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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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종영 ②] 인어X사기꾼으로 이게 최선입니까?

기사입력 2017.01.26 06:50 / 기사수정 2017.01.26 04:16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어와 사기꾼이라는 소재만으로도 기대감을 줬던 '푸른 바다의 전설'이 그 기대감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내놨다.

25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은 뭍에서 살기로 한 인어 심청(전지현 분)과 검사가 된 사기꾼 허준재(이민호)의 꽉 닫힌 해피엔딩을 그렸다. 결혼에 임신까지 한 두 사람은 시시하지만 가장 갖기 어려운 평범한 행복을 찾으며 새로운 전설을 완성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방송 전부터 전지현-이민호라는 톱스타에 박지은이라는 스타작가. 그리고 인어와 사기꾼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관심은 첫 방송 시청률로 이어져 2016년 방송된 모든 주중드라마중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16.4%. 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방영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사수한 작품이지만, 시청률은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물론 그 자체도 좋은 성적이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비주얼, 소재는 좋았지만 이를 엮는 스토리의 매력이 떨어졌다. 

멸종직전인 지구상의 마지막 인어가 도시의 천재 사기꾼을 만나 육지생활에 적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통해 웃음과 재미를 안기는 판타지 로맨스라고 예고했지만, 정작 드라마에서는 '인어'의 이야기도, '사기꾼'의 이야기도 없었다. 

작가가 인어에게 부여한 설정은 뭍에 나오면 인어 꼬리가 다리로 변한다는 점,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된다는 점, 원할 때 스킨십으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점,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람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심장이 굳어가서 죽는다는 점, 평범한 인간보다 특별히 힘이 세다는 점 등이 있다. 이 중 '인어'만이 가질 수 있는 설정은 꼬리가 다리로 변한다는 것과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것 두가지 뿐이다.


그 두가지 설정이 극 중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억에 관한 인어의 능력이 더 많이 부각됐는데 이는 인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주인공으로 쓴다고 해도 줄 수 있는 설정이다. 진주는 그저 허준재를 위한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고, 물에 닿으면 다리가 꼬리로 변한다고 해서 딱히 위험에 처하지도 않았다.

또 심청은 저러한 특징을 가진 인어라기보다 그저 "허준재 좋아"만 외치는 예쁜 여자일 뿐이었다. 인어이기때문에 위기에 빠지지도 않았다. 전생의 양씨(성동일)처럼 인어를 필요로해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악역이 없었을 뿐더러 인어라는 정체를 들키면 기억을 지우면 그만이기 때문. 심장 문제 때문에 잠시 바다로 돌아가야했던 것도 인어만이 겪을 수 있는 고난은 아니었다. 인어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즉사했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를 둘 사이의 위기라고 해도 될까 싶을정도.

그런가하면 남자 주인공 허준재에게 부여된 '천재 사기꾼' 설정도 아쉽다. 드라마 초반에는 허준재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의 심리를 모두 파악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허준재는 그저 아픈 가정사에 휘말린 재벌집 아들의 모습만 강조됐다. 심청이 사기꾼 일을 그만두라고 설득한 것도 한 몫있겠지만, 굳이 사기꾼 직업을 이어가지 않더라도 '사기꾼'이었던 준재의 캐릭터는 좀 더 보여줄 수 있었을 터.

마지막회에 이르러서야 사기꾼 경력을 살려 사기꾼들을 잡아내는 검사로 맹활약하는 준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남자주인공의 머리가 좋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기꾼이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해도 됐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기꾼 일을 청산한 허준재와 남두(이희준), 태오(신원호)가 별다른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은 찝찝함을 더했다.

전작들에서 외계인과 톱스타, 신입 PD와 전성기를 찍고 내려오는 가수, 시집살이는 절대 안하겠다는 여자와 30년 만에 가족들을 만난 남편 등 주인공의 직업이나 정체를 극에 잘 녹여내 온 박지은 작가이기에, 이번 '푸른 바다의 전설'이 더욱 아쉽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신선한 설정에 걸맞은 설득력있는 내용 전개로 다시 한 번 박지은 작가의 인생작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푸른 바다의 전설' 후속으로는 '사임당-빛의 일기'가 방송된다. 26일 오후 10시 1, 2회 연속 방송.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SBS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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