으로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비진의 공백으로 경남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포백을 사용했다가 4실점을 당했고 이후 스리백으로 수비진을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윤여산이 곧 돌아올 예정이고 브라질 용병 실바 대신 외국인 수비수를 영입하거나 다른 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좋은 수비수를 영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구의 수비진이 재정비되고 지금의 공격력이 유지된다면 대구는 후반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대구는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원-성남-포항-서울-울산이 6강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에 앞으로 전북, 인천, 경남과 꾸준히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대구의 올 시즌 최대 수확은 성적이 아닌 바로 '공격'이란 팀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소중하다.

이제 축구팬들은 대구란 이름을 들으면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K-리그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열정'이다.  

대구에게 '패배'란 지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는 것이다. 대구의 '공격 축구'는 승리하는 축구가 아니라 승리를 갈망하는 축구이다.

그래서 대구는 'K-리그의 로맨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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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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