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결국은 '사람'이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이 사람 냄새 가득한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23일 개봉한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손현주와 장혁을 비롯해 김상호, 라미란, 조달환, 지승현, 오연아, 정만식 등이 출연해 빈틈없는 호연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영화가 담고 있는 시대는 1987년. 제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시킨 4·13 호헌조치가 묘사되기도 한다. '보통사람'의 원래 제목이 '공작'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에 충성하는 강력계 형사이자, 사랑하는 아내 정숙(라미란 분), 아들과 함께 2층 양옥집에서 사는 것이 꿈인 평범한 가장 성진(손현주)의 반대편에는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있다.
우연히 검거하게 된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이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일 수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성진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규남이 주도하는 공작에 가담하게 된다.
성진의 곁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막역한 사이이자, '상식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싶은 보통사람'을 얘기하는 자유일보 기자 재진(김상호)은 성진을 말리지만, 다리가 아픈 아들의 수술을 약속 받은 성진은 마음을 돌릴 수가 없다. 결국, 성진의 삶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1차원적인 인물에 색깔을 덧입힌 배우들의 연기로 캐릭터의 힘이 살아나며 인간적인 냄새는 물론, 30년이 지난 지금의 2017년을 함께 반추해볼 수 있는 무게감을 함께 갖추는 데 성공했다.
손현주는 '보통사람'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잔잔한 여운과 함께 그려낸다. 1987년과 2017년 사이에는 30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손현주의 연기는 이 시대 어느 아버지에 적용해도 맞아떨어질 정도로 표현하며 휴먼 드라마 장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여기에 기존에 볼 수 없던 악역 연기로 변신을 시도한 장혁도 눈에 띈다. 감정 없이 툭툭 내뱉는 냉혈한의 연기는 "장혁이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많은 연기자들이 긴장을 했다"고 얘기한 손현주의 생각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김상호와 라미란의 변신도 '보통사람' 속 캐릭터였기에 더 빛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상식이 통하는 시대'의 정의 역시 추재진의 곧은 신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라미란은 수화와 눈빛,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온전히 전달한다. 손현주와의 부부 조화 역시 그 시대를 살았을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역할을 위해 18kg 이상을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한 조달환은 '보통사람'의 중요한 키를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성진을 돕는 신참 형사 박동규 역의 지승현과 재진을 따르는 사진기자 선희 역의 오연아 등 조연들의 면면은 역할의 경중 여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탄탄함을 자랑한다.
"'보통사람'을 통해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는 바람을 밝혔던 김봉한 감독은 "배우들이 캐릭터 옷을 입으면서 문자로만 돼 있는 인물들이 사람 냄새와 땀 냄새 나는 인물들로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제목 그대로, '보통사람'들이 만들어 낸 완벽한 앙상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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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