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조은혜 기자] 두산 베어스 허경민(26)이 '가을남자'의 면모를 보였다. 동료들에게 조금은 가려질 지언정, 그는 더 이상 '숨은 진주' 만은 아니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에서 8-1로 승리했다. 앞서 잠실에서 열렸던 1·2차전과 마산에서 열린 3차전을 모두 쓸어담은 두산은 4차전까지 승리, NC에게 단 한 번의 승리도 내주지 않고 퍼펙트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은 우승으로 창단 첫 2연패다.
두산의 작년과 올시즌을 거치며 주전 3루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허경민은 2012년 준플레이오프와 2013년과 2015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무려 4할9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가을남자'의 이미지를 아로새긴 바 있다.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고, 포스트시즌 총합 23안타를 기록하면서 포스트시즌 단일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네번째 가을야구에서도 허경민은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상대팀 NC의 박석민은 "단기전에서는 한 방 있는 선수보다는 정교한 타격 능력이 있는 선수가 무섭다"면서 허경민을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로 꼽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석민의 그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잠실에서 열린 1차전부터 허경민은 맹타를 휘둘렀다. 5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한 이날 특히 허경민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1회말 선두로 나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김재호와 안타와 박건우의 뜬공으로 진루해 오재일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면서 이날 천금같은 결승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허경민은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마산으로 내려와 치른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또다시 팀 승리를 견인했다. 4차전에서도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두산이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 총 5타점.
그런데 허경민은 좋은 모습을 보이는 날엔 꼭 다른 선수가 더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해 굵직한 타이틀을 얻지 못하는 불운을 계속해서 안고 있다. 작년에는 신기록을 세우고도 시리즈 MVP의 영예는 동기 정수빈에게 돌아갔고, 이번에는 데일리 MVP는 유희관이, 시리즈 MVP는 선발 4명과 4승을 합작하고 4차전에서 홈런까지 때려낸 양의지가 수상하게 됐다.
아쉽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허경민의 'MVP급' 활약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가을남자' 허경민의 활약은 두산의 우승과 함께 반짝반짝 빛났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창원,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