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유해진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자체가 '럭키' 같다"고 웃음 지었다.
"누구에게나 고민이 있죠. 이것을 가졌으면 저것을 안 가진 사람도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라고 운을 뗀 유해진은 "전 누구보다도 복을 많이 받은 사람 같아요. 물론 저도 좌절하고 힘들 때도 많지만,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이렇게 통틀어서 보면, 제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라고 말을 이었다.
영화처럼 우연한 기회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한 물음에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니 이제는 누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네요"라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분들도 고민은 다 많을 거예요. 요즘엔 아무 걱정 없이 웃었을 때가 그리워요. 친구들과 아무것도 아닌 일에 배꼽 빠지게 웃었던 적 있잖아요 . 생각이 많아지기 전이니까, 중학생 때 쯤 되려나요. 왜 삼청동에만 봐도 셀카 찍으면서 진짜 많이 웃는 친구들 있지 않나요.(웃음) 친구들하고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그러는 시간도 좋지만, 그렇게 웃을 때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 이후 단역과 조연, 주연을 두루 거치며 지금의 '럭키'까지 이르렀다.
유해진은 "올해로 데뷔 20년이라는 것도 (인터뷰를 하면서) 자꾸 얘기를 해주셔서 알았다"며 "이렇게 긴 시간동안 연기를 할 수 있던 것도 제게는 복이죠. 영화를 오래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거든요. 이를테면 코미디 연기만 제가 한 게 아니잖아요. '무사', '이끼', '부당거래', '베테랑' 같은 작품에서 다양하게 저를 선택해 준 기회가 있었고 또 그 기회를 제가 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올 수 있던 것 같아요. 만약에 하나(의 연기)만 했다면, 지금까진 못 했겠죠"라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유해진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며 생각에 잠겼다.
"제 다음 작품이 '럭키'이고, 또 그 다음 작품이 '럭키'라고 하면 연기가 쉽겠죠.(웃음) 그렇지만 매번 다른 작품, 다른 얘기, 다른 사람을 만나다 보니 '이걸 어떻게 풀어야 잘 전달이 될까'라는 것에 참 익숙해지지 않는 직업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있어요. 동 시기에 적용을 해나가면 상투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계속 '럭키'만 한다면 나중에는 자신 있을 것 같아요. 백덤블링도 하고 그럴 것 같은데.(웃음) 그렇지 않으니 많은 분들도 '연기에는 답이 없다'고 얘기하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후배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해, 이렇게 하지마'라고 할 수는 없어요. 어떤 게 맞을지는 모르거든요. 대신 조언은 할 수 있죠. '내 생각은 이런 것 같은데'라고요"라며 후배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맞다'고 강요할 수 없는, 또 강요하지도 않는 이유도 함께 전했다.
'럭키'가 여전히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는 지금, 다가올 내년에도 '공조', '택시운전사' 등 스크린 속의 유해진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는 '배우 유해진'의 무게 중심을 굳건히 지켜내기 위해 매 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유해진은 "현장에서도 계속 뱅뱅 돌아다니면서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템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그렇게 결국 끝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죠"라며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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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