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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대한항공, 1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기사입력 2008.02.29 13:29 / 기사수정 2008.02.29 13:29

조영준 기자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07 ~ 2008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인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 상무의 경기는 프로팀인 대한항공이 초청팀인 상무를 세트스코어 3-2(23-25, 25-15, 25-15, 21-25, 15-11)로 힙겹게 물리쳤습니다.

최근 프로팀들에게 연패를 당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비해 시즌 초반과는 한 단계 발전된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매 경기마다 상대팀들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무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이번 경기도 프로팀인 대한항공의 낙승을 쉽게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올 시즌에서 독주를 달리고 있는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물리치며 내심 정규리그 우승까지 넘봤던 대한항공이지만 그 문턱에서 LIG 손해보험에게 패하고 정규리그 1위 탈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합이었던 5라운드 삼성화재와의 시합에서도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최근 고공비행을 이어가던 대한항공의 부진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 팀이 가진 전력에 비해 그것을 이끌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대한항공의 아쉬운 점입니다.

자기 팀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비해 대한항공이 추구한 지난 2006~2007시즌의 단조로운 배구는 결국, 이 두 팀을 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양쪽 날개의 큰 공격에 의지하는 단조로운 배구가 대한항공의 가장 큰 약점이었고 최부식 리베로를 위시한 팀의 수비진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득점을 치고 올라갈 근성 있는 수비와 블로킹이 부족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의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팀 전력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는 장광균이 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장광균의 가세로 팀의 수비력과 2단 연결, 그리고 빠르고 간결한 세트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기존 라이트 보비와 신영수의 큰 공격에 치중했던 팀의 공격패턴은 한층 다채로운 공격라인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세를 되살려 KOVO컵에서 우승하고 정규리그에서도 5라운드 초반까지는 1위 삼성화재를 근접하게 따라가는 활약을 보여줬지만 대한항공이 가진 팀의 한계성은 최근에 들어서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팀의 부진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팀의 핵심전력인 장광균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실 장광균이 이번시즌에서 팀의 비중을 놓고 본다면 팀 전력의 절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팀이 다채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안정된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두 자릿수의 득점력을 채워주는 전천후 플레이어의 존재에 따라 팀의 조직력이 더욱 다양해 질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됩니다. 현재 LIG 손해보험에서도 세터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팀의 바탕을 만들어줄 테크니션이 부재하다는 것에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같은 경우 다행히 상무에서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재활에 성공, 성공적으로 복귀한 장광균이 있습니다. 윙스파이커들이 즐비한 대한항공으로선 천군만마를 얻게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나타난 대한항공의 문제점은 장광균과 최부식이 버틴 건실한 수비진에 보비, 신영수, 강동진, 김학민 등의 공격진이 있는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단조로운 배구를 구사한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현재 공격패턴의 다양성을 따져보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빠른 속공과 C퀵, 그리고 위치를 가리지 않고 시행되는 시간차 공격들과 다양한 위치에서 때리는 백어택에 이제 국제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활용하고 있는 중앙 시간차 백어택까지 구사하고 있습니다.(삼성화재는 최근 6라운드 LIG 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이 패턴을 처음으로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비해 LIG 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공격루트를 보면 훨씬 단조롭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은 스피드보단 높이를 이용한 백어택과 오픈 공격이 많기 때문에 그날 보비나 신영수같은 주공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상이 정도가 심하다면 공격의 화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대한항공이 안고 있는 이러한 우려는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대한항공의 주득점원인 보비는 작년시즌부터 고질적인 무릎부상을 안고 뛰는 입장이기 때문에 라운드가 종점 역을 향해 달려가는 시즌 후반인 지금에 와서는 타점이 낮아지고 있고 파워역시 현저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기복이 심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신영수 역시 팀의 단조로운 패턴 플레이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시즌 내내 팀에서 굿은 일을 도맡아 했던 장광균은 지금 리시브도 평소보다 떨어지고 있으며 공격력 역시 위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기나긴 장기레이스를 치르려면 어느 선수들에게나 무리가 오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인데 바로 선수들의 저하로 인한 탈출구는 역시나 팀의 조직력만한 것이 없습니다.

현재 삼성화재는 시즌 막판에 도달해서도 특유의 조직적인 시스템이 타 팀에 비해 탄탄히 완성됐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디펜딩 챔피언인 현대캐피탈은 눈앞에 보이는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페이스를 철저히 맞춰가며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나긴 정규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리그 전체를 통찰하며 팀과 선수들을 운영해 나가는 넓은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항공을 보면 팀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에 비해 그러한 폰덴셜을 많이 뽑아내지 못하고 그저 선수 개개인에 의한 높이와 힘에 연연하는 배구는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대한항공은 최태웅과 권영민 같은 세터가 없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영석의 부상 결장을 감안해도 6라운드 상무 전에서 신인 세터인 한선수가 주전으로 뛴 것을 보면 애초부터 주전 세터를 위시한 조직력 완성에 미흡했던 대한항공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상급의 세터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대배구에서는 주전급 세터가 지속적으로 나와 팀과 다양한 전술 플레이를 완성해가는 것이 탄탄한 팀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방법입니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추구해왔던 김영래와 김영석의 투 세터 시스템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고 말했지만 넓은 안목을 봤을 땐 한계점이 많았습니다.

현재 한선수는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진세터가 몇 경기 나와서 잘하는 것과 팀과 제대로 호흡을 맞춰가며 점점 발전되는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세터의 경우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정규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항공. 그러나 팀의 전체적인 구조를 놓고 보면 대한항공은 아직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비하면 절반의 기둥도 쌓아올리지 못한 모습니다.

대한항공은 젊은 팀인 만큼 이번 시즌만이 아닌 다음시즌과 미래를 더욱 생각해야할 팀 입니다. 기존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넘어서 진정으로 우승권에 도전하는 팀으로 거듭나려면 더욱 기초공사를 튼튼하게 다져가야 할 것입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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