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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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대전, 씁쓸한 패배에 울다

기사입력 2008.04.19 17:54 / 기사수정 2008.04.19 17:54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탄천, 박형진 기자] 대전의 김호 감독은 '덕장'이다. 경기 직전 인터뷰 요청에 선수들이 없는 치료실로 기자들을 안내한다. 혹시라도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주는 말이 나올까 우려한 감독의 사려깊은 배려다.

김호 감독은 성남전을 대비한 전술을 묻는 질문에 "그런 거 없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에게 "승패는 내가 책임질테니, 자신의 기량을 다 발휘해달라"고만 주문했단다. 자신의 팀을 "형편없다"고 말하는 김호 감독은 "한 경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스쿼드를 짜고 선수들을 투입한다. 한 경기 이기는 것보다 전체적인 축구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형편없지만, 우리 팀은 미래를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며 현재 대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호 감독의 축구 철학은 그야말로 '낭만적'이다. 뜨거운 날씨에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와 '유망주 육성', '체력관리사' 얘기를 늘어놓는 감독은 드물다. 김호 감독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눈 앞의 승패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전은 성남과의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완패', '대패'라는 표현이 적합한 경기였다. 대전은 변변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성남에 3골을 헌납했다. 낙심한 대전 선수들은 거친 반칙으로 경고만 3장 챙겼다. 대전의 패배는 김호 감독의 축구관처럼 결코 '낭만적'이지 못했다.

대전은 이번 시즌 수비를 튼튼히 하는 전술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3경기 동안 대전은 인천, 포항, 광주를 상대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광주를 상대로는 소중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리그에서 대전은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무 2패로 13위에 머물러있다. 컵대회에서 2승이 있기는 하지만 리그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대전의 고민은 미드필더다. 수비진은 김형일의 선전 속에 나름 안정을 갖추어가고 있지만, 막상 공격을 풀어주는 상황에서 미드필더의 움직임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고종수를 받쳐줄 든든한 미드필더가 없는 상황에서 고종수 역시 상대팀의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수비는 잘하지만 골을 만드는 과정을 주도할 선수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 대전의 최대 고민이다.

데닐손과 슈바의 공백 역시 걱정거리다. 몸값이 치솟은 데닐손과 슈바가 떠난 후 에드손과 에릭이 왔지만, 데닐손과 슈바가 보여주었던 위력적인 모습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에릭은 성남전에서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반전 종료 직전에 교체되었다. 박성호는 90분을 뛰고도 단 한 차례의 슈팅만을 선보였을 뿐이다.

김호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이 지금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는 것이 김호 감독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분명 지금 대전의 선수들은 나름의 잠재력이 있으며, 이기는 경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에게 강팀과의 대결에서 겪는 처참한 패배는 '약'이기보다 '독'에 가깝다.

대전은 무실점 행진을 3경기로 마감하며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전 완패로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을 추스르는 것이 '덕장' 김호 감독의 몫일 것이다. 비록 씁쓸한 패배에 울었지만, 김호 감독은 한 경기의 패배에 크게 개의할 감독이 아니다. 한두 경기의 승패보다 더 좋은 팀과 선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현재보다 미래를 더 낙관하는 감독이 바로 김호 감독이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지금 성남전에서 패배의 눈물을 삼킨 선수가 언젠가 '김호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설지.

[사진=김호 감독과 고종수 (C) 엑스포츠뉴스 박영선 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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