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언더독'은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를 말한다. 패배에 몰린 언더독이 마지막으로 몸부림친다. 그들에게 역전승이란, 생존이다.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은 진돗개 '진'을 비롯해 군견 세퍼드 '중사', 강아지 공장의 모견 마르티스 '마티'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반려견들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송한 '더 언더독'에서 모티프를 얻은 제작진이 지난 4년 동안 작품 개발과 대본 작업을 진행한 끝에 완성됐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유니플렉스 1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더 언더독'의 주요 장면 시연과 함께 배우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유기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유기견을 입양한 이야기와 함께 '더 언더독' 초연에 임하는 배우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투견장에서 상처 입고 쫓겨난 진돗개 '진' 역할을 맡은 김준현은 '진'을 소외 계층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호흡을 읽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극의 오프닝을 이끄는 투견 신에서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하는 투견의 운명은 냉혹한 인간사가 겹쳐 보였다.
데뷔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이태성은 "예전부터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훗날 '더 언더독'이 여러번 재연되고 규모가 커졌을 때 내가 오리지널 캐스트의 '진'이라는 의미가 이 작품을 선택한 큰 이유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평생 모견의 삶을 살다 버림받은 마르티스 '마티' 역의 정재은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본 개의 살기 싫은 눈빛이 자꾸 생각난다고 한다. "그 눈빛을 보고 마티를 생각했고, 마티를 통해 나는 '살고 싶다'고 외친 적이 있는지 반성했다"고 말했다.
푸들 '쏘피' 역을 맡은 구옥분은 공연 전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입양을 결심했다며, "반려묘가 4마리 있었는데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생겼다. 너무 예쁜 아이가 있어서 데리고 왔다. 이름은 장군이다"고 쾌활하게 말했다.
인간인 배우가 동물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를 떠올릴 수 있지만, '캣츠'와 달리 '더 언더독'의 배우들은 많은 분장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유기견들의 참혹한 실태와 더불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살고 싶다', '운명의 덫' 등 웅장한 넘버들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이다.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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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