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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열정 - 대전 시티즌, 임충현 (상)

기사입력 2007.05.04 01:47 / 기사수정 2007.05.04 01:47

김민숙 기자

엑스포츠뉴스는 '예.스.(예비스타) 인터뷰'를 통해 내일의 슈퍼스타를 꿈꾸는 선수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첫 주인공 김형일에 이어 '예.스 인터뷰'는 대전 시티즌의 '미남 수비수' 임충현(24)과 두 번째 만남을 가져 보았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김민숙 기자] 요즘 임충현에게선 단순한 열정이 느껴진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열정. 오직 한 가지만 바라고 그 한 가지만을 위하는 열정. 요즘 그라운드 위를 달리는 임충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단순한 열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열정 때문에 요즘의 임충현은 참 아름답다.



"배고파요. 아침도 안 먹었거든요. 늦게 일어났어요. 경기가 있는 날은 이상하게 잠이 더 안 와서…… 몸은 피곤한데, 그냥 잠이 안 오고 그래요."

임충현을 만난 건, 수원과의 일전이 치러진 다음날 오후였다.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르게 나타난 임충현은 아침을 거른 채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비록 대전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원전이 다른 경기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임충현은 그렇기 때문에 지난 저녁의 경기는 평소보다도 더 체력 소모가 많았다고 말한다.

"어제 경기 때문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로바로 회복되니까. 젊자나요."

힘들었던 경기가 펼쳐진 다음날, 다른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데 인터뷰 때문에 쉬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싶어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자 임충현은 상대의 그런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금세 자신은 젊으니까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임충현이 웃는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라운드 위의 임충현은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했으니까. 웃음 같은 것을 지을 여유도 없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임충현의 진짜 프로 되기.



사실 임충현은 벌써 프로 3년차의 선수다. 2005년, 임충현은 성남에 입단하면서 프로가 되었고, 그 이후 2년 동안 성남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성남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FA컵이나 연습 경기에는 출전한 적이 있지만, K리그의 무대를 밟은 적은 없다. 이후, 임충현은 대전으로 이적을 해왔고 그리고 올 시즌 드디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대학교 3학년 때 성남에서 오라고 했어요. 그때쯤에는 원래 빨리 프로에 진출하고 싶은 법이거든요. 그런데 마침 성남이 오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간 거였어요."

스물두 살. 그 때의 임충현은 커다란 꿈을 꾸고 있었다. 대학 동기들보다 1년 앞선 프로 데뷔였을 뿐 아니라, 그가 입단하게 된 팀은 K리그 최강자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성남 일화였다. 그래서 임충현은 자신감에 가득 찬 채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K리그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는 단숨에 그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고, 그래서 잠깐 좌절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마음이, 아팠어요. 성남에 있는 동안 많이 배웠지만 마음이 아팠죠."

성남 일화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자, 임충현의 눈 끝에는 잠깐 복합적인 감정의 미소가 떠올랐다. 씁쓸함이 담긴 미소 같기도 했고, 이제는 지나가버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 담긴 미소 같기도 했다.

"이기면 팀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좋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기쁘진 않았어요. 내가 계속해서 경기에 못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성남은 임충현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주었지만, 동시에 아픔과 좌절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후, 임충현은 자신이 달릴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더 이상은 벤치만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되는 곳. 자신에게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 그곳은 바로 대전 시티즌이었다.

"원래 2003년에,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요. 대전에서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뭐가 좀 안 맞아서 못 왔고, 그러다가 갑자기 성남이랑 말이 잘 되어서 성남으로 갔죠. 그러다 결국 이렇게 대전으로 와서 지금은 경기도 많이 뛰고, 좋아요."

사실 임충현은 최윤겸 감독이 4년 전부터 탐을 냈던 선수다. 그가 성남에 입단한 이후에도 최윤겸 감독은 꾸준히 임충현을 지켜봐 왔고, 그리고 올 시즌 드디어 그를 자신의 수하로 데리고 왔다. 최윤겸 감독은 다른 팀에서는 키우지 못한 선수를 또 한 번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찾은 셈이고, 임충현은 자신을 지켜봐 주는 스승 아래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시즌 시작하고 네 게임 만에, 그러니까 수원전(3월 14일)에서 엔트리에 들었어요. 왜 우리가 0-4로 진 경기요. 그 때 준비하라고 했는데, 출전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인천전(4월 7일) 때 데뷔전을 치렀어요. 올 시즌 뛰었던 경기 중엔 아무래도 그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사실 데뷔전에서 첫 승할 수 있었는데, 아까웠죠. 그 때는 좀 심판이 제대로 안 해줬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만, 자꾸 그렇게 생각하게 돼요."

"생각해보면 그때가 몸이 제일 좋았어요. 지금까지 중에 몸이 제일 좋았죠. 사실 데뷔전이라서 긴장했고, 전날 잠도 잘못 자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몸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 경기 앞두고 선발이란 이야기 들었을 때, 긴장 많이 했어요.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냥 자신 있게 해보자. 생각하고 게임에 들어갔는데 막상 뛰어보니 몸이 좋아서 잘 된 것 같고, 그래서 감독님께서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에도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임충현은 드디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K리거가 된 지 3년 만에 치른 데뷔전이었고, 그 데뷔전은 꽤 성공적이었기에 임충현은 이제 진짜 프로가 되었다.

기억 속의 첫 우승 트로피.

"원래는 야구를 하려고 했는데 94년 월드컵을 보고 축구를 하게 됐어요. 축구가 재밌더라고요. 그 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죠. 미드필더로 가운데도 서고 그랬지만, 어릴 때부터 주로 사이드를 봤어요."

"집에서 처음에는 반대를 좀 했지만 제가 계속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때는 좀 힘들기도 했죠. 특히 1학년 때는 좀 더 힘들었어요. 뭐 꼭 축구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았어요."

축구를 시작할 때, 집안의 반대가 있긴 했지만 그리 큰 부침은 없었던 모양이다. 힘이 들어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큰 사건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없다.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임충현의 대답은 매한가지다. 잔부상은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임충현의 대답에는 긴 부연 설명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재차 묻지 않으면 단답형 대답이 나올 때도 많다.

그런데 그런 임충현이 오랜만에 길게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기억 속에 남은 첫 번째 우승 트로피에 관한 이야기다.

"제가 뛰어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우승을 하긴 했는데, 전 그 때 경기를 안 뛰었거든요. 그러다가 LG컵 열렸을 때, 그 때 결승전에서 베트남 국가 대표랑 경기를 했는데 그 경기에서 되게 힘들게 이겼어요. 베트남에서 열려서 심판들도 홈팀에 유리하게 판정을 했고. 그래도 5-4로 이겼는데, 그 때가 제가 뛰어서 우승을 한 건 처음이라 그 경기가 참 기억에 남아요."

2004년 베트남에서 열린 호치민 LG컵 대회에 출전했던 대학 선발 대표팀에는 배기종(수원 삼성), 염기훈(전북 현대), 박주영(FC 서울), 조용형(성남 일화), 권순태(전북 현대) 등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현재 K리그에서 내놓으라하는 많은 스타 선수들이 임충현과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임충현과 동갑내기인 배기종과 염기훈은 지난해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동기들의 활약을 바라만 봐야  했던 임충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잔인한 질문이 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문득 궁금한 마음이 일어 그 얘기를 꺼내놓는데, 임충현은 오히려 그 얘기가 반갑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저도 마침 그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 때 뛰었던 선수들이 다 잘됐거든요. 기종이, 기훈이, 주영이…… 다 잘됐잖아요. 그런데 저하고 한두 명 정도만 경기에 못 나가고 있었어요. 게다가 기종이랑은 초중고에다 대학교까지 같이 나온 친구니까. 기종이 보면서 ‘나도 저만큼 해야겠다.’ 늘 그런 생각을 하곤 했죠."

대학 시절,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동료의 활약은 임충현에게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임충현은 그 자극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지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극을 자신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드디어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고 임충현은 그때부터 오로지 달리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경기에 나선다. 그리고 그라운드 위를 달린다. 오직 그 한 가지 일만 생각하는 열정이 임충현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 시즌 목표라고 하면, 일단 경기에 출장을 많이 하는 거예요."

2007년의 목표를 묻자 임충현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지금의 임충현은 그저 되도록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내고 싶을 뿐이다.

"처음 대전에 왔을 땐, 계속 팀이 안 좋으니까 내가 와서 팀에 이런 일이 일어나나? 내가 운이 없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때문에 이러나? 하는 생각."

시즌 초반 펼쳐진 아홉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을 때, 최윤겸 감독과 이영익 코치의 동반 사퇴 문제로 팀이 들썩거렸을 때, 아무리 프로 3년차라고 해도 새로 팀에 입단한 선수로서 임충현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운을 탓하기도 했던 임충현은 그래도 이제는 그 일들이 다 지나갔단 생각에 마음이 놓이는 표정을 보인다.

"전북전에서 2:0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기고 대전으로 올라오는데 버스안 분위기가 좋았죠. 평소랑 달리 말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그 후, 팀이 드디어 첫 승을 올렸던 순간을 이야기하자 임충현의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잘 웃지 않는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임충현은 자주 웃음을 짓는다. 잘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여버리거나, 크게 웃는 웃음이 보이지 잘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 뿐. 임충현은 웃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더욱이 웃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임충현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렇게 웃을 듯 말 듯, 혼자서만 웃음을 짓고 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임충현보다 여섯 살 위의 선배, 현재 수원에서 뛰고 있는 김남일이다.

"닮았다는 이야기는 간간이 들어요."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면 영화배우 주진모를 닮기도 했다. 어느 쪽을 닮았건, 확실한 것은 임충현이 미남이라는 것이다. 유난히 미남 선수가 많다는 대전 시티즌. 그 대전 시티즌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미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임충현은 참 잘 생겼다. 

"아니에요. 팬이라고 해도 그냥, 몇 명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팬이 많았겠다고 질문을 던졌더니, 이번에는 그냥 고개를 젓는다. 웬만한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임충현이지만 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쩐지 조금 수줍어 보인다.

"첫 팬이라고 하면…… 성남에 있을 때 만났어요. 그때 강원도에서 전지훈련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도 제 생일 같은 걸 사람들한테도 말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싸이를 보고 알았는지, 거기까지 찾아왔더라고요. 그날, 오전에 훈련하고 힘들어서 자고 있는데 닥터 형이 와서 저를 깨워요. 한참 자고 있는데 깨우니까 조금 짜증이 나서, 왜 깨우느냐고 뭐라 그랬죠. 그랬더니 누가 절 찾아왔대요.

저는 강원도에 있는 날 누가 찾아오겠느냐 싶어서 장난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정말로 와있다고 자꾸 나가보래요. 그래서 나가봤더니 고등학생 두 명이 케이크랑 그런 걸 사서 온 거예요. 그때는 정말로 되게 고마웠어요. 그 뒤로 그 친구들이 학생이었는데, 점심시간 잠깐 쪼개서 저 보러 오고 그랬어요. 와서는 얼굴 잠깐 보고 가고. 뭐 또 사다주고 계속 그랬어요. 한 날은 어떻게 왔냐고 하니까, 어머니가 차를 태워다 주셨대요. 그렇게 저한테 데려다주시고 또 데려가시고 그랬죠. 그 친구들하고는 지금도 가끔 싸이를 통해서 연락해요."

그것은 잊을 수 없는 첫 팬에 대한 기억이다. 원래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뜻 깊고 소중하고 설레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첫 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임충현의 얼굴에는 유난히 설레는 웃음이 걸려 있다.


응원해주는 팬들을 보면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단박에 "좋죠."라고 대답하며 웃는 얼굴. 하지만, 이어서 자신을 왜 응원해주는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지자 임충현은 잠깐 침묵을 지킨다.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어쩌면 신중한 대답을 찾는 듯, 또는 그 이유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대답을 하기에는 머쓱하다는 듯, 임충현은 그저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는 한참 후, 똑바로 눈을 마주치면서 임충현은 말한다.

"글쎄요. 뭔가, 있겠죠?"

정답이다. 애매모호하지만, 정확한 정답. 임충현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어쩐지 응원해주고 싶은 무언가. 어쩐지 기대해보고 싶은 무언가. 그래서 지켜보고 싶고 더 멋지게 성장해줄 거라고 믿게 되는 무언가가 임충현에게는 있다. 그래서 팬들은 임충현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하)편에서 계속



김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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