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정규시즌 1위, 해보니까 힘들다".
두산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시즌 16차전 경기에서 9-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9연승을 달리게 된 두산은 팀 최초 시즌 90승(46패1무) 고지를 밟았고, 정규시즌 우승까지의 매직넘버를 모두 소멸시키고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21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에 직행. 지난해에 이어 2연패 도전이다.
지난 2015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3위에 올랐던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패한 두산은 내리 네 번을 승리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이것이 바로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첫 해였다.
부임과 동시에 커다란 성과를 안았던 김태형 감독에게 새 시즌은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두산은 우승 이듬해의 성적이 좋지 않은 징크스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작년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긴장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김태형 감독은 "1년 동안 1위를 달렸지만 압박과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 정규시즌 1위가 생각보다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산은 올시즌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20승, 30승부터 90승까지를 모두 선점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KBO리그에서 한 팀이 한 시즌 10승부터 90승까지를 모두 선점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1위 자리는 지켰지만 두산이 늘 순항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은 "7월 중순부터 8월까지가 고비였다. 1승 1패, 이런 식으로 위닝 시리즈가 거의 없었을 거다. '이대로 가진 않을텐데' 했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두산은 7월 위닝시리즈가 한 번에 불과하다. 7월말부터 8월초까지는 4연패에 두 번 빠지면서 NC에게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정재훈, 이현승 등 선수들의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은 두산은 더욱 똘똘 뭉쳐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오히려 이현승이 빠지고 그 때부터 9연승을 하는 등 잘 풀렸던 것 같다. 선발들이 잘해줬고, 야수들도 처음부터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어렵지 않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김태형 감독이 뽑은 정규시즌 MVP는 누구일까. 김태형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전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김재환의 이름을 꺼냈다. 김 감독은 "니퍼트나 유희관, 양의지 등 선수들 모두가 각자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능력치를 높게 발휘하면서 부상 없이 잘 해줬다. 그 중에 김재환은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박건우도 작년에 '잘할 수 있겠다' 싶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김재환은 22일 경기까지 127경기에 나와 156안타 36홈런 119타점 104득점 3할3푼7리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커리어 향상이다. 김재환은 두산 토종타자 최다홈런 작성은 물론 두산 좌타자 최초로 30홈런과 100득점,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22일 1득점을 추가하며 만든 104득점은 두산의 팀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했다. 지난해 두각을 드러냈던 박건우는 올시즌 152안타 18홈런 77타점 88득점 17도루 3할3푼4리의 성적과 함께 안정적인 수비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지휘봉을 잡은 두번째 해, 김태형 감독에게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런 얘기 하면 다른 팀 감독들이 뭐라고 한다더라"고 웃으며 운을 떼더니 "기존 선발인 니퍼트와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 평균대로 잘 해줬고, 5선발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욕심은 끝없다. 5선발 욕심이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5,6선발 준비를 시켜야한다"고 내다봤다.
빈 자리를 완전히 메우는 새 얼굴의 등장, 탄탄한 선발진 등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얘기하는 김태형 감독이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 2연패다. 두산은 7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한국시리즈 상대를 기다릴 예정이다. 김태형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후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나가면서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즌의 끝이자, 또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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