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30 10:45 / 기사수정 2008.05.30 10:45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①
'Best & Worst'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K-리그가 2008시즌 전체 일정의 40% 정도를 소화하고 한 달여 간의 휴식기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월드컵 3차 예선 일정과 유로 2008이 K-리그 팬들의 축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다행이지만, 우승 트로피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놓고 더욱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K-리그 후반기가 더 기다려집니다.
[스카이박스]는 K-리그 2008시즌 후반기를 기다리며 전반기에 있었던 여러 가지 화제와 사건, 기록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2008시즌 전반기에서 보인 '최고 & 최악'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고의 경기 - 전남: 서울 리그 8라운드 후반전
만약 이 경기를 전반전만 보고 채널을 돌렸거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멋진 경기였다.
지루한 공방전을 벌였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시작 2분 만에 전남의 김태수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취골을 뽑아냈고, 다시 2분 뒤 슈바가 헤딩으로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하며 전남 쪽으로 승부가 기우는 듯했으나 후반 13분 서울의 이청용이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을 시작하였다. 서울은 무삼파와 정조국을 교체투입하며 동점을 노렸고, 결국 정조국이 후반 31분 교체투입되자마자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데얀이 골라인 30cm 앞에서 헛발질을 하며 득점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결국 후반 39분에 멋진 오른발 칩 슛을 성공시키며 실수를 만회했고 서울은 대역전에 성공하였다.
이후 전남의 총공세가 이어졌지만 불발로 끝나며 서울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45분, 교체투입된 고기구가 슈바의 헤딩을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 경기 종료 직전 슈바가 김병지 골키퍼까지 제치며 마지막 슈팅을 시도한 순간 광양구장의 모든 팬들이 벌떡 일어났지만 아쉽게도 공은 골대 옆 그물을 맞았고 결국 전남은 재역전에 실패하며 경기를 무승부로 끝마쳤다.
비록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후반전 내내 팬들은 손에 땀을 쥐며 한순간도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명승부였다. 이번 시즌 K-리그의 달라진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후반전이었다.
아마도 이 경기를 보며 즐겁지 않았던 사람은 단 한명,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두 팀 수비진의 붕괴를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뿐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경기 - 부산: 광주의 리그 5라운드
만약 이 경기 전반전을 보고도 채널을 돌리지 않았거나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할만한 경기였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8천여 명의 관중에게도, TV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에게도, 이 경기는 거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필이면 이런 경기가 TV 중계를 탄 것도 정말 속 터지는 일이었다.
애초에 서로 '최소한 비기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나왔는지 양팀에게선 공을 중앙선 바깥으로 끌고나갈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진패스보다 백패스가 더 자주 보였고 전반전만 하더라도 '뻥 축구'의 상징인 수비진에서 바로 1선으로 올리는 롱패스가 부산 17번, 광주 7번, 모두 24번이 나왔다. 아마 관중들은 경기 내내 고개를 들고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슈팅은 전후반 모두 합쳐 부산 6번, 광주 5번이었다. 대구의 한 경기 평균 슈팅 수는 13.36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두 팀이 얼마나 빈공을 펼쳤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졸전은 결국 이번 시즌 K-리그에서 다섯 번밖에 없었던 0:0 경기로 끝을 맺었다. 광주는 군팀이니 말할 것도 없고 부산도 6월 휴식기간 동안 휴가 없이 선수단 전원이 '지옥훈련' 합숙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다시는 이런 경기를 펼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돌아오기를.
최고의 골 - 조동건(성남)
신영록(수원)의 라이벌 서울을 무너뜨린 통렬한 중거리 슛, 안정환(부산)의 그림 같은 터닝슛, 서동현(수원)의 라보나킥 골, 박주영(서울)의 힐패스에 이은 이청용의 골, 안효연(수원)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과 이에 못지않게 멋있었던 다이빙 세레모니, 김진용(경남)의 마라도나 드리블에 이은 골, 에닝요(대구)의 프리킥 골 등 그 어느 때보다 멋진 골이 나온 K-리그 2008시즌 전반기였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골은 역시 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성남의 '슈퍼 루키' 조동건의 칩 슛이었다. 슈팅 자체도 멋있었지만 골을 만들어 가는 성남 공격수들의 과정 역시 역동적이고 훌륭했기 때문이다.
전남과의 경기 후반 22분 두두가 아크 정면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의 최성국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줬다. 최성국은 슈팅할 듯 하더니 곧바로 뒷공간을 파고들던 조동건에게 감각적인 라보나 킥으로 스루 패스를 넣어줬다. 이를 이어받은 조동건은 염동균 골키퍼와 골대 사이의 좁은 공간 사이를 통과하는 로빙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도저히 신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침착함과 배짱에서 빚어진 이 골은 가히 또 다른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리는 징조라 할만 했다. 포르투갈 리그까지 거친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김동현을 단숨에 벤치에 앉혀버릴 정도로 돌풍을 몰고 온 이 스트라이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조동건은 최근 대표팀에도 승선했지만 정강이뼈 부상으로 아쉽게도 A매치 데뷔는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최악의 골 - 최성국(성남)
최성국의 리그 10라운드 부산과의 경기에서 멋진 오른발 슈팅에 의한 득점. 사실 상당히 멋진 골이었지만 이 골이 최악의 골로 선정된 이유는 바로 골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 때문이다.
전반 36분 김유진(부산)은 팀 동료 김태영이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선수 보호차원에서 볼을 운동장 밖으로 걷어냈고 성남은 관례적으로 부산 쪽에 공을 건네줬다. 하지만 김유진이 터치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는 순간 갑자기 두두가 뒤에서 달려들어 공을 가로챘고, 이것이 조동건을 거쳐 최성국에게 연결되어 득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통상 소유권을 돌려준 볼은 빼앗지 않는 것이 관행인데도 두두의 '비겁'한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이어지자 부산 선수들은 극도로 흥분했고 더 이상 경기가 진행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김학범 감독의 빠른 판단으로 부산에게 보상 골을 내주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두두의 행동은 비신사적이면서 한창 달아오르던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였다. 더군다나 이 보상 골로 인해 안정환의 8년 만의 리그 득점이 '최고의 민망한 골'이 되 버리게 한 것도 가산점을 부여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최고의 골과 최악의 골 모두 두두-조동건-최성국 트리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최고의 장면 - 대전시티즌의 김호 감독의 200승 달성
김호 감독의 프로축구 통산 첫 200승 달성은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대전 시티즌의 시즌 초반 부진은 눈앞에 다가왔던 김호 감독의 200승 달성을 자꾸만 늦추고 있었다. 이러다가 자칫 울산 현대 김정남 감독에게 기록 달성을 추월당하는 것이 아닐까란 우려마저 들었다. 다행히 리그 7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199승째를 거두었지만 뒤이은 울산과 경남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대기록 달성은 오랜만에 구덕 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질 부산과의 경기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런데 경기를 나흘 앞두고 김호 감독은 교통사고로 며느리와 손자를 잃게 된다. 그렇지만, 김호 감독은 장례 와중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까 봐 사고 소식을 선수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훈련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러한 감독의 프로정신에 대한 보답으로 선수들은 투혼을 바쳐 부산과의 경기에 임했고 결국 경기 종료 직전 이성운이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김호 감독의 200승 달성에 기여했다. 경기가 끝나고 주장 최은성을 비롯한 대전 선수단 일동은 김호 감독에게 큰절을 하며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기도 했다.
아마도 대전 선수들은 자칫 패배 의식에 젖을 수 있었던 자신들이 지난 시즌 6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고통 가운데서도 팀과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승에게 큰 존경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이래서 스포츠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이다. 프로축구에서 가장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 노(老) 감독에게 박수를!
최악의 장면 - '전반 83분' 함안 사태
조성환(포항)의 웃통까지 벗어가며 벌인 지나친 항의, 송종국(수원)과 이상협(서울)의 신경전을 난투극으로 바꾼 김한윤(서울)의 과잉 진압(?), 곽희주(수원)의 대구전 두 골을 빼앗아간 홍진호 주심의 판정, 제칼로(전북)의 2군 경기 폭행 사건, 소주병도 모자라 이젠 의자까지 등장한 관중석의 각종 오물 투척 등 각종 유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악의 장면으로 등극한 사건은 함안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리그 7라운드 경남:서울 전의 '전반 83분' 사건이다.
TV나 라디오 중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이 날 경기를 팬들은 인터넷 문자 중계로 밖에 볼 수 없었고, 경기 진행이 전반전 17분경부터 항의로 인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댓글이 처음 달렸을 땐 모두 '낚시'로 생각하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지연이 사실로 밝혀지고 전반 45분에 추가시간이 28분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팬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실제로 전반 45분에 추가시간 28분이 주어진 뒤에도 10분 정도 항의가 계속되어 결국 추가시간까지 합쳐 전반이 83분 만에 끝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조광래 감독은 5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고, 당시 경기감독관과 심판들도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농번기임에도 오랜만에 내 고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를 직접 찾은 함안 관중들은 물론이고 일반 축구팬들도 팬을 가볍게 여기는 이러한 행동에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소신있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심판도 문제지만 지나친 승부욕과 심판에 대한 불신으로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선수와 코치진도 문제가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부' 이전에 '팬'임을 명심할 것!
최고의 역전승 팀 - 대구FC
모든 스포츠에서 있어 백미는 역시 경기의 승부를 뒤집는 역전승에 있다. 패배가 승리로 바꿀 때 절망은 환희로 바뀌고 팬들은 두 배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렇다면, K-리그 전반기 최고의 역전의 명수는?
바로 올 시즌 공격축구의 선봉에 서고 있는 대구FC이다. 3월 16일 부산과의 2라운드에서 3:2 역전을 시작으로 컵 대회 성남과의 경기에선 비기다가 2:1로 승리, 광주와의 8라운드에서도 비기다가 3:2로 승리, 전남과의 11라운드 경기에선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4경기 모두 후반 40분 이후에 터진 골로 역전승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의 공격축구의 핵심인 이근호는 후반 40분 이후 4골을 넣었고 이 중 3번이 결승골이란 사실이 놀랍다. 대구는 단순히 공격에 치중하고 슈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재밌는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극적인 승부를 펼친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치는 팀이다.
최악의 역전패 팀 - 부산아이파크
반면 선취골로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가 마지막에 무너지는 팀들의 경기는 팬들의 가슴을 쥐어 짠다.
전반기 동안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한 팀은 바로 부산 아이파크다. 대구-포항-경남에게 쓰디쓴 역전패를 당했고 전남-대전에게는
동점상황까지 따라 붙었다가 결승골을 얻어맞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특히 부산은 다섯 번의 역전패 중 무려 4번의 패배를 모두 후반 35분 이후에 실점하며 당했다. 이는 성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부산은 개막전 승리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3무 7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수비의 핵 곽태휘를 부상으로 잃은 지난 시즌 FA컵 챔피언 전남도 리그에서만 광주-전북-대구에게 3번의 역전패를 당하며 괜찮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리그 1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반면 역전패는 없었지만 서울 역시 5월 한 달 동안만 세 번의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하는 불운을 겪었다. 전남전에서 후반 45분 고기구에게 동점골을 내줘 3:3으로, 대전전에서 후반 45분 고종수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성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까지 다 지난 상태에서 경기종료 20초 전 모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기며 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골 세레모니 - 고종수
이진호(울산)의 엠블럼 키스도 멋있었고 수원 선수들의 스승의 날 기념 큰절 세레모니, 데닐손(포항)의 '가면 쓴 채 저질댄스' 세레모니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지만 역시 최고의 골 세레모니는 FC서울과 대전시티즌의 리그 10라운드 경기 후반 45분, 왼발로 동점골을 성공시킨 고종수의 세레모니였다.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공중에서 하체를 튕기며 세레모니를 펼치다가 그만 다리에 쥐가 나면서 쓰러지는 바람에 골 뒤풀이 직후 들 것에 실려나가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그러나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이 골 세레모니 덕분에 인터넷에 수없는 '짤방'(짤림 방지) 합성 사진이 재생산되며 팬들에게 '의도치 않은'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골 세레모니로 꼽힘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악의 골 세레모니 - 서동현 & 조재진
행위 의도의 진위를 떠나 리그 8라운드 수원과 전북의 경기에서 서동현과 조재진이 주고받은 상대 서포터즈 앞에서 펼친 세레모니는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장면이었다.
선취골을 넣은 서동현이 전북 서포터즈 앞에서 하트 댄스를 추었고 홈팬들이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한 조재진(전북)은 이후 동점골을 넣은 뒤 수원 서포터즈 앞으로 달려가 과격한 어퍼컷 세레모니를 여러 번 날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05/06시즌에 게리 네빌(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리버풀 서포터즈 앞에서 민망한 세레모니를 연출한 것이 논란이 되었는데, 두 세레모니 모두 세레모니와 욕설의 경계에 미묘하게 걸쳐 있다는 점이 닮아있었다.
하지만 비록 조재진은 '모욕'을 느껴서 그랬고 서동현은 추후에 밝혔듯이 그런 '모욕'의 그런 뜻이 없었다 할지라도 양쪽 선수와 팬들이 극도로 흥분하게 되는 골 장면에서는 최소한 상대편 서포터즈를 자극할만한 세레모니는 없는 것이 좋겠다. 자칫 팬들 간의 충돌을 일으키거나 선수에게 위협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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