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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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클락, '데이비스의 기억을 지워라!!'

기사입력 2008.03.03 11:38 / 기사수정 2008.03.03 11:38

박현철 기자

오래 된 연인과 이별을 겪은 후에는 일상에서 불현듯 추억이 떠올라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가 바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화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2003' 시즌 제외) 외야 중심부를 지켜 온 터줏대감 제이 데이비스(38)를 떠나 보내고 지난 시즌에는 중·장거리형 타자 제이콥 크루즈(35, 현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했다. 크루즈는 어퍼 스윙을 보여주며 데이비스보다 더 화끈한 파괴력을 예고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한화에게 '더 좋은 연인'이 되어 주지 못했다. 크루즈는 지난 시즌 .321 22홈런 85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데이비스와 같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한 여름을 지나면서 장점인 파괴력도 뚝 떨어졌다.(올스타 전 이후 4홈런 19타점)

데이비스를 대신해 중견수로 나선 고동진(27)의 타격 성적 또한 .249 1홈런 37타점 10도루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크루즈와도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 덕 클락(32. 사진)을 '제 2의 데이비스'로 점찍었다.

사실 타격만 놓고 봤을 때 클락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클락은 2006' 시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트리플 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283 15홈런 67타점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트리플 A 리치몬드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275 15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트리플 A 타자 평균 타율이 2할 8푼 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카드다. 한화 입단 직전 멕시칸 리그에서는 .309 7홈런 22타점(64경기 출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득점권 타격이 .200 14타점으로 저조했다는 점, 좌투수를 상대로 .247 5타점에 그쳤다는 점은 집중 견제 가능성을 일깨워 준다.

클락은 멕시칸 리그에서 8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동시에 5번의 실패를 맛 보았다. 그러나 한화가 클락에게 바라는 것은 '리드 오프로 한 시즌 30도루 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이는 논외로 쳐도 좋다. 문제는 클락이 데이비스 만큼 출중한 타격 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가에 있다.

데이비스는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RC(Runs Created, (안타+볼넷+사구-도루실패-병살타)×<총 루타+ 0.26×(볼넷+사구-고의4구)+0.52×(도루+희번+희비)>/(타수+볼넷+사구+희번+희비))에서 높은 기록을 보여주었다. 데이비스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06년 74.54점을 기록하며 전성 시절에 비해 주춤했다. 그러나 이는 타 팀 중심 타자들의 그것에 비교하면 결코 나쁜 기록이 아니었다.

이는 한화가 '데이비스 급' 타자로 모두 구성된 타선으로 경기를 할 경우, 한 게임 당 6.33점을 뽑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배팅 파워가 기대 이하이고 좌투수, 득점 찬스에서 약점을 보였던 클락이 한화 타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클락은 한화에 주루, 수비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한화가 크루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수비, 주루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던 데이비스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클락이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보인다면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그리고 한화 팬들은 다시 데이비스를 그리워 하게 될 것이다. 과연, 클락이 2008' 시즌 '데이비스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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