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31 00:59 / 기사수정 2008.05.31 00:59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작년 시즌, 안양은 참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날들이 지나가고, 용병들 또한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되고 팬들에게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불과 작년이었지요. TJ 커밍스와 마퀸 챈들러라는 두 용병이 안양의 새로운 식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안양을 떠난, TJ 커밍스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사람의 첫인상은 대면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들 하지요.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그의 모습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첫인상은 참 좋더군요. 뭔가 후덕해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선수가 그렇게 잘 웃는 선수였을 줄은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본 건 2008 시즌 전 연습경기 때였습니다. 역시나 그때도 생긋생긋 웃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왠지 잊히지가 않았던 모습이었지요.
연습경기 때 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서 그들이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을 즈음이었을까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다시 몸을 풀러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갑자기 커밍스가 본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옆에 있던, 바닥에 까는 자리를 가지러 온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그 자리에 제 가방을 놓아둔 상황이었는데, 그때야 알아채고 가방을 치워주자 커밍스는 특유의 그 미소로, 그리고 또박또박은 아니지만 확실히 들리는 발음으로 감사하다며 웃어주고는 자리를 가지고 다시 돌아가더군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천성이 어떤지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 알진 못해도, 이 사람 괜찮구나라는 생각을요. 물론 아주 소소한 일입니다만, 왠지 그때부터 느낌이 좋았다고 할까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느낌 중에서 말이지요.
시즌 초반 커밍스에겐 한차례 위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부진하다는 이유로 용병 교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지요. 물론 믿고 기용했는데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일이 막상 터졌을 때는 너무 급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커밍스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08시즌을 안양이란 팀에서 같이 보냈습니다.
그의 모습을 코트에서 보았을 때 한가지 조금 신기했던 건,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판정이 나와도 순순히 알았다며 돌아가거나 화가 날 상황이 생겼어도 흥분하는 모습이 드물었습니다. 덕분에 팬들에게는 착하다, 순하다 등의 즐거운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커밍스였습니다. 또한, 그는 코트에서나 코트 밖에서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할까요.
경기를 망친 날이든, 진 날이든, 어떤 날이든 그는 몰려드는 사인 공세와 또는 사진 요청에 싫은 티를 내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하고 사진 한 장을 찍어도 항상 품고 있는 그 미소를 보여주곤 했지요.
지금 와서 그를 추억해보면 사람 좋은 미소와, 카메라를 봤을 때 살짝 지어주던 브이 포즈 등이 생각납니다. 안양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한 몫을 한 선수였다 라든지, 이런 식으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저는 그것보다 그가 평소에 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보였든 선선했든 모습이 더 떠오르곤 합니다. 자신에게 손을 뻗어주고 이름을 외쳐주던 사람들에게 화답해주던 모습을 볼 때마다 예전 시즌에 있었던 단테 존스의 모습이 기억나기도 했지요.
경기 시작 전 몸을 풀 때, 가끔 커밍스에게 카메라를 돌려봤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그는 씩 웃거나 살짝 포즈를 취해주곤 했었지요. 그리고 가끔 코트를 달궈 주었던 플레이. 이것이 제가 그를 추억하는 전부입니다. 생각나면 괜스레 마음 한켠이 비워진 듯한 느낌이 들던 건 비단 한 용병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허전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더 아쉬운 건 단순히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것보다 이제 그를 생각날 때 한 번씩 추억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젠 보고 싶을 때 그리워할 수 있는 게 다라는 것이 가끔 쓸쓸해지기도 하고요.
그가 떠난 지, 한 달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때때로 추억해 봅니다. 안양이란 팀에서 25번을 달고 마주했었던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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