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7 17:52 / 기사수정 2008.04.07 17:52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나는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지만 내가 경기에 출전하고 팀에 도움이 되면 나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이제 예전같은 경기력을 되찾아야 한다"
지난 6일 저녁 미들즈브러전에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한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은 경기 하루 전 언론을 통해 이 같이 말했습니다. PSV 에인트호벤 시절 네덜란드 무대를 주름잡던 시절과 맨유에서 '신형엔진'으로 각광받은 때로 돌아가고 싶은 각오를 다졌죠.
그러더니 미들즈브러전에서 웨인 루니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활약을 펼쳐 자신의 해결사 진가를 증명했습니다. 후반 29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앤드류 테일러를 가볍게 제친 뒤 문전 우측에서 중앙으로 날카롭게 땅볼 패스를 연결하여 루니의 골을 도운 것이죠. 지난 3월 31일 AS로마전에 이어 2번 연속 '박지성 도움-루니 슛'의 공식이 만들어진 멋진 골 장면이었습니다.
최근 2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한 박지성의 활약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는 9개월 부상 공백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재 예전같은 활동량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로마전에서의 왕성한 수비 가담과 커트 동작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1~3월 중순과 달리 골문 안에서 동료 선수에게 골과 결정되는 패스를 2회 연결하며 해결사 기질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이타'와 '이기' 사이…그리고 박지성
박지성의 소속팀 맨유의 최대 강점은 11명이 아닌 22명의 주전급 선수를 보유하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씁니다. 그 선수들 중에는 이기 성향의 선수들과 이타 위주의 선수들이 섞여있어 다양한 선수층을 보유하게 됩니다.(여기서 이기란 남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일을 뜻하며 이타란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가리킵니다.)
맨유의 약점을 하나 꼽자면 이기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대표 주자격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한 카를로스 테베즈와 안데르손, 나니 등에 이르기까지 이기 능력이 강한 선수들이 스쿼드에 늘어난 것이죠. 맨유가 지난 FA컵 8강전서 포츠머스에 무릎을 꿇었던 주 원인은 선수 개개인 활약에 너무 치우쳐 상대팀 수비진을 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손은 올 시즌 골이 없지만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성향은 이기적 스타일로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 박지성은 맨유의 몇 안 되는 이타적인 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심보다는 팀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굿은 역할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꾸준한 칭찬을 받았죠. 그러나 이타적인 활약에 치우쳤던 탓인지 호날두처럼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워 자신의 가치를 빛내지는 못했습니다. 올 시즌 맨유는 이기 성향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리그 1위를 질주했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 박지성의 결장이 빈번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참고해야 할 '이타' 위주의 웨인 루니 활약
그럼에도, 올 시즌 맨유에서 가장 꾸준히 이타적인 활약을 펼친 사나이는 박지성이 아닌 웨인 루니 입니다. 루니는 올 시즌 자신의 위치였던 쉐도우 역할을 테베즈에게 넘기고 최전방 공격수를 맡아 상대팀 선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178cm의 크지 않은 키를 지녔지만 최전방에서 공을 따내기 위한 투지를 발휘하며 호날두 같은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제공하는 궂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물론 루니는 올 시즌 10골에 그쳐 호날두(27골) 테베즈(12골)보다 득점수가 저조합니다. 일부에서는 한때 6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던 그의 골 침체를 아쉬워했지만 어느 누구도 골 보다 경기 내용에 충실 하는 그의 경기력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3일 라이벌 리버풀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끈 그의 활약은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루니의 이타적인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경기를 많이 봤던 팬들이라면 최후방 왼쪽 수비지역까지 내려간 루니의 모습에 익숙할 것입니다. 그는 공격진의 최전방부터 수비진의 최후방까지 왕성한 활동폭을 앞세워 부지런히 질주했습니다. 골보다 동료들과 함께 팀 승리를 견인하려는 그의 활약은 이기적인 선수들의 경기력과 어우러져 거의 매 경기마다 최상의 결과를 거두었습니다.(만약 루니가 없었다면 호날두의 활약은 지금보다 저조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루니는 이타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시즌 10골을 넣으며 때로는 이기적인 득점 역할까지 도맡고 있습니다. 지난 2일 AS로마전까지 포함해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뽑으며 골문 안에서 골 욕심을 유감없이 발휘했죠. 이러한 그의 활약은 골이 적은 약점을 지닌 박지성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과 루니는 이타적인 성향이라는 주된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때로는 이기적이 되라!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 같은 맨유의 노장 선수들은 이기적인 활약과 이타적인 움직임에 모두 능한 선수들이며 마이클 캐릭이나 오언 하그리브스, 대런 플래처 등도 때로는 이기적인 경기력에 강한 면모를 발휘할 줄 아는 선수들입니다. 그동안 이타 성향이 두드러졌던 박지성이 맨유 전력의 한 축으로 남으려면 이들처럼 이기적인 역할까지 능숙히 소화할 줄 아는 선수로 완전히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최근 2경기를 통해 맨유에서의 박지성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면서 골문 안에 적극 가담하며 공격 포인트를 얻으려는 그의 욕심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예전같은 경기력과 해결사 기질을 되찾았으며 지금의 기세라면 반가운 골 소식을 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는 박지성이 지난해 12월말 컴백하기 이전 "복귀 후 2~3경기 만에 골을 넣겠다"고 말했던 것을 떠오려야 합니다. 그가 맨유라는 거대한 빅 클럽에서 생존하기 위한 무기로 골이라는 키워드를 택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0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0경기 출전해 5골 기록했으며 3년 전에는 AC밀란을 상대로 멋진 골을 뽑으며 자신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널리 알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적인 이기 능력을 지닌 박지성은 루니처럼 맨유를 위해 이타적으로 싸우면서 때로는 욕심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는 그 중요성을 실감한 듯 최근 들어 골문에 가담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퍼거슨 감독의 선택입니다. 우리는 진화 조짐이 엿보이는 박지성의 앞날을 조금 여유롭게 기다려도 될 듯합니다.
[사진=박지성의 시즌 첫 도움 소식을 실은 맨유 한국어 홈페이지 (C) Manut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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