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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창피하지 않은 작품"…차승원, '고산자'로 다시 찾은 시작점

기사입력 2016.09.21 18:45 / 기사수정 2016.09.21 18:4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스크린 속 배우 차승원의 모습이 참 보고 싶었다"는 인사에 그가 쑥스럽게 웃는다. 낯간지러운 말은 싫어할 것 같은 차승원의 성격을 감히 짐작했으면서도, 자신의 연기 인생에 또 다른 포인트가 돼 준 9개월간의 여정을 마친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차승원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로 돌아왔다. 2014년 '하이힐' 이후 2년여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타이틀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역을 맡은 차승원은 데뷔 29년 만에 첫 실존인물 연기에 나서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조선의 지도꾼 김정호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려냈다.

9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어진 로케이션은 물론, 무려 10만6240km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며 김정호의 흔적을 좇았던 시간들이었다.

모두 합쳐 A4 용지 한 장 남짓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김정호라는 인물. 영화는 초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풍광과 함께 김정호의 가족 딸 순실(남지현 분)과 그의 주변을 지키는 바우(김인권) 등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며 인간 김정호의 삶을 비추는 데 이어, 후반부 지도꾼 김정호의 모습을 더 집중적으로 조명해 스크린 속에 녹였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 오롯이 빠져들었었던 시간을 회상한 차승원은 "배우로서 큰 모험이자 복이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얘기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결정적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은 후반부 바우가 광화문 한 가운데서 김정호의 지도를 펼치는 장면이었다.


차승원은 "그 장면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김정호는 왜 지도를 만들었을까'에 대한 설명이자, '김정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다음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이렇게 한 인물을 쭉 따라가며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요. 의미 있죠"라며 미소 지었다.


기본적으로 위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조금의 여지는 남겨둬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인이라는 김정호의 신분도 차승원에게는 인물을 그려나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김정호의 인간적인 면모나 유쾌함은 모두 그가 의도한 바였다.

"김정호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번외로 두고, 내가 생각했던 김정호라는 사람의 모습, 딸이나 바우라는 (가상의 인물과의) 관계를 떠올렸죠. 위인에 대한 훼손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부드럽게 그릴 수 있다고 봤어요. (신분이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봤을 때는 신분을 제일 잘 나타내는 게 말투나 행세,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만나는 사람들이나 나보다 윗사람에 대한 반응,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는 거거든요. 초반에 백두산을 다녀와서의 여정을 짚고 김정호의 집으로 가는데, 그 공간과 사람들 자체가 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고 생각했죠."

차승원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첫 촬영지는 백두산이었다. '3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백두산의 맑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기 어려운 천지의 모습을, 차승원은 첫 방문에서 시선 가득히,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차승원을 비롯해 강우석 감독은 '백두산 천지 장면은 CG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백두산에 가서 좋았어요?' 이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좋고 나쁨은 아니에요. 화면이 CG 같았죠?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이에요.(웃음) '진짜 좋아' 이게 아니라, '어, 이게 뭐지?'이런 기분이요. 백두산에 대한 얘기 중에 '천지에서 괴물이 나온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정말 하늘하고 너무 가깝다 보니 괴물이 안 나오면 이상할 것 같은 느낌?(웃음) 다른 산하고는 정말 완전히 달랐어요."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등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실존인물 연기를 다시 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었던 속내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위인들이 우리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포지션이 있잖아요. 이게 자칫 잘못해서 그 범위를 벗어나면,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비난을 받게 돼요. 사실은 그것을 변주하고, 색깔을 입히는 게 배우의 몫이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상하게 훼손되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김정호라는 인물은 기록이 많이 결과만 남기고 떠난 분이니 추측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로 표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988년 데뷔 이후 어느덧 29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대중에게 보다 편안하게 다가가게 해 준 코미디는 물론, 드라마와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온 그다.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배우의 삶에서 또 다른 시작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번 작품이 제게 중요한 지점에 있는 영화라고 말했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앞으로 제가 나아가야 할 길 중에 하나를 해놓은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또 다른 그림을 펼쳤을 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제 나이가 적지도 않고 앞으로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배우로서는 정말 행복했었고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한 게 아닐까 해요. 어떤 작품을 했을 때, '창피하냐, 창피하지 않았냐'가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거든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창피하지는 않았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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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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