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채정연 기자] 한 명이 왔을 뿐인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대호가 가세한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전부터 달라져 있었다.
롯데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17 시즌 개막전에서 2승 1패를 마크하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1차전은 1점 차로 석패했지만, 이어진 두 번의 경기에서 선발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롯데가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것은 718일 만이다. 지난해 롯데는 같은 경남 지역을 연고로 둔 NC 상대로 1승 15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엔공증'에 시달렸다. 팬들이 건 현수막 속 연패 숫자는 늘어났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롯데는 2년 연속 리그 8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겨울, 일본과 미국을 두루 거친 이대호가 6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대호의 복귀 소식만으로도 야구계는 뜨겁게 끓어올랐다. 이대호의 복귀는 롯데에게 단순한 '리턴'이 아니었다. 영원한 4번타자, 느슨해진 롯데 선수단의 구심점을 잡아줄 수 있는 정신적 지주의 귀환이었다.
NC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이대호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난해 수많은 패배를 안긴 '천적'이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이대호는 오히려 "우리는 이길 때가 됐다. NC가 더 부담될 것이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되,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한 마디였다.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빼놓지 않았다. 이대호는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한 가지만 계속 얘기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자'였다. 선수들이 단합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잘 뭉쳐서 성적이 난다면 팬들도 화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시다시피 롯데 팬이 워낙 많다"며 "헌데 야구장에는 지금 많이 안 오신다. 선수들이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면 많이 와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달라진 롯데를 예고했다.
'4번타자'이자 '주장' 이대호는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개막전에서 홀로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분루했다. 특히 9회초 추격의 솔로포는 NC 쪽으로 기울어 있던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이었다. 비록 1점 차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롯데는 지난해처럼 무력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팀이 하나로 뭉쳤다. 단결과 집중은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 2차전에서 롯데는 선발 김원중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김대우의 2타점에 힘입어 3-0 승리를 거뒀다. 필승조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박시영의 호투와, 8회초 위기를 막아낸 든든한 마무리 손승락의 피칭이 빛났다. 다득점은 아니었지만, 필요할 때 점수를 만들어내는 타선의 집중력 역시 돋보였다.
전날 마음 졸이며 얻은 승리였다면, 3차전은 화끈한 타격전으로 승기를 잡았다. 강민호의 멀티홈런을 비롯해 신본기, 전준우, 정훈까지 무려 5개의 홈런이 터졌다. 선발로 나선 박진형이 3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향후를 기대케했다. 이대호는 1안타와 1사구로 선취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달라진 팀 분위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단을 잘 리드한다. 역량부터가 스케일이 다르다"라고 이대호를 칭찬한 조원우 감독은 "몸쪽에 공이 와도 피하지 않는다.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크게 쳐야 할 때, 팀 배팅을 해야 할 때는 잘 알고 있다. 컨택 능력이 워낙 좋으니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한다"고 전했다.
이대호 역시 NC전 연패 마감에 기쁨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3차전이 끝난 후 "NC 상대 15연패를 끊은 게 기쁘다. 후배들이 뭉쳐서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복귀 후 투수들을 상대하며 집중하려 하고 있다. 홈런보다 출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홈 개막전에 집중해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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