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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인터뷰] 변병주 감독의 자신감 "우린 먹은 만큼 넣는 팀이잖아"

기사입력 2008.03.18 11:21 / 기사수정 2008.03.18 11:21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지난번엔 우리가 못한 거지. 올해 광주 괜찮은 팀이야."

시즌 첫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번 라운드 최대 이변으로 대구와 광주(대구의 지난 상대인 경남을 맞이해 2-0 압승을 거뒀다)가 떠올랐다고 하니 변병주 감독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올해의 광주는 워낙 선수보강을 알짜로만 챙긴 덕분에 어지간한 전력으로도 힘들 거라며 다른 팀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지난 경기는 첫 경기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부담이 커서 제 실력을 못 냈다. 앞으로 이번 경기만큼 한다면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 말하며 은근히 자신감을 비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이날 부산과의 경기도 후반 22분까지 대구의 패색이 짙었던 것이 사실. 실제로 너무 빨리 첫 골을 내줬을 때는 '이번에도 힘들겠구나'싶었단다. 그러나 금방 만회골이 나와 '오늘은 한번 해볼 만 하겠구나'라고 생각을 고쳤다고도 했다.

타 경기장 결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축하를 위해 모인 자리가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시즌 홈 개막전을 응원하기 위해 선후배와 축구판 동료, 친구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물론 오랜만에 아빠가 보고 싶다던 아들을 데리고 사모님까지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어느새 아담한 식당 내부를 꽉 채운다.

"경기전에 보니까 우리보고 3월 징크스라고 하데?"

사람들이 모두 모이고, 몇 번의 건배와 '위하여'가 오간 뒤에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누군가가 '대구가 홈 개막전에서 이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각자 이런저런 계산을 시작했다.

자리에 모인 각자가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보니 정말로 대구가 3월 중에 열린 홈 개막전에서 이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컵대회부터 치러진 2005년마저 홈 개막전에서 부천에 무릎을 꿇었을 정도로 3월 중 홈 개막전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던 대구다.(유일한 홈개막전 승리는 2004년 4월 10일 광주전)


누군가가 그래도 매년 징크스를 하나씩 깨고 있으니 기대할만하지 않느냐고 하니 '아니 얼마나 징크스가 많기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지윤이는 원래 다음 경기쯤에나 내보낼 생각이었어."

부상회복 문제도 있고 해서 원래대로라면 다음 경기까지는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장 경기를 앞두고 수비수 윤여산이 발가락 골절로 빠지게 된 터라 선수 등록을 앞두고 불러서 '너 뛸 수 있겠냐?'라고 하니 '네, 뛸 수 있습니다.' 라길래 넣었던 것. 어느 정도 모험이라면 모험이었단다.

"근데 그놈이 2골이나 넣은 거야. 으하하."

경기 마치고 작년처럼 감독이 아니라 황지윤과 이근호만이 물벼락을 맞은 연유를 물어보니 올해부터는 그날 경기의 MVP에게 물폭탄을 선사하는 걸로 바꿨단다.

"원래대로면 (황)지윤이만 물벼락을 맞을 예정이었는데 (이)근호가 기어코 한 건 했잖아. 그러니 근호도 같이 맞았지 뭐. 일단 역전되니까 서포터들이 바로 물을 받아 준비했더라고. 우리 서포터들 참 대단하지?"

이어 팀 내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시즌을 넘기며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대성에 대한 기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보통 성장률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면 (하)대성이는 위로 꺾어지듯 상승하는 모양새야. 1년 만에 프로가 뭔지 적응한 거지. 다른 젊은 선수들도 기대가 크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그중에서도 제일이야."

특히 하대성과 장남석, 문주원 등 젊은 선수들이 에닝요와 만들어내는 상승효과는 대구 전력에 결정적인 힘을 더하는 것이다.

"내가 신문 스포츠면은 일부러 잘 안 챙겨보는 데, 경기 전에는 하나 챙겨보는 게 있어. 스포츠 토토 예상."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내용을 보고 기분이 좀 상했다고 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지난 경기를 그렇게 마친 탓인지 홈경기인데도 승률이 형편없이 낮더란다. 심지어 승무를 모두 포함해야 부산 승률과 비슷해질 정도로 사람들이 대구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 실제로 경기 종료 후 이런저런 포털사이트의 중계창 아래로 '또 대구하고 광주가 토토 결과를 뒤집어놨다'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으니 이번 결과가 얼마나 예상 밖의 결과였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부분.

"근데 황감독이 K-리그에서 감독 경험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이런 대역전극까지는 좀…"

사실 부산이 2-1로 앞서는 상황에서 조금만 더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왔으면 이 날 경기는 더 어려웠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런데 일단 2골 차로 계속 앞서다 보니 부산이 선수들도 긴장이 풀린데다 황선홍 감독이 너무 일찍 수비로 전환하면서 후반전을 노리는 대구로서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경기를 결정지은 사실상의 분수령은 후반 23분 터진 황지윤의 동점골 순간이 아니었다. 부산의 두 번째 골을 만들었던 김승현이 심재원과 교체된 후반 22분이었다.

"두 골이나 내주니까 우리 팀이 좀 쉬워 보였는지도 모르지."

꽤 의미심장한 말이 아닌가.


"선수들이 오늘 같은 플레이만 유지한다면 올해는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올 시즌 목표는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적어도 개막 전부터 하위권 탈출이 급선무라고 못박은 수많은 전망들에게 결과로 반박하고 싶다. 비록 지난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졌지만, 두 번째는 없었다. 극적인 역전승은 홍보효과만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올 것이다. 부산과의 대결처럼 마지막까지 독하게 달려드는 자세만 유지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겨우 두 경기 만에 5득 6실을 기록했다. 득점만큼이나 엄청난 실점률이 발목을 잡는 것이 걱정스럽지만 뭐 어떠랴.

"우린 먹은 만큼 넣는 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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