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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삼성의 힘은 최태웅의 힘.

기사입력 2007.12.20 21:03 / 기사수정 2007.12.20 21:03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흔히 표면적으로 가장 화려하게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배구도 그렇지만 다른 종목들도 유심히 살펴보면 팀의 기둥이 되는 숨은 선수는 따로 존재합니다.

  지금 삼성화재가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1라운드 전승을 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바로 용병의 성공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즌에 계약한 용병 중 최고의 선수로 평가된 LIG 손해보험의 팔라스카는 월드컵 출전으로 인해 팀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의 보비는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작년에 비해 미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의 조직력에 적응한 안젤코를 둔 삼성화재는 이러한 팀을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세터 최태웅의 존재에 있습니다. 9연패의 주역이자 한국남자배구의 황금기를 이끈 좌우날개 김세진과 신진식이 부재한 이후에도 최태웅이 남아있는 삼성화재의 불꽃은 쉽게 타들어가지 않습니다. 바로 야구로 치자면 주포 3, 4번 타자는 없지만 20승짜리 에이스 투수가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최고의 세터이자 역시 김세진과 신진식, 그리고 월드리베로 이호와 함께 한국남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핵심멤버는 바로 최태웅이었습니다. 이제 31세의 노장인데도 그의 토스웍과 두뇌 플레이를 따라올 세터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장신세터들을 제치고 그가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컴퓨터 세터’란 별명 그대로 정확한 토스를 구사하는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의 녹슬지 않은 기량은 여전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반대편 라인으로 길게 토스를 올리는데 어렵게 건져 올린 리시브를 백토스로 그렇게 멀리 보내면서 정확하게 공격수에게 전달해 주는 세터는 최태웅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세터들이 고질적인 문제점은 준비된 방식의 토스를 계속 고집해 순간적인 대처가 미흡한 점을 가지고 있는데 최태웅은 스스로 현 상황의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세터입니다. 삼성화재가 9연패하던 시절과 수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이 밑거름이 된 것도 큰 이유지만 무엇보다 세터로서 가져야 할 순간적인 파악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점은 그만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농구에서 다른 포지션은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도 야전 사령관인 포인트 가드는 타고나야할 재능이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배구로 치면 세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적절한 지도와 수많은 경험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토스를 올려야 할 짧은 순간에서 냉철히 파악해야 될 그러한 능력은 그저 훈련만으로 다져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단신에 최근에 유행 중인 공격적인 기질도 지니지 못한 최태웅이지만 그의 토스 기질과 냉철한 판단 능력은 한국의 어느 세터도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또한 ‘컴퓨터 세터’라 불릴 만큼 정확하고 안정된 토스를 구사하는 그가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토스에 스피드까지 붙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현대캐피탈의 세터 권영민에게 앞서지만 토스의 빠르기는 권영민이 한수 위라고 평가했는데 서른 살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것보다 오히려 단점을 커버하는 능력마저 보여줬습니다. 비록 삼성화재가 KOVO 컵에서 부진했지만 누구 못지않게 많은 훈련을 소화해냈다고 밝힌 최태웅의 말처럼 이런 끊임없는 노력은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최태웅을 받쳐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삼성화재에 존재합니다. 바로 프로 팀 중 가장 튼튼한 수비진이 바로 그들입니다. 현 국가대표 리베로인 여오현을 비롯해, 손재홍, 석진욱 등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강한 수비력에 근성까지 갖춘 선수들입니다. 이들의 안정된 리시브와 디그가 있기 때문에 최태웅의 위력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하는 최고급의 토스를 때리는 안젤코는 당연히 공격 성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젤코가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여러 팀에서 뛰어봤다고 해도 최태웅의 토스만큼 좋은 구질은 쉽게 만나 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배구에서 뛰어난 공격수는 자신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얼마나 좋은 세터를 만나느냐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LIG 손해보험의 팔라스카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물론 세터 이동엽과 제대로 된 호흡을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격수로서는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토스를 때리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태웅은 신치용 감독과 경기전력분석관과 함께 세밀하게 연구하는 분석가이기도 합니다. 바로 세터라는 자리가 주는 막중함을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선수들보다 한층 진지하게 여기면서 완벽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바로 삼성화재의 끈끈한 조직력의 원천이 됩니다.

  세터로서 뛰어난 테크닉과 기량에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책임과 그것을 신속하게 완성해 내는 근면함까지 갖춘 최태웅이기에 그가 바로 지금까지 한국 최고의 세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볼 때, 물론 안젤코의 활약도 컸지만 현재 삼성화재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흔들리지 않는 세터’ 최태웅입니다.

  앞으로 최태웅의 뒤를 이어 한국 국가대표를 책임 질 차기 세터들은 무엇보다 항상 준비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진 최태웅을 본보기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배구경기에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세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뛰어난 공격수는 팬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안정된 세터만큼 필수적인 것이 없습니다.

  이제 3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세터 최태웅이 있는 한 삼성화재가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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