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인턴기자] 두산 베어스의 영원한 캡틴 홍성흔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22일 두산 베어스는 홍성흔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기량 발휘를 못한 홍성흔은 선수로서 명예 회복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은퇴하게 됐다. 두산과 홍성흔은 지난주 초 첫 만남 이후 자주 미팅을 가지며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결과는 은퇴였다.
1999년 OB(두산)베어스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홍성흔은 데뷔 시즌에 신인왕을 거머쥐며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통산 타율 3할 1리를 기록했고 홈런 208개 안타 2046개 1120타점 872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우타자로는 최초로 2000안타를 돌파, KBO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겼다. 2004년 최다 안타 1위, 2006년 2010년 올스타전 MVP, 2001년 2004년 골든글로브(포수), 2008~2011년 골든글로브(지명타자)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영원한 두산맨으로 남을 줄만 알았던 그는 2009년 FA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그는 이대호, 조성환, 가르시아 등과 막강 타선을 구축하며 롯데 암흑기 탈출에 공을 세우며 '모범 FA'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롯데에서 잠시 동안의 '외도'를 마치고, 2013년 다시 고향팀으로 돌아온 홍성흔은 팀의 구심점을 잡으며 특유의 활력넘치는 파이팅을 선사했다.
그라운드에서 뿐 아니라 덕아웃에서도 홍성흔은 베테랑으로서 리더 역할을 다했다. 2013년 두산으로 돌아온 후 2년간 주장을 맡았던 그는 선수단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세월 앞에서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오재일, 김재환 등 새 얼굴의 거포들이 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올 시즌 초반 홍성흔은 "팀이 날 무조건 필요로하던 때는 지났다"며 "경쟁을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고심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현역 생활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홍성흔은 휴식을 취한 후 가족과 상의해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두산 베어스가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홍성흔의 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두산베어스 홍성흔입니다.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영광스러웠던 두산베어스의 2016년 시즌의 마지막 인사를 오늘에서야 그라운드에서가 아닌 글로써 드리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꾸었던 프로야구선수의 꿈이 이루어지던 첫날과 그리고 그 선수생활의 마지막 날에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서 저는 참 축복받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두산베어스 구단과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야구를 참 잘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약간은 서운한 마음으로 시작한 올시즌 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짧지 않은 동안 베어스파크에서 합숙 하면서 묵묵히 땀 흘리는 젊은 후배들을 보았습니다. 그 젊은 나이 때의 홍성흔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워줌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또 얼마나 멋진 은퇴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팀을 위해서 언제나 더 나은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점엔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남들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 ‘참 야구를 잘한 선수’라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선수’, ‘열정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저는 가족과 함께 좋은 아빠로, 그리고 좋은 남편으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잘 정리하고자 합니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기에 비록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한국 야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 동안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팬 여러분께 받았던 관심과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열정적인 홍성흔’으로 팬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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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