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주, 조용운 기자] "완벽한 우승을 하고 싶다."
FC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마지막 순간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기적을 또 한 번 작성했다. 그러나 얼굴에는 마냥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어딘가 부족하다는 듯 만들어나갈 부분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이 이끈 서울은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전북 현대를 1-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승점 70점 고지를 밟으면서 전북(승점 67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최종일의 드라마였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치러진 이날 서울의 우승을 예견한 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종일까지 우승 경쟁이 이어진데 심판 매수 징계로 인한 승점 삭감이 결정적이라는 시선이었다. 서울과 올해 상대전적에서도 4승 1패로 앞선 만큼 '그래도 전북이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서울은 한때 전북에 4연패를 당하며 작아졌던 모습이 아니었다. 전북이 지난 몇경기처럼 서울을 상대로 같은 선수, 같은 전술로 나온 것과 달리 서울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조금 더 이길 길을 열심히 찾아본 서울은 확실한 반격을 가하며 적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힘을 과시했다. 패한 전북의 최강희 감독도 "오늘 경기는 서울이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황 감독은 기쁨을 삼켰다. 지난 6월말 서울에 부임하고 고작 4~5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지만 크게 기뻐하는 내색은 아니었다. 황 감독 눈에는 더 채워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내 축구가 서울에 녹아들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다.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원하는데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만들어나갈 부분이 아직도 많다. 동계훈련을 치러낸 내년이라면…"이라고 암시했다.
황 감독의 말처럼 서울은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면서 혼란기를 겪었다. 시스템이 180도 달라졌다. 전임 최용수 감독 시절에는 스리백으로 수비를 공고히 하는 축구였다면 현재 서울은 조금 더 다이나믹하지만 공격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황 감독은 스리백에 적합한 서울 선수단을 자신의 색깔인 포백으로 전환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도중에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스리백으로 돌아서는 결정을 할 만큼 생각이 많았던 황 감독이다.
그도 "처음 서울에 부임할 때부터 팀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첫 시즌은 시간여건상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확신은 있다. 서울 선수들의 능력이 좋은 만큼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이 경기력의 완성 못지않게 내년을 정조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우승이라는 반쪽 평가를 지우기 위해서다. 사실 전북의 심판 매수 승점 감점이 없었다면 최종전 결승전은 연출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전북이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을 것이고 서울은 2위에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징계 여파로 막판에 우승팀이 뒤바뀌는 연출은 극적이었으나 황 감독으로선 못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황 감독은 "징계 부분이 얽혀있어 더욱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선수들과 완벽한 우승을 하고 싶다"며 "동계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 내년은 팀이 더 나아질 것이다. 내년에 완벽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모두 인정하는 우승팀으로 변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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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