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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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이 뭔데이] 2년 만에 저버린 '레딩의 꿈'

기사입력 2008.05.19 10:10 / 기사수정 2008.05.19 10:1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Q.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시즌 UEFA컵 진출권까지 노렸던 레딩이 이번 시즌 부진을 거듭하더니 강등을 당한 것인데요. 설기현이 레딩에 몸담던 시절, 레딩의 놀라운 조직력과 케빈 도일의 엄청난 골들을 즐겁게 보던 기억이 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박형진 기자님, 왜 레딩이 강등을 당했다고 생각하시나요? - llwhrrh

A. 지난 시즌 8위를 차지하며 모든 전문가와 축구팬을 놀라게 했던 '돌풍의 팀' 레딩. 05/06시즌 위건이 보여주었던 10위의 성적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레딩은 경기내용에 있어서도 단연 돋보이는 프리미어리그 팀이었습니다. 하네만 골키퍼의 놀라운 반사신경, 송코의 투지 넘치는 수비, 시드웰과 하퍼의 환상적인 미드필더에서의 호흡, 도일의 놀라운 결정력까지…. 레딩은 마치 한 상 잘 짜진 한정식 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팀이었습니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말이죠.

그러던 레딩은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맨유와의 개막전, 그것도 올드 트래포드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인 레딩은 에버튼, 뉴캐슬, 리버풀 등 강호들을 꺾으며 선전했습니다. 볼튼, 웨스트햄 등 중위권 팀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면서 많은 승점을 쌓지는 못했고, 좀처럼 10위권 위로 치고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강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치명적인 8연패, 불운의 서곡

레딩에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기는 토트넘과의 '혈전'이었습니다. 레딩은 시세, 잉기마르손, 킷슨이 4골을 합작하였지만, 혼자서 4골을 득점한 베르바토프가 버틴 토트넘이 6골을 넣으며 4-6으로 패배하고 맙니다. 이런 식의 패배는 팀의 사기를 크게 저하하기 마련이고, 이는 경기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토트넘전을 시작으로 미들즈브러전 1-0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무려 8경기, 시간상으로는 세 달동안 패배만 연달아 기록한 것입니다.

8연패 뒤 2연승을 거두며 잠시 강등권을 벗어났던 레딩은 리버풀과 뉴캐슬, 풀럼, 아스날, 토트넘에게 차례대로 패배하며 다시 강등권으로 추락합니다. 31라운드 버밍엄전 승리 이후 다시 7경기 연속 무승의 슬럼프에 빠진 것입니다. 레딩은 마지막 경기인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며 4-0 승리를 거두었지만, 레딩이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세 골이 더 필요했습니다. 결국, 레딩은 골득실차에서 풀럼에 밀리며 18위로 강등이 확정되었습니다.

시드웰의 '부재', 도일의 '부진'

레딩이 지난 시즌과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만,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핵심선수의 공백이 아닐까 합니다. 레딩은 06/07시즌 맹활약을 보여주었던 시드웰을 첼시에 내주어야 했습니다. 계약이 만료되어가던 시드웰은 레딩과의 재계약을 원치 않았고, 결국 보스만 규정에 의해 첼시로 이적했습니다. 레딩으로서는 한 푼의 이적료도 받지 못한 채 팀의 핵심선수를 내준 셈이 되었죠. (첼시에 시드웰은 백업멤버에 불과했지만요.)

레딩은 우선 로테이션 멤버였던 군나르손을 하퍼와 짝지어 내보냈지만, 수비적 성향이 강한 군나르손에게 시드웰과 같은 공격전개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250만 파운드라는 거액에 (레딩으로서는 기록적인 이적료였죠) 영입한 파예 역시 수비수에 가까운 성향의 선수였고요. 결국, 레딩은 142만 파운드를 더 지출하며 1월에 체코대표팀 출신의 마렉 마테요프스키를 영입합니다.

레딩의 또 다른 문제는 스트라이커 도일의 슬럼프였습니다. 06/07시즌 34경기에서 13골을 득점한 도일은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설기현이 나간 후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았던 코펠 감독은 측면 미드필더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자 도일을 오른쪽 윙어로 기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윙어로서의 도일은 많은 어시스트를 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골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고, 무려 20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도일은 리그 마지막 경기인 더비전에서 한 골을 넣으며 무득점 기록을 끊었지만, 이미 레딩의 강등을 막기에는 늦은 시기였습니다. 도일이 지난 시즌만큼만 득점을 해주었어도, 아니 단 세 골만 더 득점을 했더라도 레딩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레딩의 꿈'을 앗아간 2년차 징크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여 돌풍을 일으킨 팀은 제법 있지만, 그 돌풍을 2년 연속 이어가는 팀은 드뭅니다. 05/06시즌 돌풍을 일으킨 위건은 그 다음 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고, 이번 시즌도 브루스 감독을 영입하며 겨우 강등을 면했습니다. 레딩은 위건에 비해 좀 더 불운했고, 그 불운을 감당하지 못하며 강등을 당한 것일 뿐입니다.

레딩의 강등은 그 자체로도 아쉽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강등 뒤의 후폭풍입니다. 레딩의 구단주 마제스키가 강등이 결정된 후 가장 먼저 만난 이가 스티브 코펠 감독인데요, 코펠 감독이 강등 직후 팀을 떠날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강등 뒤에는 감독이 경질되기 마련이지만,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한데다 주전 선수들을 놓친 상황에서 코펠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 없었던 것이죠.

다행히 코펠 감독은 마제스키 구단주와의 회담 이후 잔류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코펠 감독으로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니키 쇼레이를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미 웨스트햄 등의 오랜 러브콜을 받았던 쇼레이는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서라도 프리미어리그 팀으로의 이적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더랜드의 끈질긴 이적요구를 받았던 스티브 헌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 도일과 킷슨, 리타와 쉐인 롱이 모두 이적한다면 레딩은 심각한 선수난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사에 '만약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레딩의 강등을 두고 '만약' 시드웰이 남았더라면, '만약' 설기현이 레딩에 남고 도일이 스트라이커로서 좀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llwhrrh 님처럼 저 역시 레딩의 흥미진진한 축구를 더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진= 피스컵 2007 레딩과 리옹의 경기 모습 (C) 강창우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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