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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의 리우스타그램③] "첫 단추 잘 꿴 연재가 자랑스러워요"

기사입력 2016.08.20 11:00 / 기사수정 2016.08.21 09:03

이종서 기자



"지구 반대편 한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오늘 리우에서 들려온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올림픽 결선 진출 소식 들으셨나요?"

4년 전 런던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선 진출을 이뤄낸 연재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저는 연재의 예선 경기 전날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8년 전 베이징 올림픽 포디엄에 섰던 선배로서 얼마나 긴장하고 마음 졸이고 있을지 짐작이 갔어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6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연재와 동고동락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꼬꼬마 연재는 어느덧 든든한 한국 리듬체조의 기둥으로 성장했으니 말예요. 


리우에 도착한 뒤 연재의 훈련 장면을 두 번 지켜봤어요. 먼저 리우 입성 첫 번째 공식 연습. 연재는 후프, 볼과 곤봉, 리본 등 예선에서 활용할 네 가지 동작들을 자신의 루틴대로 해냈어요. 다음날 실제 예선 경기가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장 포디엄에서는 훨씬 더 가벼운 컨디션을 보였어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국민적인 기대 속에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훨훨 나는 연재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대회 예선에서도 실수 없이 자신의 실력을 100% 선보일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결전의 날! 올림픽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어요."

벨라루스 스타니우타, 우크라이나 리자트디노바, 러시아 쿠드랍체바·마문. 전 세계 리듬체조 강자들이 모인 어벤져스. 대회 참가 26명 중 10위 안에 들면 결선에 올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이들은 마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승부사의 고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긴장을 풀었어요.

연재는 26명 출전 선수들 가운데 10번째로 포디엄에 들어섰어요. 마음속으로 '화이팅', '화이팅'을 읊조렸어요. 중계석에 앉아 있으면서 어찌나 떨리던지. 국가대표 시절 연재와 함께 먹고 자면서 고된 훈련을 겪어왔던 시간들이 또 한 번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어요. 연재에게 마음 속으로 편지를 보냈어요. 

"연재야 연습 했던 대로 하면 돼. 너의 장점인 꾸준함을 되 뇌이며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 있는 연기를 펼쳐줘."

연재는 첫 번째 세션인 볼 연기를 깔끔히 해냈어요. 세계랭킹 5위 연재는 매트 위에 들어서 영화 '대부' 삽입곡 '팔라 피우 피아노'에 맞춰 연기를 펼쳤어요. 연재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 퐁쉐 피봇이 안정적이었어요. 상파울루 전지훈련부터 체력 훈련에 매진한 연재는 포에테 피봇에서 축이 되는 발이 단단히 고정된 모습을 보여줬어요. 강약 조절은 물론 특유의 절제되고 고혹적인 연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숙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1분 30초간 숨죽여 지켜봤던 연기가 끝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큰 무대에서 강한 멘탈을 보여준 연재가 정말 대견했어요. 그동안 타지에서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해 왔는지, 국가대표 선배 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의 파이팅 메시지가 매트까지 전해진 걸까요?

그동안 연재가 가장 약한 종목으로 꼽히던 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연재는 후프에서는 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어요. 프로그램 중간 마스터리 동작,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와 후프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는데요. 예상치 않은 실수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나가며 경기를 마쳤어요.

예선에서 나온 실수는 결선에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는 교훈을 스스로 얻었을 거예요. 리본에서도 리본이 몸에 감기는 방면으로 감점을 받았는데요. 리우의 습한 날씨와 강한 에어컨 바람은 역시 변수로 작용했어요. 하지만 연재는 네 번째 종목인 곤봉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어요. 연재가 잘하는 피에타 피봇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였어요.



"우리나라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두 대회 연속 결선 진출!"

최종 순위는 5위. 26명 중 10명 안에 들면 결선에 가는 대회 방식을 충족시키는 대단히 훌륭한 성적이었어요. 첫 경기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거둔 값진 성과이자 우리나라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두 대회 연속 결선 진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어요.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한 연재는 21일 오전 3시 20분부터 시작되는 최종 무대에 나서게 되는데요.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연재가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길 기대하며 내일 우리나라 리듬체조 역사에 새 역사가 쓰여 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신수지(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SBS 해설위원)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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