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7:00
자동차

[황욱익 칼럼④] 한국 튜닝 시장은 "이권 단체들의 전쟁터"

기사입력 2016.09.29 16:34 / 기사수정 2016.09.29 16:59

김현수 기자


◆ 협회 4개, 명분은 튜닝 활성화 '성과는 아리송'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튜닝이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튜닝에 관련된 내용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튜닝을 위해 설립했다는 다양한 단체들이 있었으나 그 실효는 미비했고 이 역시도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재 국내에는 2개의 정규 튜닝 이벤트와 4개의 튜닝 관련 단체가 있다. 여기에 지역별로, 분야별로 나뉜 단체까지 합치면 튜닝에 관련된 단체가 10개 정도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늘 변함이 없다. 튜닝의 합법화, 튜닝의 활성화와 함께 튜닝 업체와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실효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자부) 산하에 등록된 단체는 올 해까지 3개다. 국토부 산하의 한국자동차튜닝협회(카트모)와 한국자동차튜너협회가 있고 산자부 산하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카티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정부기관 산하 단체로 인정받고 있지만 성과에 있어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내면의 목적은 이권 차지 위한 '밥그릇 싸움'

  
아무리 사단법인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튜닝 협회가 3개나 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세계 3대 시장으로 불리는 일본과 유럽, 미국은 각각 2개~3개의 협회를 가지고 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한국 튜닝 시장 규모의 몇 조를 기준에 둔다면 협회 숫자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가장 먼저 출범한 단체는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가 주축이 된 카티아다. 2014년부터 서울 오토살롱을 주관한 카티아는 그 동안 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었으며, 같은 해 국토부 산하에서 카트모가 출범한다. 이와 별개로 현역 종사자들이 중심이 된 한국자동차튜너협회는 지난 3월 국토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사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협회가 3개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 추구하는 바가 같다면 당연히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협회가 남발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카티아와 카트모는 튜닝 부품 인증과 구조변경 권한에 대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현재까지 별도로 활동 중이다. 

두 단체의 목적은 같지만 이익과 권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완력 싸움 중이다. 급기야는 두 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했던 업체들이 따로 모여 한국자동차튜너협회를 설립하게 되는데 국토부는 이 단체마저 인가를 내주게 된다.
 

이들 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실무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대학교수들이 중심이 된 카티아와 카트모는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 하고 회원사 업체 관계자들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으며, 그 와중에 결국 손해는 회원사들이 떠안게 되었다. 


단체를 처음 만든 교수들은 튜닝 산업 발전 보다는 다분히 연구비가 목적이었고 회원사로 가입한 업체들은 장사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카티아는 여전히 김필수 교수 체재로 운영되며, 카트모는 지난 2015년 2대 협회장인 승현창 회장(핸즈코퍼레이션)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기관 산하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이들이 목적했던 자동차 구조변경과 튜닝 부품 인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변화된 부분이 거의 없다. 


◆ 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포기 못하는 이권'

이런 현상들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부터 단체 통합, 공통적인 이익 증대를 내세웠지만 이 부분에 대해 각 단체들과 단체들을 이끌고 있는 대표자들은 각자의 이익을 절대 포기 못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관할 업무 주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런 주장은 결국 넓은 시야로 시장을 분석하는 게 아닌 눈앞의 밥그릇과 영향력에 기반을 둔 자기주장만 강조하고 있는 형상이다. 또한 애초에 단체 설립 목적이 시장 다변화가 아닌 실무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그 뒤에 숨은 이권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유일한 해결책은 안타깝게도 그들이 각자의 이권과 영향력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단일 채널로 관련 기관과 협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우선 혼선을 줄이고 관련 부처에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단일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개개인의 이익이 아닌 업계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들 같은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의견 통일도 되지 않은 상태로 법률 개정이나 시장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누가 봐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튜닝 관련 단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신뢰도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이런 문제는 각 단체의 숨겨진 이권 외에 국내 자동차 법규의 낙후성도 한 몫 하는데, 매년 개정되는 자동차 관리법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관리법은 구조변경 대상과 구조변경이 불가능한 불법 개조 이 두 가지만 허용되며 이 역시도 법률에 명시한 내용 자체가 매우 부실하다. 이런 부분 역시 먼저 개선되어야 하며 실무자들과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보다 현실적인 법안이 발효되어야 할 것이다.   

글/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

김현수 기자 khs7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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