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s 인터뷰②] '피고인' 오승훈 "김석, 원래 이름도 없는 인물이었죠"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피고인'을 통해 성공적인 브라운관 데뷔를 치른 신예 오승훈. 차민호의 악행을 직접 저지르는 인물이다 보니, 첫 작품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런 그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성규(김민석 분)를 죽이는 장면. 그는 성규를 죽이기 위해 구치소 복도를 걷던 것부터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문을 열고 또각또각 들어가는데 그 분위기가 소름이 돋더라. 연기하면서도 무서웠다. 이후 성규의 입을 막고 칼로 찌르는 연기를 했는데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인상에 남았다. 민석이 형이 도와준 덕분에 잘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임팩트를 남긴 김석(오승훈)이지만, 처음 오승훈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름도 없는 인물이었다고. "석이는 원래 이름도 없는 흥신소 직원이었다. 원래 4회 대본까지만 있었다. 그때 엄기준 선배가 나를 '야', '임마' 이런 식으로 부를 수 없으니 부를 이름이 필요했고 그때 석이의 이름이 생겼다. 이후 분량이 점점 늘어났다."

'피고인' 작품에서 엄기준이 오승훈의 은인이 된 것처럼, 극 중 차민호(엄기준)와 김석의 관계도 비슷했다. '피고인' 시청자들이라면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도대체 왜 김석이 차민호에게 저렇게까지 순종하는지'에 대한 뒷배경을 물어봤다. 

"작가님을 엄청 귀찮게 하며 석이에 대해 물어봤었다. 차민호는 석이 아버지의 은인이고, 가족들이 없어진 석이를 거둬 준 인물이다. 한없이 나빠보이는 악인이지만 석이에게는 하나뿐인 형이자 가족 같은 존재. 그래서 형을 좋아하는 마음에 충성심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석이도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마음을 품게 된다."

결국 김석은 극 후반부 법정에서 박정우를 위해 차민호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해 오승훈은 "차민호를 배신했다기보다 이제 형이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차민호를 바라보는 김석의 안타까운 눈길이 설명됐다.

또 하나 김석이 남긴 명장면은 바로 신철식(조재윤 분)과 박정우에게 붙잡혀 회유를 강요당하는 장면이다. 땅속에 묻힌 채 4~5시간을 촬영해야 했다. 몸을 쓸 수 없으니 표정만으로 석이의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했다.

"촬영장에 갔더니 상자가 있었다. 그래서 밑으로 움직일 공간은 있었는데 문제는 목을 못 움직이니, 목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눈빛과 숨 쉬는 것만으로 석이가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신이었다. 의도에 맞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신을 촬영한 뒤 뿌듯했다."

그는 "4~5시간 동안 땅에 묻혀있었는데, 선배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명장면의 공을 함께 촬영한 지성과 조재윤에게 돌렸다. 특히 조재윤은 오승훈이 출연한 농구 예능 '버저비터'를 봤다며 그에게 관심어린 말들을 해줬다고. 덕분에 오승훈은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를 마쳤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알면 알수록 오승훈은 김석과는 다른 인물이었다. 김석이 가진 어두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밝고 건강한 청년이 눈 앞에 있었다. 이렇게 상반된 이미지에도 그가 김석을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태수(강성민)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정우와 브로맨스를 그리다가, 누나를 죽인 매형에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양면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보시기에 내가 그 역할을 맡기엔 너무 어렸고, 그래서 제안이 들어온 게 석이 역할이다. 그때 감독님께서 '니 눈이 굉장히 매섭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연기를 할 때 주로 센 역할을 많이 맡았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이어 그는 '피고인'을 통해 자신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내가 갖고 있는 거에 비해 운이 좋은 작품이었다. 드라마가 잘 돼서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도 진실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겠다. 조금 더 관심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